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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역시 시골뜨기는 예의가 없어

  • “역시 자운이 철들고 착해.”
  • 여건명은 흐뭇하게 웃으며 여자운의 어깨를 다독였다.
  • “고씨 가문과 더 사이좋게 지내자. 그리고 네가 시집갈 때 아빠가 혼수를 넉넉히 챙겨 줄게.”
  • “아빠, 고마워요.”
  • 여자운은 달콤하게 말했다.
  • 그녀는 또 우도정의 손님방 문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 ‘친딸이면 무슨 소용이 있어? 나야말로 여씨 가문의 진짜 귀한 아가씨야!’
  • 우도정은 손님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카카오톡을 열고 유짜증을 찾았다.
  • 카이비 국제학원의 원장인 유짜증은 진짜 이름이 유인철이다. 그녀는 한때 이 유인철이 너무 귀찮아서 그의 이름을 유짜증이라고 설정했다.
  • 클릭하고 들어가니 대화창에 있는 유짜증의 뒤에 방해하지 말라는 문자가 표기되어 있었다.
  • 두 사람의 대화 기록은 2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유짜증: [도정아, 시골은 교육 자원이 제한되어 있어.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오지 않을래?]
  • 우도정: [싫어요.]
  • 유짜증: [이유 좀 말해 줄래? 우리 카이비 국제학원의 교육 자원이 마음에 안 들어? 아니면?(가여운 표정의 이모티콘)]
  • 우도정: [이유가 없어요. 이유를 꾸며 대기도 귀찮아요.]
  • 유짜증: [(속상한 표정의 이모티콘)]
  • 3개월 뒤.
  • 유짜증: [도정아, 황금 가을 9월의 개학이 다가오고 있어. 카이비 국제학원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래?]
  • 유짜증: [생각해 보지 않겠다면 내일 다시 물어볼게.]
  • 이튿날.
  • 유짜증: [도정아, 이젠 황금 가을 9월 개학 시즌이야. 정말 카이비 국제학원을 생각해 보지 않을 거야?]
  • 유짜증: [생각해 보지 않겠다면 며칠 뒤에 다시 물어볼게.]
  • 2년 동안의 대화 기록 거의 모두가 그녀를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오라고 꼬드기는 문자였다.
  • 그녀는 하얀 손가락을 잽싸게 놀려 마침내 상대방에게 한마디 답장했다.
  • [좋아요.]
  • 상대방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
  • 유짜증: [잘됐어! 난 2년 동안 기다렸고 넌 마침내 대답했어. 개학하는 날 내가 너를 데리러 차를 보낼게!]
  • 유짜증: [아니, 아니야. 내가 직접 너를 데리러 갈 거야!]
  • 곧 개학 날짜가 다가왔다.
  • 여씨 가문은 예전에 모든 아이에게 각각 차 한 대와 운전기사를 붙여 등하교 전용으로 했다.
  • 정은주는 아침 식사 시간에 여건명을 바라보며 우도정에게도 차 한 대를 준비해 달라고 제안했다.
  • 하지만 제일 먼저 노부인이 반대했다.
  • “그 계집애는 아직 입학시험도 어떻게 치를지 모르는데 뭐가 그리 급해?”
  • 정은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간절한 눈빛으로 여건명만 바라보았다.
  • 그러나 여건명은 모르는 척했다.
  • 그는 노부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 우도정은 입학시험에서 분명히 실패할 것이다. 차까지 내주어 요란하게 떠들다가 괜히 웃음거리를 만들어 여씨 가문의 체면을 구길 일이 있는가?
  • “도정아, 내 차를 같이 타자.”
  • 여자운이 다정하게 말했다.
  • “아니, 날 데리러 오는 차가 있어.”
  • 우도정은 바로 거절했다.
  • 여자운은 대뜸 표정이 굳어졌다.
  • 그러나 자기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잠깐 망설이다가 또 서류봉투를 꺼내어 우도정에게 건넸다.
  • “이건 진우 오빠가 예전에 본 시험지야. 카이비 국제학원에서 진우 오빠는 줄곧 공부의 신이었어. 네가 입학시험을 보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가져가서 봐…”
  • 그녀의 이 행동은 다른 사람의 눈에 철들고 착하게 보였다.
  • 우도정은 수저를 내려놓은 뒤 소자운이 들고 있는 서류봉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일어나 자리를 떴다.
  • “너 그게 무슨 태도야?! 역시 시골뜨기는 예의가 없어!”
  • 노부인은 화가 나서 식탁을 탁 치며 호통쳤다.
  • “도정아, 화내지 마. 내 차에 태워 줄 테니 굳이 택시를 탈 필요가 없어.”
  • 여자운은 서둘러 수저를 내려놓고 정은주보다 먼저 우도정을 쫓아갔다.
  • 정말 철들고 약삭빠르며 남을 생각하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연출했다.
  • 그러나 그녀가 쫓아 나갔을 때 우도정은 이미 검은색 리무진 승용차에 타고 있었다.
  • 차의 엠블럼은… 링컨이었다!
  • 그러나 그녀가 차 번호판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차가 이미 커브를 돌아 사라졌다.
  • 북의시에서 여씨 가문의 지위를 좋게 말하면 명문가지만, 실제로는 명문가에 겨우 턱걸이한 셈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눠 주는 차량도 기껏해야 수천만 원짜리 BMW일 뿐이다.
  • 그런데 우도정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고급 차를 부른단 말인가?!
  • ‘맞아. 우도정이 방금 타고 간 차는 분명히 그 계집애가 인터넷으로 부른 거야. 그렇지 않으면 두메산골을 떠난 지 며칠도 안 되는 시골뜨기가 어떻게 북의시에서 이런 고급 차를 모는 친구를 알 수 있겠어? 그것도 나조차 타 본 적이 없는 리무진 링컨을! 설마 어느 벼락부자를 꼬셔서 세컨드가 된 건 아니겠지?! 정말 그렇다면 너무 잘됐어!’
  • 바로 여자운이 한창 온갖 추측을 하고 있을 때 문득 빨간색 페라리 한 대가 그녀의 앞에 와서 멈춰 섰다.
  • 차 문이 열리며 하얀색 구두에 하얀색 정장 바지를 입은 긴 다리가 먼저 내려오고 곧이어 한 남자의 앳된 얼굴이 나타났다.
  • “아가씨,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며칠 전에 이 집으로 온 아가씨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