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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상처를 치료하다

  • 그런데 지금 그녀는 괜찮냐고 묻고 있다. 이건 헛소리가 아닌가?
  • “미... 미안해! 엉엉... 난... 무서웠어... 난... 엉엉...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하지만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어. 나... 너무 무서워...”
  • 서지연이 울면서 외쳤다.
  • 서지연의 그런 모습을 보자 진호도 침묵했다.
  • 확실히 그녀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규슈였고 언제 이런 무서운 괴물을 본 적이 있을까!
  • 그녀가 무섭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았다.
  • “됐어, 이젠 괜찮아! 하지만 나머지 괴물들이 다시 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어! 먼저 구급 약상자를 열고 알코올이 있는지 확인해줘. 붕대에 알코올을 묻혀서 소독 좀 해줘!”
  • 진호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얼른 옷을 벗었다.
  • “아... 응! 그... 그래!”
  • 서지연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떨리는 손으로 구급함을 가져왔다.
  • 그리고 붕대로 알코올을 묻혀 천천히 진호의 상처 부위를 씻어냈다.
  • “알코올은 아껴서 써. 상처만 씻어내면 돼, 다른 곳은 신경 쓰지 마.”
  • 서지연이 상처 옆 부위를 닦으려 하자 진호가 얼른 말했다.
  • “하지만...”
  • 서지연이 뭐라 하려 했으나 진호가 말을 끊었다.
  • “하지만 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아낄 수 있을 때 아껴!”
  • 진호가 말했다.
  • “그럼 너 참아... 아...”
  • 서지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호는 크게 소리쳤다. 진호가 갑자기 소리 질렀으나 그의 왼쪽 어깨는 움직이지 않았다.
  • “뭘 멍하니 있어? 얼른 씻어.”
  • 서지연이 멈춘 것을 보고 진호가 다시 말했다.
  • “아.”
  • 삼분 뒤!
  • 서지연은 드디어 진호의 상처를 씻어냈다.
  • “아목시실린을 찾아서 상처에 뿌리고 붕대로 상처를 전부 감은 뒤 테이프로 고정해!”
  • 진호가 다시 말했다.
  • “그... 다른 약은 필요 없어?”
  • 서지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얼른,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 진호는 서지연과 말하기도 귀찮았다.
  • “응!”
  • 서지연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십 분 후 진호의 어깨는 이미 잘 싸매게 되었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절반이 핏자국이었다.
  • 살짝 왼손을 움직여봤으나 어깨의 상처가 이어져 진호는 왼손을 움직이려던 생각을 접었다.
  • 보아하니 왼쪽 어깨의 상처가 아직 회복되기 전에 자신의 왼손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다.
  • 서지연의 앞에서 그는 온통 피범벅인 바지를 벗었고 캐리어에서 옷 한 세트를 꺼내 천천히 바닷가로 걸어갔다.
  • 그는 천천히 쭈그리고 앉아 전에 입고 있던 옷에 바닷물을 적셔 몸의 핏자국을 닦아냈다.
  • “내... 내가 도와줄게!”
  • 서지연은 진호 옆에 와서 진호 앞의 그 물건을 보고 말했다.
  • 그 위에 똑같이 핏자국이 있었다.
  • 하지만 진호가 한참을 기다려도 서지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 “도와준다며? 왜 가만히 있어?”
  • 진호가 돌아서서 서지연을 흘끗 쳐다봤고 그녀는 살짝 얼굴을 붉힌 채 진호의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본 적 없어? 얼른, 나를 도와서 등에 있는 피를 닦아줘. 붕대는 다치지 말고. 상처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야 해!”
  • 서지연이 살짝 얼굴을 붉히자 진호는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 “흥, 누가 본 적 없대!”
  • 서지연은 콧방귀를 뀌며 진호 손에 들린 옷을 가져와 그의 등에 있는 핏자국을 닦았다.
  • 그리고 진호의 앞쪽에 있는 핏자국도 손으로 물을 받아서 진호를 도와 깨끗이 씻어줬다.
  • 진호가 다시 옷을 입자 그의 피가 괭이상어가 있는 쪽으로 흘러갔다.
  • 괭이상어들이 순간 미쳐 날뛰며 이리저리 튀어 올랐다.
  • “가자!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자!”
  • 진호는 바닷속의 괭이상어를 흘끗 쳐다보고는 몸을 일으켜 뒤쪽의 해변으로 걸어갔다.
  • “우리 어디 가는 거야?”
  • 서지연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 “어딜 가긴. 저쪽에 동굴이 있는 것 같은데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아. 이따가 가까이 다가가서 봐!”
  • 진호가 먼 곳에 있는 작은 산을 가리켰고 그곳에 어두컴컴한 곳이 있었다.
  • 서지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도끼를 챙겨 먼저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진호는 드디어 온통 긁힌 상처를 입은 채 이곳에 오게 되었다.
  • 이곳은 역시나 크지 않은 동굴이 있었고 그는 도끼를 들고 산굴로 들어갔다.
  • 이것은 대략 7평 정도 하는 동굴이었는데 안쪽은 평평하여 그나마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똑... 똑...”
  •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따라 진호는 걸음을 옮겼다.
  • 그곳엔 천연적인 작은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빛을 빌어 물이 아주 맑고 깨끗함을 알 수 있었다.
  • 그는 이곳이 담수지이기를 바랐다.
  • 손으로 물을 찍어 입에 넣으니 바다의 짠 내음이 나지 않았다.
  • “이곳에 다른 동물의 배설물 같은 것이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 안전한 것 같아! 가자, 우리 해가 지기 전에 쓸만한 물건은 모두 이곳으로 옮겨와야 해!”
  • 진호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 “응!”
  • 서지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별다른 말이 없었다.
  • 태양이 천천히 저물어갔다.
  • 태양이 완전히 저물자 진호와 서지연은 드디어 모든 필요한 물건을 옮겨왔다.
  • 진호는 그 검은색 괴물도 끌고 왔다.
  • 이 괴물은 적어도 백 여근이 된다! 이건 음식이다!
  • 진호는 놓질 수 없었다.
  • 캐리어에서 진호는 라이터를 몇 개 찾아냈다.
  • 진호는 몹시 흥분되었다. 불을 지필 수 있다면 최소한 먹을 것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 앞으로 며칠간 진호는 상처를 치료하며 서지연을 데리고 주위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 가끔 산속에서 과일을 찾고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주워와서 먹기도 했다.
  • 이제 진호와 서지연이 이곳으로 오게 된 지 9일째 되었다.
  • 진호의 왼팔은 이미 붕대를 풀었고 상처에 딱지가 생겼다.
  • 왼손은 어깨가 아직 불편한 것 외엔 완전히 회복되었다.
  • 이를 보고 진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 옛말에 따르면 뼈가 다치고 나으려면 백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 하지만 진호의 왼손은 고작 며칠 만에 다 나았다?
  • 그 몇몇 괴물도 요즘 진호와 서지연을 몇 번 찾아왔었다.
  •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 진호를 보고 그 괴물들은 먼 곳에서 울부짖고는 떠났다.
  • 오늘 서지연이 그에게 주위를 둘러보며 담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다음에 무슨 상황이 생기면 진호를 돕지는 못해도 다시 그의 앞을 가로막진 않겠다고 하면서.
  • 이 근처 10km 정도는 이미 진호가 서지연을 데리고 다녔기에 꽤 익숙했다.
  • 그녀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좋은 일이다.
  • 며칠 사이 서지연은 규수의 단순함을 버리고 방랑자의 생활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 점심때 서지연이 크게 기뻐하며 돌아왔다.
  • “진호야, 이거 봐, 내가 찾은 열매야!”
  • 서지연이 얼른 몇 개의 핑크색의 아기 주먹만 한 크기의 열매를 꺼내며 진호에게 말했다.
  • “색깔이 신선하고 독도 없어. 부작용도 없으니 좋기는 먹지 마!”
  • 진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괜찮아, 난 이미 세 개를 먹었어. 이거 봐, 한 시간이 지났는데 나 아직 멀쩡...”
  • 서지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몸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 “진호야... 나 원해...”
  • 진호가 반응하기도 전에 서지연은 흐릿한 두 눈으로 진호의 품에 뛰어들었다.
  • 그녀의 작은 입술이 진호의 입술에 부딪히며 끊임없이 보챘다.
  • 두 손은 황급하게 진호의 몸을 훑었고 진호의 바지는 이미 서지연에 의해 벗겨졌다.
  • 그리고 그녀의 몸은 천천히 아래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