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5화 남준과의 인터뷰

  • 권민아는 물끄러미 눈웃음을 짓고 있는 팀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 남준이 전화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팀장은 한참 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 그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엄숙한 얼굴로 싸늘하게 권민아를 향해 말했다.
  • “남준 씨가 먼저 두 번째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어요. 그것도 민아 씨를 콕 찍어서요.”
  • 권민아는 고개를 들고 팀장의 싸늘한 눈을 바라보며 반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팀장이 선수를 쳤다.
  • “계속 잡지사에 남고 싶다면 바로 두 번째 인터뷰를 준비하는 게 좋을 거예요!”
  • 거절은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단호한 명령에 권민아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알겠습니다.”
  • 팀장은 권민아의 대답을 듣고 누그러진 표정으로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 “민아 씨, 우리 잡지사는 민아 씨에게 달렸어요.”
  • 권민아는 좀 짜증이 났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서 떠났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알지 못했다.
  • “권민아 씨라고 하셨죠? 대표님께서 회의 중이십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 남준의 비서가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그녀를 막고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네.”
  • 권민아는 비서를 보며 미소를 지은 뒤, 옆에 앉았다.
  • 이곳은 마침 남준의 사무실을 마주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창문으로 사무실 안의 물건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 남준은 화려한 색깔을 좋아하지 않아 그의 사무실은 온통 깔끔한 흑백 계열이었다.
  • “권민아 씨, 차 드세요.”
  • 비서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 권민아는 다급히 시선을 남준의 사무실에서 돌린 뒤, 고개를 끄덕였다.
  • “고마워요.”
  • “회의가 곧 끝날 것 같아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 “괜찮아요.”
  • 권민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 이보다 더 어렵게도 남준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게 다 무슨 대수인가?
  • 비서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일을 하러 떠났다.
  • 권민아는 이 틈에 인터뷰할 내용을 점검하면서 지난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 “휴…”
  • 서류를 덮은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밖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 손목을 들고 시간을 보니 이미 반 시간이 지나 있었다.
  • 따분한 마음을 달래고자 창문으로 바깥의 풍경을 감상하는 그녀의 얼굴빛은 점점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 그녀는 멍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세리와 남준은 무슨 사이일까? 나와 남준 씨는 어떻게 될까?’
  • 생각에 심취한 그녀는 남준이 등 뒤로 다가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 나지막하고 걸걸한 남준의 목소리가 권민아의 뒤에서 들렸다.
  • 권민아는 갑작스레 들린 인기척에 흠칫 놀랐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그를 흘겨보더니 같은 말투로 대답했다.
  • “남준 대표님, 사람을 놀라게 하면 큰일 날 있어요. 지금 인터뷰를 시작해도 될까요?"
  • 남준은 코웃음을 치더니 단추를 풀면서 성큼성큼 사무실로 들어갔다.
  • 권민아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남준의 맞은편에 앉았다.
  •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 “대표님께서 우리 인터뷰에 응해 주신 건 세리 씨와 연관이 있나요?”
  • 남준은 눈빛을 빛내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 “그 이유도 있죠.”
  • 권민아는 넋이 나간 얼굴로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그녀의 머릿속은 남준과 세리의 관계 때문에 어지러웠다.
  • “권민아 씨!”
  • 남준은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 권민아는 그제야 자기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리 애를 써도 다음 질문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 다급하게 무릎 위에 올려놓은 서류를 펼쳐보려 했지만 결국 다 흐트러뜨리고 말았다.
  • 남준은 짙은 눈썹을 찡그린 채,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죄송합니다.”
  • 그녀는 손에 든 서류를 정리하면서 미안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일어서다가 그만 티 테이블의 물컵을 넘어뜨리며 남준의 바지를 적시고 말았다.
  • 남준은 짜증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인터뷰를 하는 게 싫었으면 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