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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뱀이 닥치다

  • 만약 진호가 전에 드림호의 사고에 대해 일말의 환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 남은 것은 깊은 두려움뿐이었다.
  • 삼생 회사가 다른 속셈을 갖고 그들을 이곳에 오게 했다면 그들에겐 목적이 있을 것이다. 여행과 같이 간단한 이유는 아니다.
  •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 그들은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걸까?
  • 진호는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없다는 것이다.
  • “너 지금 아마 처음으로 이 사실들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거지? 유진과 한연연에게도 말하지 않았겠지!”
  • 진호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물었다.
  • “응, 그들은 아직 몰라! 그들이 보기에 이건 그저 우연일 뿐이고 누군가를 탓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 잔혹한 현실을 알려주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아. 아니면 언젠가 생존을 위해 죽을 수도 있고!”
  • 임여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한쪽에서 열심히 권법을 익히고 있는 한연연과 유진을 바라봤다.
  • “내가 너에게 알려주는 이유는 네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여서야! 넌 위기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으니까. 만약 정말 돌아갈 수 있다면 넌 주저 없이 그 맹한 여자를 데리고 돌아갈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있어 여러 미인을 마주하면 보호하기보단 차지하려 할 거야. 무조건 차지하는 것 말이야. 눈이 높기로 소문난 서지연이 묵묵히 네 곁에 있는 것을 보면 난 너를 진심으로 믿어!”
  • 임여함이 웃으며 말했다.
  • “그럼 난 너의 믿음에 고마워해야겠네?”
  • 진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 “뭐, 그런 셈이지! 그럼 말해 봐, 나의 믿음에 어떻게 보답할 건지.”
  • 임여함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 “하하... 설마 몸으로 갚으라는 건 아니겠지!”
  • 진호가 아무렇게 대답했다.
  • “응...”
  • 갑자기 임여함이 얼굴을 붉혔다.
  • “나 피곤해, 어깨 좀 빌려줘!”
  • 임여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했을 따름이었다.
  • 어제 그녀는 비록 중독되었으나 의식은 멀쩡했다.
  • 그러므로 진호가 그녀의 바지를 벗기고 바로 독을 빨아내던 사실도 알고 있었다.
  • 다만 임여함이 생각지 못했던 것은 진호가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다치지도 않은 것이다.
  • 스치지도 않았다.
  • 어쩌면 그는 일부러 보여주기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가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절제하고 다른 뜻을 품지 않는다면 이런 남자가 일부러 자신의 그곳을 다치지 않았다고 해도 뭐가 대수일까?
  • 천하에 얼마나 많은 남자가 여자의 바지를 벗기려고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낸단 말인가.
  • 하지만 그는!
  • 미인의 바지를 벗긴 후...
  • “흥, 이런 아침부터 연애질이라니, 낯뜨겁지도 않아?”
  • 서지연이 불만스러운 듯 걸어왔다.
  • 그렇다!
  • 그녀는 온통 불쾌한 표정이었다.
  • 그녀의 눈에 진호는 그녀의 것이었으나 지금은 알 수 없는 요소가 더 많아졌다.
  • “지연아, 왔어? 이곳에 다른 남자도 없잖아. 있다고 해도 내 눈에 안 차. 네 남자가 내 입맛에 꼭 맞아서 잠시 어깨 좀 빌려 쓰려고, 괜찮지?”
  • 임여함은 거리낌 없이 말했다.
  • “흥, 이런 나쁜 남자는 갖고 싶은 사람이 가져가, 나 임여함과 엮지 말고!”
  • 서지연은 불만스러운 듯 진호의 다른 한쪽에 앉아 그와 함께 앞쪽의 바다를 바라봤다.
  • 진호가 임여함과 단둘이 있는 것이 그녀는 아주 불쾌했다.
  • “됐어, 너 권법을 익히지 않고 여기서 뭐 해?”
  • 진호는 서지연을 나무랄 생각이 없었다.
  • 만약 그가 서지연을 뭐라 하려 했다면 그날 바닷가에서 이미 했을 것이다.
  • “나... 나... 잘 집중이 안 돼. 네가 도와줘...”
  • 서지연이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할 줄 모르겠어? 처음에 입정만 거치면 그 뒤는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텐데 왜 집중이 안 될 수 있지?”
  • 진호는 답답한 듯 말했다.
  • “어머머... 지연아 너 갖고 싶은 사람이 가져가라며? 지금은 왜 구실을 찾아내 옆에 묶어두려고 해!”
  • 임여함은 웃는 듯 마는 듯 서지연을 보고 말했다.
  • 어쩌면 그녀는 진호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게 됐을 수도 있다.
  • ‘어쩐지 그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좋은 친구에게 배신당했다 했어. 이런 사람이 배신당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지.’
  • “흥, 안 되는 걸 어떡해, 왜? 가르쳐주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흥!”
  • 서지연이 차갑게 말하며 고개를 홱 돌려 묵묵히 자기 무릎을 끌어안고 진호와 임여함을 보지 않았다.
  • “정말 못 이겨, 일어나!”
  • 진호는 어이없다는 듯 일어서며 서지연을 향해 말했다.
  • “흥!”
  • 서지연은 여전히 차갑게 말하며 득의양양해서 임여함을 흘끗 쳐다보더니 그제야 순순히 진호 앞으로 다가왔다.
  • 그리고 그가 자기 손을 잡게 했으며 태극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 하지만!
  • 진호가 그녀를 이끌고 태극을 하는 순간에도 서지연은 잊지 않고 득의양양하게 임여함을 쳐다봤다.
  • 마치 임여함에게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 그 모습에 임여함은 어이가 없었다.
  • 다행히 진호와 서지연이 전에 충분한 식량을 저장해 두었다.
  • 몇 마리 흑초의 고기는 그들이 짧은 시간 내에 식량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게 하였다.
  • 덕분에 이들은 더 신속하게 화목하게 서로 어울릴 수 있었다.
  • 셋째 날, 임여함 다리의 상처는 거의 아물게 되었다.
  • 걷기가 좀 느리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 며칠간 진호 일당은 동굴 근처에서 움직였고 너무 멀리 나가지 않았다.
  • 그들은 숲속의 구렁이가 찾아올까 봐 두려웠다.
  • 그렇게 또 이틀이 흘렀다.
  • 볼일 보러 간 유진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달려왔다.
  • “유진아, 왜 그래?”
  • 그녀의 얼굴이 온통 창백하고 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는 모습에 임여함이 황급히 물었다.
  • “뱀이야, 엄청 많은 뱀! 저쪽에 있어, 어떡하지? 그 뱀들이 우리를 찾아왔어. 우리 이제 어떡해?”
  • 유진이 겁에 질려 말했다.
  • 뱀?
  • 유진은 안색이 대뜸 굳어졌고 진호마저 매우 놀랐다.
  • 그는 얼른 유진이 달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 머지않은 곳을 보니 진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 그곳엔 온통 뱀들이었다!
  • 마치 사람의 아기만 한, 팔뚝만 한 굵기에 1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여러 가지 색의 뱀들이 천천히 앞으로 기어 오고 있었다.
  • 적게 말해도 50 마리는 되어 보였다.
  • 어떻게...
  •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 이 뱀들은 마치 군대처럼 보였다.
  • 진호가 보고 있으니 소름이 돋았다!
  • 그는 더는 이 뱀들을 보지 않고 신속하게 동굴로 달려왔다.
  • “얼른 물건 챙기고 도망가!”
  • 진호는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팠다.
  • 저 뱀들에게 둘러싸이는 순간!
  • 진호는 도망갈 자신이 있었다.
  • 하지만 서지연과 남은 세 사람은 어떻게 하지?
  • 도망가야 한다!
  • 이는 진호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게다가 아직 가장 큰 그 뱀은 오지 않은 상황이다.
  • 만약 그 큰 뱀이 직접 쫓아 온다면 진호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 이런 한 무리 뱀을 마음대로 지휘할 수 있는 큰 뱀이라니...
  • 생각만 해도 속이 불편했다.
  • “아... 진호야, 우리... 우리... 어디로 달려야 하지?”
  • 서지연의 목소리가 떨리며 물었다.
  • 도망가!
  • 어디로 도망가지?
  • 또 어디로 도망갈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