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정은 정말 여자운보다 더 예뻤다. 이제 성인이 되어 여씨 가문을 위해 정략혼인을 맺는다면…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갈 거예요.”
우도정은 갈비를 먹으며 말했다.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유롭게 또 갈비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마치 방금 한 말이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갈비가 정말 맛있다는 것처럼.
“너 뭘 믿고 그렇게 우쭐거려? 시골의 그 허름한 학교에서 영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텐데 카이비 국제학원에 들어가 어떻게 수업을 듣겠어?! 대학입시에서 빵점을 맞고 여씨 가문을 망신시키고 싶어?!”
여건명은 식탁을 탁 내리치며 버럭 화를 냈다.
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그들은 이미 우도정의 예전 공부 성적을 알아보았다.
비록 전교 1등이지만, 그녀가 다닌 학교는 빈곤 퇴치 교육 지원 차원에서 세워진 학교였다.
매년 한두 명의 선생님이 그곳에 가서 여러 가지 과목을 겸해 가르치다가 6개월도 안 되어 떠난다.
그런 환경에서 아무리 전교 1등을 차지한들 실제 실력은 얼마나 되겠는가?
“그까짓 성적으로 카이비 국제학원에 들어가 망신당하지 마! 너 능력이 있으면 제일고등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고… 반에서 10등 안에만 들어도 자청의 서재를 너한테 줄게.”
여건명은 시큰둥하게 웃으며 우도정의 학교를 정했다.
북의시의 공립학교인 제일고등학교도 비록 매년 서울대와 연세대에 가는 학생이 어느 정도씩 있지만, 교수진의 자격과 실력은 카이비 국제학원보다 한참 부족했다.
카이비 국제학원은 4대 가문의 하나인 유씨 가문이 100년 전에 설립한 학원으로서 이곳의 학생들은 모두 국제 명문대를 지망하고 있다.
설령 대학입시에서 국제 명문대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카이비 대학에 들어가 졸업하면 여전히 사회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도정아, 네 생각은 어때?”
정은주가 물었다.
우도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느긋하게 음식을 먹었다.
노부인은 입맛이 없어서 몇 입 먹고 진작 수저를 내려놓고 있었다.
그녀는 우도정이 걸신들린 듯이 야채까지 남김없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언짢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러다가 배탈이 나겠어.”
“할머니, 도정이는 시골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 봤을 거예요.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어서 통제할 수 없나 본데 나중에 나가 산책 좀 하면 괜찮을 거예요.”
여자운이 말했다.
그녀의 말은 우도정을 어색한 상황에서 구해 주는 것 같지만, 사실 자세히 따져 보면 시골뜨기가 체면을 차릴 줄 모른다는 뜻이었다.
여건명은 우도정의 외모를 보고 약간 좋아졌던 감정이 다시 사라졌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학교 일은 이렇게 결정하는 거야.”
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도정은 음식을 마지막 한 입까지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냅킨으로 우아하게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저는 음식을 낭비하는 버릇이 없어요.”
여건명은 발걸음을 주춤했다.
여씨 그룹은 벼락부자로부터 시작했지만, 줄곧 운영이 잘되지 않았다.
한때 계속 적자를 보다가 겨우 흑자를 내기 시작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같은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또 이윤이 점점 적어졌다.
만약 지난 몇 년 동안 고씨 가문의 협력과 지지가 없었다면 그들은 지금 이 사치스러운 생활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돈을 벌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여건명은 가족에게 소박하게 살 것은 요구하지 않았지만, 낭비하는 것은 안 된다고 자주 말했다.
그런데 지금 우도정에게 오히려 그들이 낭비하는 것처럼 보인 것일까?
“그건 정말 좋은 버릇이야.”
여자운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
‘내숭이야. 내숭! 너 언제까지 내숭을 떠나 두고 보자!’
우도정은 그녀의 비웃음을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교는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갈 거예요. 저를 카이비에 보낼 수 없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손님방 쪽으로 향했다.
“너 사람 말을 못 알아들은 거야?!”
여건명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발끈했다.
“아빠, 화내지 마세요. 우도정은 아마도 저랑 같은 학교에 가고 싶나 봐요.”
여자운은 여건명을 달랬다.
“도정이 도대체 자기 능력을 얼마나 대단하게 여기는 거야? 카이비가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로 아나? 시골에서 따낸 그까짓 성적으로 카이비 입학시험이나 통과할 수 있겠어? 이건 일부러 여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겠다는 거잖아.”
여건명은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시도해 보지 않고 우도정이 정말 안 된다는 거 어떻게 알아요?”
여자운은 정말 우도정을 위해 좋은 말을 하는 듯이 말투도 아주 부드러웠다.
“자운의 말이 맞아. 시도해 보지 않으면 자기가 어떤 쓰레기인지 절대 모를 거야.”
노부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비에 가겠다면 그냥 보내. 그러면 남들의 눈에도 우리가 입양한 양딸을 친자식과 차별하지 않고 만족시킨 거로 보일 수 있어. 카이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걔 자신에게 달린 문제야.”
여건명은 노부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도정이 시험을 쳐서 카이비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오히려 여씨 가문이 두메산골에서 온 양딸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도 학교에서 그녀의 요구에 따라 가장 편한 쪽으로 선택하게 했지만, 여전히 능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제일고등학교에 보냈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