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아내가 알고 보니
Yo거트
Last update: 2025-01-11
제1화 다시는 돌아오지 마
- 늦은 저녁, 거센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시커먼 먹구름이 온 도시를 뒤덮고 있던 밤…
- 박씨 가문의 저택 문 앞.
- 고민서는 처량한 모습으로 빗속에 서서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 현관 아래 서있는 훤칠한 체격의 남자의 깊고 검은 두 눈은 마치 밤하늘 같았다.
- 초라한 모습의 고민서를 바라보던 남자의 두 눈이 미세하게 번뜩였다.
- 그 속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 잠시 뒤, 그가 은행카드 한 장과 비행기 티켓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던져주며 그 어떤 온기도 담겨있지 않은 차가운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 “저택을 떠나,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
-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 고민서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박태훈이 자신을 증오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일었다.
- 온몸을 세차게 때리는 빗줄기와 함께, 무언가가 후벼낸 듯 텅 빈 마음속으로 한기가 스며들어왔다.
-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얼마 되지도 않는 물건들을 챙겨 들고 터덜터덜 그곳을 떠나갔다.
- 한편, 2층 침실에 있던 박태훈은 살짝 열린 커튼 틈 사이로 그 가녀린 뒷모습이 흐릿한 빗줄기 속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양옆에 축 늘어뜨린 두 손은 주먹을 꽉 움켜쥔 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결국 손을 들어 올려 앞에 있는 유리창을 내려쳤다…
- 그 시각, 침실 문 앞에 서있던 신정연은 따듯한 물을 한 잔 받쳐 들고 안으로 들어오려다 우연히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는 두 눈에 표독스러운 한기가 스쳤다.
- 그녀를 가장 질투 나게 만드는 건 박태훈이 외국에 나가서 살 수 있도록 고민서에게 돈을 주었다는 것과 현재 서재 안에서 떠나가는 고민서를 몰래 지켜보기까지 한다는 것이었다.
- ‘고민서, 그 벌레만도 못한 천한 게 대체 무슨 재주를 부린 거지?’
- 신정연의 두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 30분 뒤, 칠흑같이 어두운 텅 빈 도로 위를 고민서는 멍하니 걸어 나갔다.
- 그러던 그때, 갑자기 멀리에서 스쿠터 한 대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더니 그녀가 들고 있는 얼마 남아 있지도 않은 짐을 낚아챘다.
- 그 충격으로 바닥에 넘어진 그녀는 그대로 몇 바퀴나 나뒹굴었다.
- 극심한 고통과 함께 눈앞이 새까만 어둠으로 뒤덮이더니 그녀는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다.
- ……
- 5년 뒤, D국.
- GN테크빌딩 본사 사장실.
- 최상급 아프리칸 로즈우드로 만든 책상 앞에서 한 아름다운 인영이 한창 들고 있는 서류에 집중하고 있었다.
- 그녀의 정교한 두 눈은 엄청난 효율을 보여주며 서류에 적힌 내용을 훑어 내려갔다.
- 그녀의 옆으로는 옅은 샌달우드 향기가 은은하게 번지고 있었고 손 닿는 곳에는 커피 한잔이 놓여있었다.
- 파리 패션위크에서 방금 선보인 한정판 맞춤 제작 정장이 그녀의 몸매를 예쁘게 감싸고 있었고, 높게 올려 묶은 긴 머리는 깔끔하고 시원해 보였으며, 화장을 한 얼굴은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웠다.
- 그녀는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볼 뿐 쉽게 범접할 수는 없는 고귀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 그때,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지더니 비서인 임준형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와 초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큰일 났어요, 누님. 도련님께서 또 가출하셨습니다!”
- 이에 고민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꽤나 불쾌한 듯 말했다.
- “뭘 그렇게 놀라? 하루 이틀 가출하는 것도 아니고, 때 되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 “그게 아니라…”
- 임준형이 발을 동동 굴렀다.
- “이번에는 달라요. 도련님께서 출국하셨어요. 건우 아저씨까지 납치해 가셨다고요!”
- “뭐?”
- 고민서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더니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 “어디 갔는데?”
- “한국이요. 서울로 가셨어요.”
- 임준형이 재빨리 답하며 고민서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화면 위에 떠 있는 두 개의 빨간 점은 바로 준이의 현재 위치였다.
- “고성준 이 녀석, 무슨 짓을 벌이는 거야?”
- 고민서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당장 휴대폰을 꺼내 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내 수화기 너머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
- “……”
- 고민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의 가라앉은 눈빛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 ‘왜 하필이면 서울로 간 거지? 그 녀석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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