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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 결혼 [제2부]

첫 만남에 결혼 [제2부]

곰jelly

Last update: 2022-12-13

제1화 아무도 모르는 사실

  • B시티 고창 공항,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 하늘은 푸르렀으며 6월의 부드러운 바람이 나무들을 쓰다듬고 갔다.
  • 권민아는 공항 입구에서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서 있었다. 그녀의 이마엔 땀이 가득 맺혀 있었고 입고 있는 값싼 흰 셔츠도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 그녀는 하얀색 캔버스를 신고 있었는데 태양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공항엔 사람들로 북적였고 권민아는 카메라를 꼭 부여잡은 채 계속해서 한 곳을 주시했다. 아름답고 깨끗한 그녀의 눈동자엔 초조함이 가득했다.
  • 권민아 주변엔 온통 카메라를 든 하이에나들로 가득했다. 모두 미간을 찌푸린 채 긴장한 기색으로 한곳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 그녀는 이곳에서 이미 세시간 째 자리 잡고 있었다.
  • ‘오늘은 반드시 세리 사진을 찍어야 해. 아니면 팀장님이 날 죽이려고 들 거야!’
  • 권민아의 인내심과 침착함은 주변에 있는 그 어떤 기자보다도 뛰어났다.
  • 또 30분이 지났고 공항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늘씬한 몸매에 빨간색 레이스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공항 입구에 나타났다. 그녀는 빨갛고 섹시한 입술에 갸름한 얼굴, 그리고 높은 콧대를 가지고 있었으며 눈은 까만 선글라스로 가려져 있었다.
  • 권민아의 눈동자가 순간 반짝였다. 그녀는 빠르게 카메라를 손에 쥐며 사진 찍기 좋은 장소에 몸을 숨긴 채 셔터 누를 준비를 했다.
  • 여자는 최근에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였다. 그녀는 한 사극 드라마에 출연한 것으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여자는 정말 뜨겁다 못해 타오를 듯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 세리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경호원 3명에게 보호받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여왕처럼 당당히 가슴을 편 채 매우 콧대 높은 자세로 걸어가고 있었다.
  • “역시 다들 뜨고 싶어 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 권민아가 나지막이 비아냥거렸다.
  •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에서 갑자기 폭동이 일어났다.
  • 한 무리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검은 람보르기니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 검은색의 고급 차, 익숙한 번호판, 권민아는 순간 넋을 잃고 셔터를 누르려던 손을 멈추었다.
  • ‘그 사람인가?’
  • 람보르기니가 부드럽게 공항 입구에 섰다. 기자들은 바삐 그 앞을 막으며 손으로 차 문을 두드렸다.
  • “남준 대표님, 남준 대표님….”
  • “남준 대표님, 나와 주세요!”
  • “…”
  • 뒷좌석에는 회색 정장에 검은색과 빨간색의 줄무늬 넥타이를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길쭉한 손가락으로 허벅지에 놓여 있는 노트북을 툭툭 건드렸다.
  • 차 안은 무섭도록 고요했다! 오로지 노트북을 두드리는 손가락 소리만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 운전석에 앉아 있던 김은우는 이 공기가 견디기 버거워졌고 백미러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대표님, 밖에 기자들이 깔렸는데 어떻게 할까요?”
  • 김은우는 감히 큰 소리를 낼 용기가 나지 않아 최대한 목소릴 누른 채 물었다.
  • 한 참 후, 남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노트북을 두드리던 걸 멈추고 열 손가락을 맞잡았다. 노트북 화면엔 풍기 그룹의 주식 시세가 띄워져 있었다.
  • 주가는 지금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 “아주 좋아!”
  • 남자의 입에서 청량하지만,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대표님, 뭐라고 하셨어요?”
  • 김은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 탁하고 노트북이 닫혔다. 남준은 여유롭게 다리를 꼰 채 가죽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차갑고도 준수한 그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 기자들은 여전히 차에 들러붙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미간을 찌푸린 남준의 갈색 눈동자가 싸늘하게 빛났다. 그는 성가신 듯 손을 뻗더니 무릎을 탁하고 쳤다.
  • ‘기자들 타이밍 한번 정말 기가 막히네.’
  • 남준은 주변을 돌아보며 얇은 입술을 오만하게 끌어올린 채 차갑게 말했다.
  • “내리자!”
  • 김은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남자의 차가운 시선에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몸을 돌려 창가를 봤는데 차를 가득 둘러싸고 있는 기자들이 보였다. 김은우는 두려움에 침을 꼴깍 삼켰다.
  • 그는 별로 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연예 기자들은 두려웠다. 김은우는 이들이 한번 물면 얼마나 지독하게 따라붙는지 알고 있었다.
  • ‘뭐 가끔은 좋은 일을 할 때도 있는 것 같지만.'
  • 차 문이 열렸고 남준이 내렸다. 각진 슈트가 그의 슬림한 몸매에 걸쳐지니 핏이 한 층 더 살아났다. 카메라 셔터가 끊임없이 그의 얼굴에 반사됐다.
  • 기자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서로 먼저 보도하겠다고 앞다퉈 몰려들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 권민아는 제일 오른쪽 끄트머리에 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권민아는 카메라를 들지도 못한 채 하얗게 질렸다.
  • ‘진짜 맞잖아, 그 사람!’
  • 남준은 풍기 그룹의 대표로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금융 천재이자 권민아와 결혼한 지 1년 되는 그녀의 남편이었다.
  • 다만,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