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 김유연은 신재욱의 노골적인 말에 숨이 턱 막혔다.
- “아침엔 가격만 얘기했지, 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안 정했어.”
- 신재욱은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뜨거운 입술을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 “말해봐.”
- 축축한 혀끝이 예민한 귓불을 스치자, 온몸에 미세한 전율이 훅 치고 올라왔다.
- 깊게 숨을 들이쉰 김유연은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 “첫째, 계약 기간 동안 부르면 언제든 와. 그리고... 서비스는 나 한 사람만 해. 둘째, 시작과 끝은 전부 내가 정해. 셋째...”
- 그녀는 귓가를 간질이는 감각을 억지로 무시하며 또렷하게 말을 이어갔다.
-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찍지 마. 우리 관계도 입 밖에 내지 마.”
- 신재욱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더 있어?”
- “마지막.”
- 김유연이 신재욱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 “서로 사적인 뒷조사는 일절 금지. 할 수 있지?”
- “부르면 바로 달려오는 건 좀 어려울 수도 있어.”
- 신재욱이 손을 들어 그녀의 볼에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가닥을 쓸어 넘겼다.
- “나도 다른 일들이 있거든... 물론 연애 관련 문제는 아니고.”
- “이걸 전문적으로 하는 건 아니구나?”
- 김유연이 살짝 놀란 듯 신재욱을 바라봤다.
- “응, 알바 같은 거지. 본업은 따로 있어.”
- 눈앞의 잘생기고 분위기까지 좋은 남자가, 돈 벌려고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 하지만 이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대신...”
- 말머리를 돌린 신재욱은 표정이 너무 담담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 “일 때문에 약속을 어기면, 시간 두 배로 채워줄게. 보상은 이렇게. 어때?”
- “콜.”
- 김유연은 거의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 그녀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조건이었다.
- 그녀가 시원하게 수락하자, 신재욱의 눈동자에 승리한 듯한 쾌감이 스쳤다.
- “이제 시작해도 돼?”
- 신재욱의 뜨거운 손바닥이 성급하게 그녀의 옷 속으로 파고들어, 부드러운 가슴을 단단히 감싸 쥐었다.
- 그러자 김유연이 팔로 그의 목을 감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 “돈 내는 건 난데, 네가 더 원해 보이네?”
- 몸을 숙인 신재욱은, 맥박이 느껴지는 그녀의 목덜미를 입술로 짓게 눌렀다. 그러고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 “내일 며칠 출장 가야 해서... 오늘 원금이랑 이자까지 다 갚아야지.”
- 김유연이 남자를 살짝 밀어내며 낮은 소리로 반박했다.
- “나 그렇게 탐욕스럽진 않아.”
- “그래?”
- 신재욱의 동작이 잠깐 멈추더니,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는 팽팽한 아랫배 위에 억지로 눌렀다.
- 쇠처럼 단단한 근육이 손바닥 아래로 선명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숨을 쉴 때마다 근육 라인이 숨결을 따라 미세하게 들썩였다. 뿜어져 나오는 힘 또한 압도적이었다.
- 그 생생한 촉감은 다리가 풀릴 만큼 아찔해졌다. 엉뚱한 생각이 머릿속에 번쩍 스치자 김유연은 심드렁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
- “혹시 배에 힘주고 있는 거야?”
- 낮은 소리를 내며 섹시하게 웃은 신재욱은 김유연의 손목을 꼭 잡더니, 거부할 수 없는 강한 힘으로 아래로 이끌었다. 손이 바지 허리춤을 넘어 내려가, 바지 속에 있는 그의 단단한 곳 위에 놓였다.
- “느껴봐.”
- 그의 뜨거운 숨결이 김유연의 얼굴에 흩뿌려졌다.
- “더 단단한 것도 있는데... 확인해 볼래?”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입속에 남아 있던 모든 숨결을 삼켜버릴 듯 입술을 확 덮쳐왔다.
- 유연한 혀끝이 김유연의 입술을 거칠게 벌리고 파고들었다. 혀가 얽히고 숨이 막힐 만큼 격렬했다.
- 신재욱은 다른 손으로 그녀의 윗옷을 거칠게 벗겼다. 입술과 혀가 아래로 내려가며, 단단히 젖꼭지를 빨고 깨물었다.
- “아...!”
- 강렬한 쾌감에 김유연은 몸이 활처럼 뒤로 젖혔다. 손가락으로 그의 단단한 팔을 꽉 움켜쥐었다.
- 정신이 아찔해진 그녀는 온몸이 녹아내린 것처럼 신재욱의 품에 기댔다.
- 그때, 바닥에 흩어진 옷들 사이에서 고막을 찌르는 듯한 벨 소리가 울렸다.
- 그냥 끊어버리려던 김유연은 화면에 ‘한지현’이라는 이름이 뜬 걸 무심결에 발견했다.
- 그 이름을 본 순간, 신재욱의 눈빛이 매섭게 변하며 얼음장보다 더 차가워졌다. 마치 먹잇감을 포착한 매 같은 눈빛으로 김유연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허리를 감싼 손에도 힘이 꽉 들어갔다.
- “아가씨, 결혼했어?”
- 김유연은 신재욱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 “일단 가만히 있어봐. 전화 끊고 말해줄게.”
-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른 뒤, 최대한 평온하게 말했다.
- “무슨 일인데?”
- “어디야? 왜 집에 없어?”
- 전화기 너머로 한지현의 못마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소파에 기대 자리를 잡은 김유연은, 목덜미로 전기가 튀듯 이는 전율을 억누르며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 “멀리 떨어져 살자고 했던 쪽이야말로 당신 아니었어? 집에 있을 때는 나가라고 하더니 집에 없으니까 이걸로 또 불만이야?”
- “착각하지 마.”
- 한지현이 비웃듯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 “오늘 본가 가서 할아버지랑 저녁 먹기로 했잖아. 설마 잊은 거 아니지?”
- 잠깐 멈칫한 김유연은, 매달 반복되는 그 ‘생쇼’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 평소엔 마주칠 일도 거의 없어 각자 따로 살다가 매달 중순쯤이면 함께 본가에 가, 어른들 앞에서만 사이좋은 부부인 척 연기를 했다.
- “먼저 가. 난 처리할 일이 조금 있어서 늦을 거야.”
- 신재욱은 둘 사이가 좋지 않은 걸 눈치채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선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입술이 젖꼭지에 닿자, 일부러 살짝 깨물었다.
- 김유연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 “아, 살살해—”
- 전화기 너머가 순식간에 고요해졌지만 이내 한지현이 낮은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
- “김유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 김유연은 전혀 숨길 생각이 없었다. 몸이 한껏 달아올라 갈라진 듯한 목소리로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 “네가 원하는 대로야, 나 지금 다른 남자랑 섹스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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