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이거야말로 멍청이의 잠꼬대가 아니야?
- “도정아, 너 정말 고생했구나…”
- 정은주는 우도정의 손을 잡았다.
- 그녀는 가슴이 못 견디게 아팠다.
- ‘도정이는 그동안 의사도 없는 시골에서 살며 다칠 때마다 이런 민간요법으로 대충 넘어갔겠구나.’
- 우도정은 긴 속눈썹을 내리깔아 눈빛을 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노부인은 코웃음을 쳤다.
- “그래서 시골의 그 민간요법을 자랑하려고 친동생을 민 거야?!”
- “저는 밀지 않았어요.”
- 우도정은 담담하게 말했다.
- “안 밀었다고? 안 밀었으면 애가 스스로 넘어졌다는 거야? 내가 멍청이로 보여? 아니면 자청이 멍청이로 보여?!”
- “…”
- 우도정은 마음속으로 쓴웃음만 지었다.
- 정은주가 가는 소리로 설명했다.
- “어머님, 도정이는 자청이를 밀지 않았어요. 자청이 실수로 넘어져서 침대 발치에 머리를 부딪힌 거예요…”
- 노부인은 그녀에게 눈을 흘겼다.
- “도정이, 도정이, 너 도정이만 친딸이고 자청이는 친아들이 아니야?”
- 정은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 “아니에요. 어머님, 전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 “뭐가 아니라는 거야? 자청이가 다치고 도정이는 멀쩡한 게 사실이야. 만약 자청이가 머리를 부딪혀 잘못되기라도 하면 도정이가 책임질 수 있겠어?!”
- 노부인은 정은주의 말을 잘랐다.
- “그리고 자청의 서재를 털어 도정에게 침실로 내주면 자청이는 어디서 공부하라는 거야? 지금 바로 되돌려! 우리 자청이는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돼. 걔도 기선이처럼 천재일 거야. 적어도 학년에서 10등 안에 들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서재가 없으면 안 돼!”
- 노부인의 말에는 자랑이 가득 배어 있었다.
- 어릴 때부터 천재로 불린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여기선은 스무 살에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해외에 나가 스스로 창업하고 있다.
- 노부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바로 이 큰손자이고 여자운도 괜찮았다.
- 비록 친손녀는 아니어도 노부인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여자운은 약삭빠르고 공부를 잘하는 데다가 지금 이미 고씨 가문의 도련님과 약혼한 사이다.
- 우도정이 아무리 친손녀라고 해도 무슨 쓸모가 있는가?
- 여자운에게서 장점 하나만 내놓아도 이 시골뜨기 말괄량이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 “그럼 도정이는 어디서 지내요?”
- 정은주는 딱했다.
- “우리는 신분만으로도 이미 도정이를 섭섭하게 했어요. 물질적으로까지 서운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 “뭐가 섭섭해?”
- 노부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 “1층에 손님방이 두 개나 있잖아. 아무거나 써도 시골의 흙집보다는 나을 게 아니야? 그냥 지낼 수 있으면 됐지 뭘 또 골라?!”
- 정은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실룩거렸다.
- 그녀의 시어머니는 줄곧 이렇게 기세가 강했다. 만약 그녀도 여씨 가문에 아들 둘을 낳아 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큰아들이 천재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진작 이 시어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이혼했을 것이다.
- 그녀는 이런 시어머니와 다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냥 17년 동안 고생한 딸이 어렵사리 돌아왔는데도 잘해 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할 뿐이었다.
- 바로 그녀가 어쩔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우도정이 그녀를 잡아당겼다.
- “학년 10등 안에 들면 좋은 방에서 살 수 있어요? 그리고 서재도 가질 수 있어요?”
- 우도정은 말하며 노부인을 바라보았다.
- 그녀는 얼굴에 기쁨도 분노도 없었다. 그냥 눈빛만 차가웠다. 마치 눈앞에 쓸모없는 물건밖에 보이지 않는 듯이.
- 이는 노부인을 몹시 언짢게 했다.
- “맞아!”
- 노부인이 대답했다.
- “학년에서 10등 안에 들면 여씨 가문을 빛내는 셈이니 당연히 좋은 방을 쓸 수 있어.”
- “알겠어요.”
- 우도정은 정은주에게 고개를 돌렸다.
- “가요.”
- 정은주는 잠깐 어리둥절해 있다가 곧 우도정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우도정을 손님방으로 데려가며 더더욱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 노부인은 손님방으로 가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흘렸다.
- ‘시골뜨기 말괄량이가 중학교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텐데 학년 10등 안에 들겠다니? 이거야말로 멍청이의 잠꼬대가 아니야?’
- 저녁.
- 저녁 식사는 원래 우도정이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하는 가족 모임이었지만, 직사각형의 식탁에 두 자리나 비었다.
- 머리에 혹이 나서 밥 먹기도 싫어진 여자청과 아직 보지 못한 큰 도련님 여기선의 자리였다.
- 정은주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식사가 거의 끝날 때 학교 이름을 적은 자료를 꺼내어 우도정에게 건넸다.
- “도정아, 개학이 며칠밖에 안 남았어. 전학과 관련해서 엄마가 몇몇 학교를 찾아보았는데 넌 어느 학교에 가고 싶어?”
- 우도정은 갈비 한 조각을 집어 들며 곁눈으로 학교 이름을 힐끗 보았다. 모두 북의시의 중고등학교였다.
- “아빠, 전 도정이 시골 학교에서 성적이 꽤 좋았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곧장 카이비 국제학원으로 보내면 안 될까요? 그러면 제가 도정이를 도와줄 수 있어요.”
- 여자운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며 물었다.
- 순진한 그 표정은 정말 우도정을 위해서 말하는 것 같았다.
- 그러나 모든 사람이 시골 학교의 수업 수준이 국제학교와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카이비 국제학원은 영어로만 가르치는데 너 알아들을 수 있겠어?”
- 여건명은 우도정을 힐끗 보았다.
- 이미 검은색 동백꽃 원피스로 갈아입은 우도정은 피부가 유난히 하얗고 밥 먹는 모습도 우아해서 시골 티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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