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여씨 가문
- 그러나 우도정은 이 속도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고침으로 다시 시작했다.
- 결국 그녀는 차가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오르고 또 두 시간 만에 북의시 공항에 착륙할 때까지 밥 먹는 시간을 빼고 거의 모든 시간을 들여서 끊임없이 이 코스를 경신해 마침내 최고 기록을 깼다.
- 3초 동안 기억하고 27초 만에 완성하며 오류율이 0퍼센트였다.
- 이때 카카오톡에 연거푸 문자가 들어왔다.
- 돼지 한 마리: [까마귀야, 까마귀야, 정말 주문을 안 받을 거야?!]
- 돼지 한 마리: [누가 3배의 가격을 주겠다고 했어. 정말 생각도 안 할 거야?]
- 돼지 한 마리: [3배야! 3배!]
- 우도정은 짜증스럽게 혀를 차며 상대방에게 단 두 글자를 답장했다.
- 까마귀: [싫어.]
- 돼지 한 마리: [여덟 자릿수나 되는 가격도 싫으면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 까마귀: [쉴 거야.]
- 돼지 한 마리: [그럼 언제까지 쉴 거야. 나도 저쪽에 답장해야 하잖아.]
- 까마귀: [기분을 봐서.]
- 돼지 한 마리: [너무 제멋대로야!]
- 여건명의 눈에는 휴대폰을 들고 게임하는 우도정이 인터넷에 중독된 소녀로만 보였다.
- 비행기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여자운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 ‘역시 우도정을 여씨 가문의 딸로 공개하지 않는 게 옳은 결정이야. 나중에 여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면 어떡하나?’
- …
- 시골 마을.
- 우 노부인은 마당에서 약초를 말리고 있었다. 이때 울타리 밖으로 위장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걸어왔다.
- 리더는 신이 정성 들여 다듬은 듯 잘생긴 얼굴에 몸매가 훤칠했다. 다만 왼쪽 가슴에 피 흔적이 많아서 좀 끔찍하게 보일 뿐이었다. 분명히 상처를 입었지만, 이미 처치한 모습이었다.
- 그의 뒤로 앳된 얼굴의 남자가 따라왔다.
- “병을 보일 거예요? 아니면 약을 살 거예요?”
- 우 노부인은 손에서 약초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
- 진호연은 주머니에서 피가 가득 묻은 천 조각을 꺼냈다.
- 우 노부인은 바로 그 천 조각을 알아보고 경계심을 품었다.
- 이 천 조각은 그녀가 우도정에게 지어 준 원피스 자락에서 찢어진 한 부분이었다.
- 그녀는 오전에 우도정이 돌아왔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진호연의 가슴에 묻은 피 흔적에 눈길을 돌렸다.
- “당신들은…”
- 진호연은 우 노부인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 부드러운 말투로 설명했다.
- “저희는 나라의 특전사예요. 저희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이 아가씨가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을 주고 저를 구해 주기까지 했어요. 이 아가씨는 저희와 함께 돌아가서 임무 기록을 작성해야 해요. 그리고 저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요.”
- “그렇군요. 그런데 한발 늦었어요.”
- 우 노부인은 긴장을 풀었다.
- “걔는 두 시간 전에 떠났어요.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 진호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 “어디로 갔어요?”
- 우 노부인은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대답했다.
- “북의시의 여씨 가문으로 갔어요.”
-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 진호연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 유일석은 진호연의 뒤를 쫓아와 웃으며 물었다.
- “대장, 부대를 너무 오래 떠나 있은 거 아니에요? 아니면 기억이 잘못된 거예요? 우리 부대에 언제부터 임무가 끝난 뒤에 기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어요?”
- “1분 전부터 있었어.”
- “…”
- 유일석은 어이가 없었다.
- 진호연은 피 묻은 천 조각을 유일석에게 건네며 말했다.
- “깨끗이 씻어서 내일 주인의 주소에 보내 줘.”
- 북의시 공항.
- 여씨 가문의 차량 세 대가 사람을 데리러 나왔다. 여건명은 일이 좀 생겨서 회사로 가야 하고 남은 모녀 세 명이 먼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 한 시간 30분 뒤, 차가 여씨 가문 별장 마당에 들어섰다.
- “도정아, 우리 집에 도착했어.”
- 차에서 내린 뒤 정은주가 열정적으로 우도정을 안내했다.
- “집에는 네 할머니와 큰오빠, 셋째 동생이 있어.”
- 우도정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할머니, 다녀왔어요.”
- 여자운은 맨 앞에서 걸었다.
- 그녀는 백을 고용인에게 맡기고 곧장 거실로 들어가며 자기야말로 이 집의 아가씨라는 티를 냈다.
- “누나, 돌아왔어? 내 선물은 가져왔어?”
- 예닐곱 살쯤 된 남자애가 거실에서 뛰어나왔다.
- 여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 여자청이었다.
- “그 두메산골에서 무슨 선물을 가져왔겠어?!”
- 거실 안에서 안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긴, 웃음만 낭비할 뿐이에요.”
- 여자청은 시큰둥하게 다시 소파에 앉아 게임기를 갖고 놀기 시작했다.
- 우도정은 정은주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유럽식 바로크 스타일로 꾸며진 거실은 화려하고 으리으리했다.
- 하얀 머리카락에 화려한 옷차림의 노부인이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 여자운은 노부인의 곁에 얌전히 앉아 그녀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 “할머니, 큰오빠는요?”
- “점심 때쯤에 아마존으로 날아갔어. 무슨 생물학 연구 기지를 보러 간다면서.”
- 여 노부인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 정은주는 이 말들 듣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 그녀는 오늘 아침에 시골로 떠나기 전에 큰아들을 붙잡고 오늘 우도정을 데려오는 날이니 저녁에 꼭 한 가족이 다 같이 만나자고 신신당부했었다.
- 그러나 큰아들은 원래 제멋대로 하는 성격인 데다가 여씨 가문의 자랑이므로 그녀도 함부로 탓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서운한 마음을 억누르며 우도정을 데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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