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진호가 전에 드림호의 사고에 대해 일말의 환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 남은 것은 깊은 두려움뿐이었다.
삼생 회사가 다른 속셈을 갖고 그들을 이곳에 오게 했다면 그들에겐 목적이 있을 것이다. 여행과 같이 간단한 이유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들은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걸까?
진호는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없다는 것이다.
“너 지금 아마 처음으로 이 사실들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거지? 유진과 한연연에게도 말하지 않았겠지!”
진호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물었다.
“응, 그들은 아직 몰라! 그들이 보기에 이건 그저 우연일 뿐이고 누군가를 탓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 잔혹한 현실을 알려주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아. 아니면 언젠가 생존을 위해 죽을 수도 있고!”
임여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한쪽에서 열심히 권법을 익히고 있는 한연연과 유진을 바라봤다.
“내가 너에게 알려주는 이유는 네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여서야! 넌 위기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으니까. 만약 정말 돌아갈 수 있다면 넌 주저 없이 그 맹한 여자를 데리고 돌아갈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있어 여러 미인을 마주하면 보호하기보단 차지하려 할 거야. 무조건 차지하는 것 말이야. 눈이 높기로 소문난 서지연이 묵묵히 네 곁에 있는 것을 보면 난 너를 진심으로 믿어!”
임여함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난 너의 믿음에 고마워해야겠네?”
진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런 셈이지! 그럼 말해 봐, 나의 믿음에 어떻게 보답할 건지.”
임여함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설마 몸으로 갚으라는 건 아니겠지!”
진호가 아무렇게 대답했다.
“응...”
갑자기 임여함이 얼굴을 붉혔다.
“나 피곤해, 어깨 좀 빌려줘!”
임여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했을 따름이었다.
어제 그녀는 비록 중독되었으나 의식은 멀쩡했다.
그러므로 진호가 그녀의 바지를 벗기고 바로 독을 빨아내던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다만 임여함이 생각지 못했던 것은 진호가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다치지도 않은 것이다.
스치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는 일부러 보여주기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가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절제하고 다른 뜻을 품지 않는다면 이런 남자가 일부러 자신의 그곳을 다치지 않았다고 해도 뭐가 대수일까?
천하에 얼마나 많은 남자가 여자의 바지를 벗기려고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낸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미인의 바지를 벗긴 후...
“흥, 이런 아침부터 연애질이라니, 낯뜨겁지도 않아?”
서지연이 불만스러운 듯 걸어왔다.
그렇다!
그녀는 온통 불쾌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눈에 진호는 그녀의 것이었으나 지금은 알 수 없는 요소가 더 많아졌다.
“지연아, 왔어? 이곳에 다른 남자도 없잖아. 있다고 해도 내 눈에 안 차. 네 남자가 내 입맛에 꼭 맞아서 잠시 어깨 좀 빌려 쓰려고, 괜찮지?”
임여함은 거리낌 없이 말했다.
“흥, 이런 나쁜 남자는 갖고 싶은 사람이 가져가, 나 임여함과 엮지 말고!”
서지연은 불만스러운 듯 진호의 다른 한쪽에 앉아 그와 함께 앞쪽의 바다를 바라봤다.
진호가 임여함과 단둘이 있는 것이 그녀는 아주 불쾌했다.
“됐어, 너 권법을 익히지 않고 여기서 뭐 해?”
진호는 서지연을 나무랄 생각이 없었다.
만약 그가 서지연을 뭐라 하려 했다면 그날 바닷가에서 이미 했을 것이다.
“나... 나... 잘 집중이 안 돼. 네가 도와줘...”
서지연이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 줄 모르겠어? 처음에 입정만 거치면 그 뒤는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텐데 왜 집중이 안 될 수 있지?”
진호는 답답한 듯 말했다.
“어머머... 지연아 너 갖고 싶은 사람이 가져가라며? 지금은 왜 구실을 찾아내 옆에 묶어두려고 해!”
임여함은 웃는 듯 마는 듯 서지연을 보고 말했다.
어쩌면 그녀는 진호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게 됐을 수도 있다.
‘어쩐지 그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좋은 친구에게 배신당했다 했어. 이런 사람이 배신당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지.’
“흥, 안 되는 걸 어떡해, 왜? 가르쳐주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흥!”
서지연이 차갑게 말하며 고개를 홱 돌려 묵묵히 자기 무릎을 끌어안고 진호와 임여함을 보지 않았다.
“정말 못 이겨, 일어나!”
진호는 어이없다는 듯 일어서며 서지연을 향해 말했다.
“흥!”
서지연은 여전히 차갑게 말하며 득의양양해서 임여함을 흘끗 쳐다보더니 그제야 순순히 진호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자기 손을 잡게 했으며 태극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호가 그녀를 이끌고 태극을 하는 순간에도 서지연은 잊지 않고 득의양양하게 임여함을 쳐다봤다.
마치 임여함에게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그 모습에 임여함은 어이가 없었다.
다행히 진호와 서지연이 전에 충분한 식량을 저장해 두었다.
몇 마리 흑초의 고기는 그들이 짧은 시간 내에 식량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게 하였다.
덕분에 이들은 더 신속하게 화목하게 서로 어울릴 수 있었다.
셋째 날, 임여함 다리의 상처는 거의 아물게 되었다.
걷기가 좀 느리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며칠간 진호 일당은 동굴 근처에서 움직였고 너무 멀리 나가지 않았다.
그들은 숲속의 구렁이가 찾아올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또 이틀이 흘렀다.
볼일 보러 간 유진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달려왔다.
“유진아, 왜 그래?”
그녀의 얼굴이 온통 창백하고 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는 모습에 임여함이 황급히 물었다.
“뱀이야, 엄청 많은 뱀! 저쪽에 있어, 어떡하지? 그 뱀들이 우리를 찾아왔어. 우리 이제 어떡해?”
유진이 겁에 질려 말했다.
뱀?
유진은 안색이 대뜸 굳어졌고 진호마저 매우 놀랐다.
그는 얼른 유진이 달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머지않은 곳을 보니 진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곳엔 온통 뱀들이었다!
마치 사람의 아기만 한, 팔뚝만 한 굵기에 1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여러 가지 색의 뱀들이 천천히 앞으로 기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