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가문과 더 사이좋게 지내자. 그리고 네가 시집갈 때 아빠가 혼수를 넉넉히 챙겨 줄게.”
“아빠, 고마워요.”
여자운은 달콤하게 말했다.
그녀는 또 우도정의 손님방 문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친딸이면 무슨 소용이 있어? 나야말로 여씨 가문의 진짜 귀한 아가씨야!’
…
우도정은 손님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카카오톡을 열고 유짜증을 찾았다.
카이비 국제학원의 원장인 유짜증은 진짜 이름이 유인철이다. 그녀는 한때 이 유인철이 너무 귀찮아서 그의 이름을 유짜증이라고 설정했다.
클릭하고 들어가니 대화창에 있는 유짜증의 뒤에 방해하지 말라는 문자가 표기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 기록은 2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짜증: [도정아, 시골은 교육 자원이 제한되어 있어.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오지 않을래?]
우도정: [싫어요.]
유짜증: [이유 좀 말해 줄래? 우리 카이비 국제학원의 교육 자원이 마음에 안 들어? 아니면?(가여운 표정의 이모티콘)]
우도정: [이유가 없어요. 이유를 꾸며 대기도 귀찮아요.]
유짜증: [(속상한 표정의 이모티콘)]
3개월 뒤.
유짜증: [도정아, 황금 가을 9월의 개학이 다가오고 있어. 카이비 국제학원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래?]
유짜증: [생각해 보지 않겠다면 내일 다시 물어볼게.]
이튿날.
유짜증: [도정아, 이젠 황금 가을 9월 개학 시즌이야. 정말 카이비 국제학원을 생각해 보지 않을 거야?]
유짜증: [생각해 보지 않겠다면 며칠 뒤에 다시 물어볼게.]
…
2년 동안의 대화 기록 거의 모두가 그녀를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오라고 꼬드기는 문자였다.
그녀는 하얀 손가락을 잽싸게 놀려 마침내 상대방에게 한마디 답장했다.
[좋아요.]
상대방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
유짜증: [잘됐어! 난 2년 동안 기다렸고 넌 마침내 대답했어. 개학하는 날 내가 너를 데리러 차를 보낼게!]
유짜증: [아니, 아니야. 내가 직접 너를 데리러 갈 거야!]
곧 개학 날짜가 다가왔다.
여씨 가문은 예전에 모든 아이에게 각각 차 한 대와 운전기사를 붙여 등하교 전용으로 했다.
정은주는 아침 식사 시간에 여건명을 바라보며 우도정에게도 차 한 대를 준비해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제일 먼저 노부인이 반대했다.
“그 계집애는 아직 입학시험도 어떻게 치를지 모르는데 뭐가 그리 급해?”
정은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간절한 눈빛으로 여건명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건명은 모르는 척했다.
그는 노부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우도정은 입학시험에서 분명히 실패할 것이다. 차까지 내주어 요란하게 떠들다가 괜히 웃음거리를 만들어 여씨 가문의 체면을 구길 일이 있는가?
“도정아, 내 차를 같이 타자.”
여자운이 다정하게 말했다.
“아니, 날 데리러 오는 차가 있어.”
우도정은 바로 거절했다.
여자운은 대뜸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자기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잠깐 망설이다가 또 서류봉투를 꺼내어 우도정에게 건넸다.
“이건 진우 오빠가 예전에 본 시험지야. 카이비 국제학원에서 진우 오빠는 줄곧 공부의 신이었어. 네가 입학시험을 보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가져가서 봐…”
그녀의 이 행동은 다른 사람의 눈에 철들고 착하게 보였다.
우도정은 수저를 내려놓은 뒤 소자운이 들고 있는 서류봉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일어나 자리를 떴다.
“너 그게 무슨 태도야?! 역시 시골뜨기는 예의가 없어!”
노부인은 화가 나서 식탁을 탁 치며 호통쳤다.
“도정아, 화내지 마. 내 차에 태워 줄 테니 굳이 택시를 탈 필요가 없어.”
여자운은 서둘러 수저를 내려놓고 정은주보다 먼저 우도정을 쫓아갔다.
정말 철들고 약삭빠르며 남을 생각하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연출했다.
그러나 그녀가 쫓아 나갔을 때 우도정은 이미 검은색 리무진 승용차에 타고 있었다.
차의 엠블럼은… 링컨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차 번호판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차가 이미 커브를 돌아 사라졌다.
북의시에서 여씨 가문의 지위를 좋게 말하면 명문가지만, 실제로는 명문가에 겨우 턱걸이한 셈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눠 주는 차량도 기껏해야 수천만 원짜리 BMW일 뿐이다.
그런데 우도정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고급 차를 부른단 말인가?!
‘맞아. 우도정이 방금 타고 간 차는 분명히 그 계집애가 인터넷으로 부른 거야. 그렇지 않으면 두메산골을 떠난 지 며칠도 안 되는 시골뜨기가 어떻게 북의시에서 이런 고급 차를 모는 친구를 알 수 있겠어? 그것도 나조차 타 본 적이 없는 리무진 링컨을! 설마 어느 벼락부자를 꼬셔서 세컨드가 된 건 아니겠지?! 정말 그렇다면 너무 잘됐어!’
바로 여자운이 한창 온갖 추측을 하고 있을 때 문득 빨간색 페라리 한 대가 그녀의 앞에 와서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며 하얀색 구두에 하얀색 정장 바지를 입은 긴 다리가 먼저 내려오고 곧이어 한 남자의 앳된 얼굴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