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내 남편 괴롭히지 마!

• 휠체어를 잡은 소서영의 손이 멈칫했다.
• 민시혁의 말에 그녀는 그제서야 본가에 들어서서부터 지금까지 그들을 아는 체 하는 도우미 한 명 없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 달빛을 빌려 민시혁의 선이 분명한 얼굴을 본 그녀는 어쩐지 그가 가엽게 느껴졌다.
• 그의 사촌 형은 그가 장애인이라고 괴롭히고 면전에서 그의 아내에게 무례를 범했다.
• 그의 삼촌, 숙모도 비아냥 거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그를 똑바로 쳐다본 적 없다.
• 그의 할아버지…
• 소서영은 전에 할아버지가 그를 많이 아낀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의 결혼을 신경쓰 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 하지만 방금 본가에서 본 할아버지의 쌀쌀맞은 모습에 그녀는 할아버지가 실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녀는 마음이 조금 아팠다.
• 민시혁은 어려서 가장 가까운 가족을 잃고 다른 가족들이 또 그에게 잘해주지 않았으니 마음이… 많이 아프겠지?
•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가볍게 떨리는 손을 내밀어 그의 차가운 손을 만졌다.
• 남자의 손이 살짝 움직였다.
• 소서영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 그녀는 마치 데인 것처럼 손을 거두었지만 그래도 든든하게 입을 열었다.
• “앞으로는 내가 당신 가족이고 당신과 함께 있을 거예요.”
• 민시혁의 정교한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 그는 고개를 돌리고 비단을 사이에 두고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
• 소서영은 그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줄 알고 다시 진지하게 반복했다.
• “비록 내가 당신과… 결혼한지 겨우 하루지만 여자는 결혼하면 평생 남편을 맞추며 산다고 나는 그 사람들과 달라요.”
• “당신이 정말 재수없는 사람이라 해도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당신 곁에 있을게요.”
• 그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풉하고 웃고 말했다.
• “이리 와.”
• 그의 말에 다가간 소서영은 단번에 그의 품에 안겼다.
• 남자의 숨결이 가볍고 옅게 그녀의 목덜미에 내려앉아 두근거리게 하며 마음을 간지럽혔다.
• 그는 한 손으로 그를 안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귀밑 머리를 가볍게 넘겼다.
• “진짜 두렵지 않아?”
• 흐릿한 달빛.
• 휠체어에 앉은 민시혁의 품에 안긴 소서영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달빛 아래 검은 비단을 가리고 있는 남자의 옆모습은 금욕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겨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하게 느껴졌다.
• 소서영의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이렇게 멋지고 매력적인 남자가 어제부터 이미 그녀의 법적인 남편이라니.
• 이건 그녀의 복이 아닌가?
•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은 달빛 아래서 매혹적이면서도 귀여웠다.
• 민시혁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다시 반복했다.
• “나랑 같이 있는게 두렵지 않아?”
• 분명 범죄물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를 그의 입에서 들으니 어딘가 쓸쓸하게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 소서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맑은 눈동자로 답했다.
• “두렵지 않아요.”
• 그의 세 약혼녀가 죽었지만 그녀는 순조롭게 그와 결혼했다.
• 그러니 그녀는 복도 많고 명도 굵은 것이다!
• 민시혁은 잡티 하나 없이 단순한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가볍게 탄식했다.
• “바보같은 것.”
• 소서영이 한창 바보같다는 그의 말이 대체 칭찬인지 욕인지 몰라 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저택 쪽에서 달려 나왔다.
• “민시혁!”
• 먼지투성이가 된 민규한이 화가 나서 달려왔다.
• 머리가 산발이 된 그는 정장이 이미 삐뚤어졌으며 얼굴은 손바닥 자국 모양으로 부어 있었다.
• 그는 민시혁의 휠체어를 세게 걷어찼다.
• “평소에는 입 꾹 다물고 방귀 한번 안 뀌더니 중요한 순간에는 자극요법을 써!?”
• “진작에 네가 좋은 마음이 없을 줄 알았어!”
• “나를 부추겨서 고 씨 집안 사람들과 싸우게 해서 고 씨 집안 사람들이 일을 크게 만든 바람에 할아버지가 체면을 생각해서 방금 나에게 준 회사를 빼앗아갔어!”
• “망할 애꾸눈새끼, 감히 날 모함해!”
• 가볍게 웃는 민시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진작에 제가 좋은 마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형님은 어찌 그 꾀에 넘어갔어요?”
• “설마 이미 실컷 두드려 맞고 서야 응당 나가서 맞서지 말았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건가요?”
•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매몰찼다. 한창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민규한이 어찌 그의 이런 조롱을 참을 수 있을까?
• 그가 그대로 날린 발길질에 민시혁의 휠체어가 비틀거리며 쓰러질 것 같았다.
• 민규한은 발길질 한번이면 장애자인 민시혁이 바로 뒤집어질 거라 생각했다.
• 하지만 휠체어가 넘어지려는 순간 작은 손이 휠체어를 잡았다.
• 소서영은 민시혁의 휠체어를 바로 잡고 민규한을 노려보았다
• “우리 남편 괴롭히지 마요!”
• 민규한: “…”
• 그녀의 눈에 비친 분노는 민규한으로 하여금 자신이 눈이 잘못된 게 아닐까 의심이 들게 했다.
• 이 계집애 아까 까지만 해도 부드럽고 약해서 그에게 엉덩이를 잡혀도 감히 소리 한번 못 내더니 이제는 노려보고 소리까지 질러?
• 그는 냉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툭툭 쳤다.
• “어쭈, 장애인 남편을 위해 나서는 거야? 잊지마, 너 자신도 아직은 코가 석자야.”
• 그는 말 하며 방자하게 웃었다.
• “너 내가 병신인 네 남편 앞에서 너를 덮쳐버릴까… 두렵지도 않아?”
• 그는 자신에게 무례를 당해도 감히 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여자에게 전투력 따위는 없을 줄 알았다.
• 하지만 그는 틀렸다.
• 소서영은 이를 악물고 신고 있던 7센치 짜리 힐을 벗어 민규한의 얼굴의 향해 힘껏 던졌다.
• “날 괴롭힌 것도 모자라서 감히 우리 남편을 괴롭혀! 정말 내 남편이 가족이 없는 것 같아? 앞으로는 내 남편은 내가 지켜!”
• 민규한은 갑작스레 날아온 소서영의 하이힐에 머리를 맞아 눈앞이 캄캄해졌다.
•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소서영이 이미 맨발로 민시혁을 밀고 빠르게 화랑의 끝으로 사라진 뒤였다.
• 그가 얼굴을 닦자 비릿한 냄새가 났다.
• 조용히 욕설을 뱉은 민규한이 계속 쫓아 가려는데 등 뒤에서 민동철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
• “돌아와! 아직도 부끄러운 줄 몰라!”
• “하지만 아빠, 민시혁이 나쁜 마음을 품은 거잖아요!”
• “네가 잘못을 저질러서 꼬투리 잡힌 거 아냐!””
• 민동철은 민규한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 “계속 진정 못해?!!”
• “할아버지가 아직 화가 나 있는데 그가 이르기라도 하면 너 할아버지 손에서 돈을 빼내긴 더욱 어려워!”
• 민규한은 별일 아니라는 듯 풉하고 웃었다.
• “보아하니 할아버지도 그를 별로 아끼지 않던데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줄곧 그를 밖에 내버려두고 이제는 어디 시골 계집애와 결혼시킨 걸 보면 그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게 하려는 게 분명하잖아요!”
• 멀리 있던 민동철이 냉소를 지었다.
• “만약 애초에 내가 나서서 그의 세 약혼녀를 해결하지 않았으면 그가 지금 촌뜨기랑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
• 민규한은 깜짝 놀랐다.
• “그의 세 약혼녀…”
• “내가 손 쓴 거야.”
• 어둠 속에서 민동철이 담배 한 가치에 불을 붙였다.
• “네가 지금 아무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네 할아버지는 저 재수없는 놈을 많이 아껴.”
• ……
• 소서영은 민시혁을 밀고 미친듯이 달렸다.
• 마음이 어찌나 급했는지 복잡하기만 하던 화랑도 막힘이 없었다.
• 민시혁을 밀고 얼마나 달렸을까 겨우 길가에 도착했다.
• 민규한이 쫓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휠체어에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 아주 오랫동안 이렇게 긴장한 적 없는 것 같다.
• “고생했어.”
• 휠체어에 앉아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휠체어 옆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어 그녀에게 건넸다.
• 물을 받은 소서영은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몸이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 그녀는 땀을 닦으며 그를 쳐다봤다.
• “좀 전에 너무 급하게 달리느라 부딪히고 그런 건 없죠?”
• 휠체어에 앉아있던 남자는 가볍게 웃었다.
• “엉덩이가 깨질 것 같아.”
• 깜짝 놀란 소서영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다.
• “진… 진짜요?”
• “못 믿겠으면 확인해 볼래?”
• 밍기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