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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시도해 보지 않고 어떻게 알아요?

  • 우도정의 이 모습은 그녀에 대한 여건명의 나쁜 감정을 약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 우도정은 정말 여자운보다 더 예뻤다. 이제 성인이 되어 여씨 가문을 위해 정략혼인을 맺는다면…
  •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갈 거예요.”
  • 우도정은 갈비를 먹으며 말했다.
  •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녀는 여유롭게 또 갈비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 마치 방금 한 말이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갈비가 정말 맛있다는 것처럼.
  • “너 뭘 믿고 그렇게 우쭐거려? 시골의 그 허름한 학교에서 영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텐데 카이비 국제학원에 들어가 어떻게 수업을 듣겠어?! 대학입시에서 빵점을 맞고 여씨 가문을 망신시키고 싶어?!”
  • 여건명은 식탁을 탁 내리치며 버럭 화를 냈다.
  • 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그들은 이미 우도정의 예전 공부 성적을 알아보았다.
  • 비록 전교 1등이지만, 그녀가 다닌 학교는 빈곤 퇴치 교육 지원 차원에서 세워진 학교였다.
  • 매년 한두 명의 선생님이 그곳에 가서 여러 가지 과목을 겸해 가르치다가 6개월도 안 되어 떠난다.
  • 그런 환경에서 아무리 전교 1등을 차지한들 실제 실력은 얼마나 되겠는가?
  • “그까짓 성적으로 카이비 국제학원에 들어가 망신당하지 마! 너 능력이 있으면 제일고등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고… 반에서 10등 안에만 들어도 자청의 서재를 너한테 줄게.”
  • 여건명은 시큰둥하게 웃으며 우도정의 학교를 정했다.
  • 북의시의 공립학교인 제일고등학교도 비록 매년 서울대와 연세대에 가는 학생이 어느 정도씩 있지만, 교수진의 자격과 실력은 카이비 국제학원보다 한참 부족했다.
  • 카이비 국제학원은 4대 가문의 하나인 유씨 가문이 100년 전에 설립한 학원으로서 이곳의 학생들은 모두 국제 명문대를 지망하고 있다.
  • 설령 대학입시에서 국제 명문대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카이비 대학에 들어가 졸업하면 여전히 사회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 “도정아, 네 생각은 어때?”
  • 정은주가 물었다.
  • 우도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느긋하게 음식을 먹었다.
  • 노부인은 입맛이 없어서 몇 입 먹고 진작 수저를 내려놓고 있었다.
  • 그녀는 우도정이 걸신들린 듯이 야채까지 남김없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언짢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저러다가 배탈이 나겠어.”
  • “할머니, 도정이는 시골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 봤을 거예요.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어서 통제할 수 없나 본데 나중에 나가 산책 좀 하면 괜찮을 거예요.”
  • 여자운이 말했다.
  • 그녀의 말은 우도정을 어색한 상황에서 구해 주는 것 같지만, 사실 자세히 따져 보면 시골뜨기가 체면을 차릴 줄 모른다는 뜻이었다.
  • 여건명은 우도정의 외모를 보고 약간 좋아졌던 감정이 다시 사라졌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 “학교 일은 이렇게 결정하는 거야.”
  • 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 우도정은 음식을 마지막 한 입까지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 그녀는 냅킨으로 우아하게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 “저는 음식을 낭비하는 버릇이 없어요.”
  • 여건명은 발걸음을 주춤했다.
  • 여씨 그룹은 벼락부자로부터 시작했지만, 줄곧 운영이 잘되지 않았다.
  • 한때 계속 적자를 보다가 겨우 흑자를 내기 시작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같은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또 이윤이 점점 적어졌다.
  • 만약 지난 몇 년 동안 고씨 가문의 협력과 지지가 없었다면 그들은 지금 이 사치스러운 생활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 돈을 벌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여건명은 가족에게 소박하게 살 것은 요구하지 않았지만, 낭비하는 것은 안 된다고 자주 말했다.
  • 그런데 지금 우도정에게 오히려 그들이 낭비하는 것처럼 보인 것일까?
  • “그건 정말 좋은 버릇이야.”
  • 여자운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
  • ‘내숭이야. 내숭! 너 언제까지 내숭을 떠나 두고 보자!’
  • 우도정은 그녀의 비웃음을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학교는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갈 거예요. 저를 카이비에 보낼 수 없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 그녀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손님방 쪽으로 향했다.
  • “너 사람 말을 못 알아들은 거야?!”
  • 여건명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발끈했다.
  • “아빠, 화내지 마세요. 우도정은 아마도 저랑 같은 학교에 가고 싶나 봐요.”
  • 여자운은 여건명을 달랬다.
  • “도정이 도대체 자기 능력을 얼마나 대단하게 여기는 거야? 카이비가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로 아나? 시골에서 따낸 그까짓 성적으로 카이비 입학시험이나 통과할 수 있겠어? 이건 일부러 여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겠다는 거잖아.”
  • 여건명은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
  • “그러나 시도해 보지 않고 우도정이 정말 안 된다는 거 어떻게 알아요?”
  • 여자운은 정말 우도정을 위해 좋은 말을 하는 듯이 말투도 아주 부드러웠다.
  • “자운의 말이 맞아. 시도해 보지 않으면 자기가 어떤 쓰레기인지 절대 모를 거야.”
  • 노부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 “카이비에 가겠다면 그냥 보내. 그러면 남들의 눈에도 우리가 입양한 양딸을 친자식과 차별하지 않고 만족시킨 거로 보일 수 있어. 카이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걔 자신에게 달린 문제야.”
  • 여건명은 노부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 우도정이 시험을 쳐서 카이비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오히려 여씨 가문이 두메산골에서 온 양딸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도 학교에서 그녀의 요구에 따라 가장 편한 쪽으로 선택하게 했지만, 여전히 능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제일고등학교에 보냈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