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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냉찜질과 온찜질

  • “앙…”
  • 여자청의 울음소리가 별장 전체에 울렸다.
  • “왜 그래? 왜 그래?”
  • 노부인이 여자운의 부축을 받으며 허둥지둥 3층으로 올라왔다.
  • “엉엉… 할머니, 살려 주세요. 이 시골뜨기가 저를 밀었어요! 엉엉…”
  • 여자청은 노부인의 품에 뛰어들어 울며불며 하소연했다.
  • “…”
  • 우도정은 어이가 없었다.
  • “울지 마. 울지 마. 할머니가 네 울분을 풀어 줄 거야.”
  • 노부인은 여자청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며 달랬다.
  • “할머니한테 보여 줘. 어디를 다쳤어?”
  • 여자청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 그의 이마에는 이미 커다란 혹이 생겼다.
  • “세상에, 어쩌다가 이리 심하게 부딪힌 거야? 얼굴이 망가지는 거 아니야?”
  • 여자운이 과장되게 호들갑을 떨었다.
  • 여자청은 얼굴이 망가진다는 말에 깜짝 놀라 더 심하게 울었다.
  • “자청아, 엄마한테 보여 줘. 미안해. 엄마 탓이야. 엄마가 너를 잘 지키지 못했어…”
  • 정은주는 황급히 다가가 여자청을 안으려 했다. 그러나 노부인이 그녀를 콱 밀어냈다.
  • “보긴 뭘 봐? 어서 의사를 불러오지 않고!”
  • 노부인은 정은주에게 호통치고 또 우도정을 노려보았다.
  • “이따가 두고 보자!”
  • “…”
  • 우도정은 은근히 화가 났다.
  • 별장 전체가 여자청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 여자운은 한쪽 옆에 버려진 우도정을 보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 ‘시골뜨기는 엄마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 1층의 거실.
  • 여자청은 너무 울어서 두 눈이 벌겋게 부어오른 채 노부인의 품에 안겨 계속 흐느꼈다. 노부인은 더없이 가슴 아팠다.
  • 그녀는 정은주에게 빨리 가정의를 부르라고 호통친 뒤 고용인에게 어서 계란을 삶으라고 재촉했다.
  • 곧 고용인이 방금 삶아서 아직 뜨끈뜨끈한 계란을 무명천에 감싸 들고 왔다.
  • “자청아, 울지 마. 계란을 몇 번 굴리면 아프지 않을 거야.”
  • 노부인은 삶은 계란을 받아 여자청의 상처에 굴리려 했다. 이때 한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뜨거운 계란으로 찜질하면 안 돼요. 얼음찜질해야 해요.”
  • 사람들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계단 입구에 우도정이 서 있었다.
  • 그녀는 여전히 너덜너덜한 원피스 차림에 낡은 천 가방을 메고 있었지만, 온몸에 고결한 기운이 흐르며 시골 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네가 뭘 알아? 뜨거운 계란으로 찜질해야 피가 돌고 어혈이 풀려 부은 게 내릴 수 있어.”
  • 노부인은 우도정을 힐끗 쏘아보았다.
  • 그리고 삶은 계란을 여자청의 상처에 살살 굴렸다.
  • “아… 아파요!”
  • 여자청은 아파서 또 울음을 터뜨렸다.
  • “아파도 참아. 반드시 뜨거운 계란으로 찜질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부은 게 내리지 않아.”
  • 노부인은 고용인을 불러 여자청을 붙잡게 했다.
  • 정은주는 가슴이 아파도 노부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그냥 애간장을 태우며 지켜보기만 했다.
  • 이때 부드러운 손이 노부인의 손을 잡았다.
  • “뭐 하는 거야?!”
  • 노부인은 성난 눈빛으로 우도정을 쳐다보았다.
  • “냉찜질해야 해요.”
  • 우도정은 싸늘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
  • “꺼져! 방해하지 말고. 여태껏 내가 먹은 소금이 네가 먹은 밥보다 훨씬 많아. 내가 내 손자를 해칠 것 같아?!”
  • 노부인은 우도정의 손을 뿌리쳤다.
  • 그녀는 지난번에 방 부인이 이런 식으로 자기 손자의 어혈을 풀어 주는 장면을 직접 보았다. 그러니 틀림없을 것이다!
  • “…”
  • 우도정은 할 말을 잃었다.
  • 여자청은 이 기회에 노부인의 품에서 빠져나와 정은주의 품에 뛰어들며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찡그리고 계속 흐느꼈다. 정말 불쌍했다.
  • 노부인은 화가 났다. 바로 그녀가 고용인에게 여자청을 끌어오라고 명하려 할 때 마침 가정의가 도착했다.
  • “큰 문제는 없어요. 얼음찜질을 좀 하고 비염약을 먹이면 돼요. 더 이상 약을 처방할 필요가 없어요…”
  • 의사는 진찰을 마치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 하지만 노부인이 들고 있는 계란에 눈길이 닿는 순간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 “막 다쳤을 때 온찜질하면 절대 안 돼요. 모세혈관의 충혈이 빨라져서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어요. 반드시 냉찜질하고 24시간 뒤에 온찜질해야 부은 것과 어혈을 없앨 수 있어요. 반드시 24시간이 지난 뒤에 온찜질해야 해요.”
  • 의사는 냉찜질을 힘주어 말했다. 노부인은 약간 창피한 느낌이 들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우도정을 힐끗 보았다.
  • ‘시골뜨기 말괄량이가 어떻게 이런 의학 지식을 알 수 있지? 틀림없이 장님이 어쩌다가 문고리를 제대로 잡은 거야!’
  • 노부인은 고용인에게 계란을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 “어서 얼음 조각을 가져오지 않고 뭐해?”
  • 분명히 어색한 상황을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호통이었다.
  • 여자청은 아직도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우도정을 노려보았다.
  • 그 눈빛은 분명히 그녀를 원망하고 있었다.
  • ‘넌 날 도와준 게 아니야.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겠어?’
  • “…”
  • 우도정은 기분이 씁쓸했다.
  • 가정의가 돌아간 뒤 정은주가 얼음 조각으로 여자청의 이마를 찜질해 주며 우도정에게 조용히 물었다.
  • “도정아, 넌 냉찜질해야 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 “산길은 울퉁불퉁해요. 전 어렸을 때 자주 다쳤는데 외할머니께서 계속 이렇게 처치해 주셨어요.”
  • 우도정은 눈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 그녀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은 모두 들었다.
  • ‘우도정이 의술을 좀 아는 줄로 알았더니 알고 보니 의사도 없는 시골에서 스스로 터득한 민간요법이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