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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가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 그녀는 살짝 화가 난 상태로 액셀을 밟았다.
  • 매니저는 앞으로 걸어가더니 세리에게 바짝 다가가 물었다.
  • “좀 전에 분명 그 여자의 잘못이었는데 왜 그냥 보냈어요?”
  • 이건 세리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 세리는 매니저를 곁눈질한 다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분출하듯 말했다.
  •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저 여자 몸에서 남준 씨의 향기가 났단 말이야. 저 여자가 괜히 내 앞에서 저렇게 당당하게 군 것 같아? 내가 결정한 일에 네가 뭐라고 자꾸 끼어들어?”
  • “뭐라고요?”
  • 매니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세리는 선글라스를 다시 낀 다음 뒤에 있는 매니저를 향해 외쳤다.
  • “빨리 움직이지 않고 뭐해? 이대로 우리 지각하게 생긴 거 몰라?”
  • 매니저는 얼른 굽실거리며 뒤따랐다.
  • 세리는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 ‘도대체 그 여자의 정체가 뭘까?’
  • 30분 정도 지났고 권민아는 드디어 회사 밑에 도착했다.
  • 그녀는 가방과 선물들을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다음 바로 컴퓨터를 켜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을 뻗던 도중 우유가 담긴 컵을 건드려서 입고 있던 원피스가 더러워지고 말았다.
  • 권민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쪽으로 물티슈로 몸을 닦으며 얼른 화장실로 걸어갔다.
  • 우유는 진작에 옷에 스며든 상태였고 그녀가 아무리 닦아도 흔적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화가나 물티슈를 세면대에 버렸고 심오한 눈빛으로 생각에 빠졌다.
  • 그런데 이때 갑자기 귓가에 비웃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 “거지 같은 남자한테 시집간 것도 모자라 능력도 없다니. 하긴, 끼리끼리 모인다고 잘 어울리긴 하네.”
  • 권민아는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몸을 돌려 차가운 눈동자로 하얀 정장 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 심연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면서 한쪽으로 비웃듯 그녀를 바라봤다.
  • 심연과 권민아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심연은 평소에도 틈만 보이면 그녀한테 시비를 걸었다. 그런데 이번에 더 기세등등했다.
  • “그게 뭐 어때서? 너처럼 돈만 보고 유부남이랑 사귀는 것보다는 낫지. 너랑 그 박 대표가 어떤 관계인지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 권민아는 팔짱을 낀 채 세면대에 기대어 비웃음이 가득한 시선으로 심연을 바라봤다.
  • 심연의 안색이 파리하게 굳었다. 밖에서 들어 온 사람들이 볼거리가 생긴 듯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봤다.
  • “보긴 뭘 봐! 일 안 해?”
  • 심연이 그들을 향해 외치자 사람들은 쭈뼛대며 시선을 거둔 채 주눅이 들어 자리를 떠났다.
  • 심연은 분노가 담긴 눈동자로 권민아를 노려봤다. 권민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 “그 남자가 나한테 빠진 것도 내 능력이지. 너의 그 쓸모없는 남편보단 이 다이아몬드 반지가 훨씬 가치가 있어.”
  • 심연이 약지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권민아 앞에서 흔들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 권민아는 덤덤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손은 자기도 모르게 아무것도 없는 약지를 만지고 있었다.
  • 남준은 지금까지 그녀에게 무언가 선물해 준 적이 없었다.
  • 권민아는 조금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럼 언젠가 그 박 대표 부인을 밀어내고 얼른 본부인이 되길 빌어줄게. 물론 박 대표가 너한테 그 정도로 마음이 있어야 할 테지만. 부디 놀다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길 바라.”
  • 심연의 미소가 순간 굳어버렸다. 그녀는 권민아의 멱살을 힘껏 틀어쥔 채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 “정말 입만 살아 있어 가지곤. 나랑 싸워봤자 좋은 결과 없을 거야.”
  • “내가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 권민아가 차갑게 웃으며 심연의 손을 뿌리쳤다. 그런 다음 티슈로 잡혔던 멱살을 털어버리듯 닦았다.
  • 한발 물러난 심연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 “권민아, 너무 일찍 좋아하지 마. 지금 너 따위 것 죽이는 것쯤은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보다 쉬워!”
  • “아, 그래? 어디 한번 보고 싶네. 너의 그 박 대표가 어떻게 날 죽일지.”
  • 권민아가 비웃듯 말했다.
  • “너….”
  • 심연아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 그녀는 힘껏 눈을 부릅뜬 채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권민아를 노려봤다.
  • 권민아는 덤덤히 웃으며 냉담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