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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고양이와 쥐의 게임

  • 임여함을 흘끗 보더니, 진호는 생각을 마친 듯했다.
  • “여함, 우리 같이 조운을 찾자. 어쩌면 그들에게 큰 뱀을 죽일 수 있는 무기가 있을 수도 있어.”
  • 진호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 큰 뱀의 위협에 마주하니 진호가 할 수 있는 생각은 어떻게 빨리 이 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였다.
  • 뱀을 죽인다?
  • 아니, 진호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 “응, 조운 일당은 확실히 많은 무기를 갖고 있어. 조운에게 소총도 있어!”
  • 임여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소총! 쓸모가 있길 바라야지!”
  • 진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 “진호, 식량은?”
  • 서지연이 옆에 놓은 틀에 걸린 고기를 아쉬운 듯 바라보며 물었다.
  • “옷과 필요한 물건 외에 다른 건 챙기지 마! 여함, 네가 길을 안내해!”
  • 진호가 강하게 말했다.
  • “그래, 가자!”
  • 임여함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비록 그녀는 조운 일당을 찾고 싶지 않았으나 지금 임여함 일당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들 몇몇은 이 뱀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큰 뱀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 다행히 전에 임여함 일당이 가방 몇 개를 가져왔기에 진호와 서지연의 옷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 가방은 모두 세 개다!
  • 진호와 임여함이 하나씩 메고 남은 하나가 유진이 메었다.
  • 도끼는 진호가 임여함에게 건네주어 길을 헤치는 곳에 쓰게 했고 자신은 크로바를 손에 움켜쥐었다.
  • 서지연과 한연연의 손에 모두 작은 칼 하나씩 들려져 있었다.
  • 하나는 진호와 서지연이 전에 찾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연연 일당의 것이었다.
  • 유진은 단단한 나뭇가지 하나를 손에 들었다.
  • 유진뿐만 아니라 서지연과 한연연의 손에도 나뭇가지가 들려져 있었다.
  • 한쪽은 이미 뾰족하게 깎아놓았으나 뱀에게 있어 뾰족한 나뭇가지는 그리 큰 위협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위협을 가하는 작용이 있었다.
  • 오 분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정리를 마쳤고 신속하게 동굴을 빠져나왔다.
  • 그들이 동글에서 걸어 나온 순간 그 뱀들은 이미 동굴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왔다.
  • 임여함은 그저 흘끗 바라만 봤고 얼른 몸을 돌려 다른 한 방향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 점심때!
  • 진호 일당은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했다.
  • 그들은 식량을 갖고 오지 않았고 물도 조금밖에 없었다.
  • 그들이 갖고 오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 비록 며칠 전에 준비했으나 진호는 그들이 이렇게 처참하게 이곳으로 물러나게 될 줄 몰랐다.
  • 유일하게 남은 수분을 마셔버리니 그들은 마실 물이 없는 처지가 되었다.
  • 게다가 더 힘든 것은 뱀이 길을 막는 바람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길을 에돌아 조운 일당이 있는 영지로 가야 했다.
  • 이렇게 되면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길에 뱀이 달라붙어 이틀이 걸려도 도착하지 못할 수 있었다.
  • “반 시간 휴식하며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떠나자!”
  • 진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 하지만 생각밖에 십분 밖에 쉬지 않았는데 다시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먼 곳의 작은 나무와 잡초가 이리저리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 뱀이다!
  • 큰 뱀!
  • 마치 진호 일당이 생각하는 것에 맞춰주기라도 하듯 먼 곳에서 뱀 머리가 불쑥 솟아올랐다.
  • 커다란 물통처럼 굵은 몸의 직격은 30cm를 넘어 지어 40cm 정도 되어 보였다.
  • 성인의 손바닥만큼 큰 두 눈에 섬뜩한 빛이 번뜩였다.
  • 뱀의 머리에 10cm 정도 되는 노루의 뿔과도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 그놈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지만 않았어도 진호는 그것이 전설 속의 생물이라 여겼을 것이다.
  • 하지만 마침 혀를 날름거린 덕분에 진호 일당은 그의 입속에 송곳니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게 되었다.
  • 이 무서운 모습에 서지연과 다른 여자들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 하지만 바로 이때 임여함과 진호가 빠르게 반응하여 서지연 일당의 입을 틀어막았다.
  • 그들의 눈에서 깊은 좌절감이 내비쳤다.
  • 이렇게 큰 뱀 앞에서 살아남을 기회가 있을까?
  • 진호와 임여함은 그들이 살아남을 기회는 10만 분의 일도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 “가자!”
  • 진호가 힘겹게 한마디 했다.
  • 그는 바닥에 놓인 가방을 메고 서지연 일당을 끌고 빠르게 앞을 향해 달렸다.
  • 달리지 않아?
  • 죽음을 기다리고 싶어?
  • 비록 달려도 살아남을 수 없었으나 달리지 않으면 무조건 죽는다는 것을 진호는 알고 있었다.
  • 그는 더는 말하지 않았으며 안색은 몹시 어두웠다.
  • 하지만 진호 일당은 그 머리를 치켜든 뱀의 눈에 온통 재밌다는 듯한 기색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 마치 나타난 적이 없는 것처럼 이 큰 뱀은 머리를 숙였고 주위의 나뭇가지와 잡초들이 다시금 좌우로 흔들렸다.
  • 달려라!
  • 멈추지 말고 달려!
  • 이것이 진호 일당을 지탱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 또 두 시간 정도 달린 뒤 진호 일당은 다시금 거친 숨을 몰아쉬며 큰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
  • 아무도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모두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이렇게 해야만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듯이 말이다.
  • 또 십 분이 흘렀다.
  • 먼 곳에서 다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뱀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 세 번째로 멈췄을 때 진호 일당은 이미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 하늘에 떠 있던 태양은 이미 산 아래로 내려갔다.
  • 산 쪽에서 불그레한 저녁노을이 그림자처럼 비쳤다.
  • 아주 아름답지만 그만큼 처량했다!
  • 늦은 밤, 주위는 어두웠고 진호가 겨우 길을 알아볼 수 있는 것 외에 서지연과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임여함마저 2m 앞에 있는 것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 “진호야... 어... 어떡해?”
  • 임여함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저 나무에 올라가!”
  • 진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한편에 가늘고 굵은 가지가 얼기설기 얽힌 큰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 그들은 반드시 방어에 쉽고 공격당하기 어려운 곳을 찾아야만 이 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 곧이어 서지연과 다른 여자들이 서로 밀어주며 겨우 네 명 모두 나무에서 4m 정도 되는 곳까지 기어올랐다.
  • “진호야, 올라와!”
  • 나무 아래에 있는 진호를 보고 서지연이 다급하게 외쳤다.
  • “여함아, 이 세 명의 단순한 여자들은 제가 잘 보살펴줘! 오늘 고생해서 나뭇가지를 잘 지켜내. 내일 아침 계속 너희를 데리고 조운에게 갈게! 기억해,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해!”
  • 진호는 서지연을 무시하고 임여함에게 말했다.
  • “진호, 너...”
  • 임여함의 안색이 굳어지더니 외쳤다.
  • “그놈 오늘 줄곧 고양이와 쥐 게임을 하고 있어. 그놈은 일부러 우리를 쫓고 있어. 목적이 있는 거야. 그놈은 천천히 우리를 잡아 죽이려 해! 오늘 밤 그놈은 한 사람을 잡게 될 거야!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을 때 난 이놈이 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토록 제멋대로 날뛰는지 확인해야겠어!”
  • 진호는 손에 잡은 크로바를 앞으로 척 가리켰다!
  • 200m밖에 커다란 머리 하나가 쑥 나타났다.
  • 혀를 날름거리며 재밌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 마치 작은 벌레를 보듯 하찮기 짝이 없다는 눈빛이었다.
  • 고양이와 쥐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래서 어쩔 건데?
  • “진호야, 안돼...”
  • 가방을 내려놓고 크로바를 쥔 채 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진호를 보고 서지연이 흐느끼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