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친어머니
- 클럽을 나서자 차가운 밤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왔다.
- 서하은은 문득 걸음을 늦추더니 가로등 불빛조차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멈춰 섰다. 그녀는 뒤따라오던 차도현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전에 최고집정관이 내게 회사 하나 준 적 있었지? 삭주성에 있는."
- 차도현은 잠시 멈칫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신성엔터테인먼트입니다. 삭주성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이자 동륙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입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 서하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 "지호 앞으로 넘겨."
- 차도현의 걸음이 그대로 멈췄다.
- "...무슨 말씀이십니까?"
- "전부. 지분도, 자산도 전부 지호 명의로 넘겨."
- 차도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 "그 회사는 삭주성 업계 1위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차지하려고 혈안이 된 곳인데, 정말 전부 넘기시겠다는 겁니까?"
- "회사 하나일 뿐이야."
- 서하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 "지호가 잃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 그녀에게 돈은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 차도현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서하은을 따르는지.
-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 ……
- 한편, 병원.
- 박성웅은 분노에 찬 얼굴로 병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일그러진 얼굴은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눈에는 살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 태어나 지금까지 이런 치욕을 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그런데 오늘, 여자 하나에게 두 다리를 짓밟혀 처참하게 망가졌다.
- "그 계집이..."
- 이를 악문 그의 목소리가 병실 안을 울렸다.
- "반드시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고 말겠어."
- 입원하자마자 박성웅은 가장 먼저 사람을 시켜 서씨 집안에 연락을 넣었다.
- 전화가 서윤인에게 전달된 순간.
- 거실에서는 무언가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산산이 깨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 윤아연과 서하영은 동시에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 "무슨 일이에요?"
- 윤아연이 놀란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묻자, 서윤인은 이를 악문 채 차갑게 내뱉었다.
- "무슨 일이냐고? 그건 당신 딸한테 물어봐."
- "...서하은이요?"
- "걔 말고 또 누가 있겠어?"
- 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 "오늘 아침에 출소하더니 저녁에는 박성웅을 병원으로 실어 보냈더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 윤아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 박가.
- 서가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가문이었다.
- 서하은은 정말 제정신이 아닌 걸까?
- 옆에 서 있던 서하영의 안색도 함께 굳어졌다.
- 약혼자 집안도 어느 정도 힘은 있었지만 박가 앞에서는 감히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 차라리 그때 감옥에서 평생 썩게 놔뒀어야 했다.
- "상대가 책임을 묻겠대요?"
- 윤아연이 다급하게 물었다.
- 서윤인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사람만 넘기면."
- "우리한테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 순간 거실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눈에 띄게 풀어졌다.
- "다행이다..."
- 윤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 하지만 서윤인은 그런 그녀를 차갑게 노려봤다.
- "애초에 이 일은 당신 때문이야."
- "그때 굳이 걔를 데려오겠다고 우긴 사람이 누구였지?"
- 윤아연은 억울하다는 듯 받아쳤다.
- "그걸 왜 나한테 뒤집어씌워요? 백가에서 먼저 요구한 일이었잖아요. 혼약도 이미 정해져 있었고, 우리가 감히 거절할 수 있었어요?"
- 사실 처음부터 그녀는 그 딸을 다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 하지만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두 사람이 다시 언성을 높이려던 순간, 서하영이 적당한 타이밍을 골라 부드럽게 끼어들었다.
- "아빠, 엄마. 그만 싸우세요."
- "일은 언니가 벌인 거잖아요. 찾아서 박가에 넘기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에요."
- 서윤인은 코웃음을 쳤다.
- "전화해."
- 윤아연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 ……
- 그 시각.
- 막 침대에 누운 서하은의 협탁 위 휴대전화 화면이 밝게 켜졌다.
- 화면에 뜬 이름.
- '엄마'.
- 출소한 뒤 처음 걸려온 전화였다.
- 참, 타이밍도 좋네.
- 서하은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
-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따뜻한 인사가 아니었다.
- "너 제정신이야?!"
- "감히 박가를 건드려?!"
- "박성웅 다리까지 부러뜨렸다고?!"
- 서하은은 조용히 휴대전화를 귀에서 조금 떼었다.
-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 사실 방금 전까지도 아주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 '지난 5년, 잘 지냈니?'
- 어쩌면 어머니가 먼저 그런 말을 건네 줄지도 모른다고.
- 하지만 역시 착각이었다.
- "그 사람이 내 동생 다리를 부러뜨렸어."
- "난 그대로 돌려줬을 뿐이야."
- "공평하잖아."
- 윤아연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 "네 그딴 동생이 뭔데 박성웅이랑 비교해?"
- "걔가 박성웅 눈에 든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
- 서하은은 낮게 웃었다.
- "그 논리라면."
- "박성웅도 나랑 비교할 수준은 아니네."
- "내가 한 번 밟아 준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겠어."
- "너...!"
- 윤아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 서하은은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렀다. 피곤함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 "나 피곤해."
- "얘기 상대가 필요하면 서하영한테 전화해."
- "어차피 당신은 걔만 딸이라고 생각하잖아."
- "너, 잠깐만—"
- 뚝.
- 통화는 그대로 끊겼다.
- 윤아연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안내음뿐이었다.
- 전원이 꺼져 있었다.
- "서하은!"
- 그녀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파에 주저앉을 뻔했다.
- 서하영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등을 쓸어내렸다.
- "엄마, 너무 화내지 마세요."
- "언니 원래 저랬잖아요."
-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에요."
- 윤아연은 서하영을 바라봤다.
- 굳어 있던 눈빛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 비록 친딸은 아니었지만, 다정하고 속이 깊은 데다 언제나 자신을 먼저 생각해 주는 아이였다.
- 서하은보다 백배, 천배는 나은 딸이었다.
- 서윤인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낮게 말했다.
- "화를 내 봤자 소용없어."
- "내일 사람 둘 데리고 가."
- "무슨 수를 써서든 데려와."
-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차갑게 덧붙였다.
- "끝까지 버티겠다면..."
- "그 애 다리도 부러뜨려."
- 윤아연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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