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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지금 질투하는 걸까?

  • 몸을 돌리는 순간 세리는 명백히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권민아를 바라봤다.
  • 주변에 있던 기자들이 하나같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권민아도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카메라가 무겁게 느껴져서 도무지 들어 올려지지 않았다.
  • 둘이 차에 탑승하고 완전히 모습을 감춘 다음에야 권민아는 숨을 내뱉으며 자리를 떠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 “세리 이 여자 진짜 대단하네요. 남준 대표 이미 결혼까지 했다던데 대놓고 공표를 하다니, 정말 희한하네요.”
  • 뒤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권민아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신고 있던 신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권민아는 오늘 파업하기로 마음먹었다.
  •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착잡한 표정으로 신발을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버린 뒤 맨발이 되었다.
  • 바닥은 땡볕에 달궈진 상태라 한 발짝 내딛기도 매우 힘들었다.
  • 집에 도착한 권민아는 이미 한 시간이 지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씻고 난 다음 하얀색 나시 잠옷으로 갈아입었고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놓으며 흩날리게 했다.
  • 권민아는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고 이미 저녁 10시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남준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 ‘어쩌면 지금쯤 세리랑 같은 침대에 누워 있으려나?’
  • 권민아의 얼굴에 쓴웃음이 걸렸다. 그녀는 입술이 창백해지도록 잘근잘근 씹었지만, 조금의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권민아의 머릿속엔 온통 남준과 이 결혼에 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 1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이 남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어쩌면 둘의 결혼은 처음부터 아무런 의미가 없었는지도 몰랐다.
  • 문밖에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고 권민아는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원래 일어나서 그를 맞이하러 갈 생각이었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밖에 일렁이는 그림자를 보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 거실은 불이 꺼진 상태였고 남준은 ‘달칵’하고 등을 켰다. 권민아는 그의 행동을 막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마주친 건 복잡해 보이는 그의 눈동자였다.
  • “왜 불 안 켜고 있었어요?”
  • 남준의 목소리는 조금의 동요도 없는 매우 평온한 목소리였다.
  • “물 마시려고 일어난 것뿐인데 귀찮게 불까지 켜고 싶지 않았어요.”
  • 그녀는 똑같은 톤으로 그에게 답했다. 그런 다음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컵에 물을 가득 부었다.
  • “일찍 쉬세요. 오늘 많이 피곤했을 텐데.”
  • 남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의 가냘픈 등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그러니까 지금 질투하는 건가?’
  • 그는 정장 겉옷을 소파 위에 걸쳐 놓으며 셔츠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런 다음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짓궂게 말했다.
  • “물 한 컵도 저에게 주기 싫은 거예요?”
  • 권민아의 등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남준에게 다가가더니 컵을 내려놓고 물을 따라주려 했다.
  • 남준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곧바로 그녀가 마셨던 물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권민아의 립스틱 자국이 있는 쪽에 입을 대며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남준은 눈빛으로 그녀를 훑으며 ‘맛 꽤 괜찮네’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 권민아는 덤덤한 눈동자로 그를 힐끔 쳐다본 다음 입술을 삐죽이며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화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물도 다 마신 것 같으니까 저는 이만 자러 가볼게요.”
  • “그래요.”
  • 남준은 망설임 없이 답하면서 컵에 남은 물을 마저 마셨다.
  • 권민아는 잠옷 끝자락을 꽉 쥔 채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녀의 걸음걸이는 매우 느렸다. 발바닥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 남준은 자기도 모르게 뒤뚱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품에 안은 다음 차갑게 물었다.
  • “발은 어떻게 된 거예요?”
  • 권민아가 잠옷을 만지작거리며 답했다.
  • “별거 아니에요.”
  • ‘남편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떠나는 바람에 바보처럼 혼자 올 수밖에 없었다고 답할 수는 없잖아.’
  • 그녀는 힘껏 그의 가슴을 밀쳤다. 하지만 남준은 전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힘을 준 채 명령하듯 말했다.
  • “움직이지 말아요. 상처 치료해 줄게요.”
  •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알아서 치료했어요. 저 혼자 하는 거 이제 익숙해졌어요.”
  • 권민아가 유달리 차가운 어투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