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함, 우리 같이 조운을 찾자. 어쩌면 그들에게 큰 뱀을 죽일 수 있는 무기가 있을 수도 있어.”
진호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큰 뱀의 위협에 마주하니 진호가 할 수 있는 생각은 어떻게 빨리 이 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였다.
뱀을 죽인다?
아니, 진호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응, 조운 일당은 확실히 많은 무기를 갖고 있어. 조운에게 소총도 있어!”
임여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총! 쓸모가 있길 바라야지!”
진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진호, 식량은?”
서지연이 옆에 놓은 틀에 걸린 고기를 아쉬운 듯 바라보며 물었다.
“옷과 필요한 물건 외에 다른 건 챙기지 마! 여함, 네가 길을 안내해!”
진호가 강하게 말했다.
“그래, 가자!”
임여함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녀는 조운 일당을 찾고 싶지 않았으나 지금 임여함 일당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몇몇은 이 뱀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큰 뱀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다행히 전에 임여함 일당이 가방 몇 개를 가져왔기에 진호와 서지연의 옷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가방은 모두 세 개다!
진호와 임여함이 하나씩 메고 남은 하나가 유진이 메었다.
도끼는 진호가 임여함에게 건네주어 길을 헤치는 곳에 쓰게 했고 자신은 크로바를 손에 움켜쥐었다.
서지연과 한연연의 손에 모두 작은 칼 하나씩 들려져 있었다.
하나는 진호와 서지연이 전에 찾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연연 일당의 것이었다.
유진은 단단한 나뭇가지 하나를 손에 들었다.
유진뿐만 아니라 서지연과 한연연의 손에도 나뭇가지가 들려져 있었다.
한쪽은 이미 뾰족하게 깎아놓았으나 뱀에게 있어 뾰족한 나뭇가지는 그리 큰 위협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위협을 가하는 작용이 있었다.
오 분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정리를 마쳤고 신속하게 동굴을 빠져나왔다.
그들이 동글에서 걸어 나온 순간 그 뱀들은 이미 동굴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왔다.
임여함은 그저 흘끗 바라만 봤고 얼른 몸을 돌려 다른 한 방향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점심때!
진호 일당은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했다.
그들은 식량을 갖고 오지 않았고 물도 조금밖에 없었다.
그들이 갖고 오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비록 며칠 전에 준비했으나 진호는 그들이 이렇게 처참하게 이곳으로 물러나게 될 줄 몰랐다.
유일하게 남은 수분을 마셔버리니 그들은 마실 물이 없는 처지가 되었다.
게다가 더 힘든 것은 뱀이 길을 막는 바람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길을 에돌아 조운 일당이 있는 영지로 가야 했다.
이렇게 되면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길에 뱀이 달라붙어 이틀이 걸려도 도착하지 못할 수 있었다.
“반 시간 휴식하며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떠나자!”
진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생각밖에 십분 밖에 쉬지 않았는데 다시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먼 곳의 작은 나무와 잡초가 이리저리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뱀이다!
큰 뱀!
마치 진호 일당이 생각하는 것에 맞춰주기라도 하듯 먼 곳에서 뱀 머리가 불쑥 솟아올랐다.
커다란 물통처럼 굵은 몸의 직격은 30cm를 넘어 지어 40cm 정도 되어 보였다.
성인의 손바닥만큼 큰 두 눈에 섬뜩한 빛이 번뜩였다.
뱀의 머리에 10cm 정도 되는 노루의 뿔과도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그놈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지만 않았어도 진호는 그것이 전설 속의 생물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마침 혀를 날름거린 덕분에 진호 일당은 그의 입속에 송곳니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게 되었다.
이 무서운 모습에 서지연과 다른 여자들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하지만 바로 이때 임여함과 진호가 빠르게 반응하여 서지연 일당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들의 눈에서 깊은 좌절감이 내비쳤다.
이렇게 큰 뱀 앞에서 살아남을 기회가 있을까?
진호와 임여함은 그들이 살아남을 기회는 10만 분의 일도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가자!”
진호가 힘겹게 한마디 했다.
그는 바닥에 놓인 가방을 메고 서지연 일당을 끌고 빠르게 앞을 향해 달렸다.
달리지 않아?
죽음을 기다리고 싶어?
비록 달려도 살아남을 수 없었으나 달리지 않으면 무조건 죽는다는 것을 진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더는 말하지 않았으며 안색은 몹시 어두웠다.
하지만 진호 일당은 그 머리를 치켜든 뱀의 눈에 온통 재밌다는 듯한 기색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마치 나타난 적이 없는 것처럼 이 큰 뱀은 머리를 숙였고 주위의 나뭇가지와 잡초들이 다시금 좌우로 흔들렸다.
달려라!
멈추지 말고 달려!
이것이 진호 일당을 지탱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또 두 시간 정도 달린 뒤 진호 일당은 다시금 거친 숨을 몰아쉬며 큰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무도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모두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이렇게 해야만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듯이 말이다.
또 십 분이 흘렀다.
먼 곳에서 다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뱀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세 번째로 멈췄을 때 진호 일당은 이미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하늘에 떠 있던 태양은 이미 산 아래로 내려갔다.
산 쪽에서 불그레한 저녁노을이 그림자처럼 비쳤다.
아주 아름답지만 그만큼 처량했다!
늦은 밤, 주위는 어두웠고 진호가 겨우 길을 알아볼 수 있는 것 외에 서지연과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임여함마저 2m 앞에 있는 것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진호야... 어... 어떡해?”
임여함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나무에 올라가!”
진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한편에 가늘고 굵은 가지가 얼기설기 얽힌 큰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은 반드시 방어에 쉽고 공격당하기 어려운 곳을 찾아야만 이 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곧이어 서지연과 다른 여자들이 서로 밀어주며 겨우 네 명 모두 나무에서 4m 정도 되는 곳까지 기어올랐다.
“진호야, 올라와!”
나무 아래에 있는 진호를 보고 서지연이 다급하게 외쳤다.
“여함아, 이 세 명의 단순한 여자들은 제가 잘 보살펴줘! 오늘 고생해서 나뭇가지를 잘 지켜내. 내일 아침 계속 너희를 데리고 조운에게 갈게! 기억해,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해!”
진호는 서지연을 무시하고 임여함에게 말했다.
“진호, 너...”
임여함의 안색이 굳어지더니 외쳤다.
“그놈 오늘 줄곧 고양이와 쥐 게임을 하고 있어. 그놈은 일부러 우리를 쫓고 있어. 목적이 있는 거야. 그놈은 천천히 우리를 잡아 죽이려 해! 오늘 밤 그놈은 한 사람을 잡게 될 거야!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을 때 난 이놈이 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토록 제멋대로 날뛰는지 확인해야겠어!”
진호는 손에 잡은 크로바를 앞으로 척 가리켰다!
200m밖에 커다란 머리 하나가 쑥 나타났다.
혀를 날름거리며 재밌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작은 벌레를 보듯 하찮기 짝이 없다는 눈빛이었다.
고양이와 쥐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래서 어쩔 건데?
“진호야, 안돼...”
가방을 내려놓고 크로바를 쥔 채 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진호를 보고 서지연이 흐느끼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