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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 “저기요...”
  • 눈빛이 살짝 어두워진 신재욱은 흔들림 하나 없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 “아가씨, 날 아세요?”
  • “아니요, 몰라요.”
  • 짧게 대답한 김유연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까치발을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 “상관없어요. 침대에서 천천히 알면 되니까.”
  • 입술이 닿는 순간, 신재욱은 몸이 잠깐 멈칫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본인은 분명 느낄 수 있었다.
  • 신재욱은 김유연을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술기운이 배어 있는, 서툴고 무모한 그 키스를 그냥 받아냈다.
  • 잠시 후, 고개를 살짝 비틀어 입술을 조금 뗀 뒤 한마디 했다.
  • “잘 생각했어요? 후회 안 할 거에요?”
  • 낮고 허스키한 신재욱의 목소리에 김유연은 대답 대신, 따뜻한 손끝으로 답했다. 손이 어느새 그의 셔츠 밑으로 파고들며 라인이 선명한 튼튼한 복근을 만졌다.
  • 고개를 들어 신재욱과 시선을 마주친 김유연은 볼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고는 허세 섞인 단호함이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 “그쪽 몸매가 이렇게 좋은데... 뭘 후회겠어요.”
  • 술기운에 흐릿해진 김유연의 머릿속에, 눈앞에 있는 조각 같이 잘생긴 남자는 이 최상급 클럽에서 몸값이 제일 비싼 남자 호스트일 뿐이었다.
  • 신재욱은 깊은 눈빛으로 김유연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눈동자에서 읽기 힘든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 이내 피식 낮은 소리로 웃은 신재욱은 긴 팔을 뻗어 그녀의 무릎 뒤에 쑥 넣었다. 그러고는 가벼운 물건을 들어올리듯 번쩍 안아 들었다.
  • 몸이 불시에 붕 뜨는 느낌에 김유연은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팔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꽉 감쌌다.
  • 볼이 남자의 단단하고 뜨거운 가슴에 닿자 한지현이 남기고 간 가슴속 빈자리 하나가, 이상하게 조금 메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 신재욱은 그녀를 안은 채, 묵직한 걸음으로 위층 전용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
  • 발로 문을 살짝 밀며 들어간 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까지 완전히 차단했다.
  • 신재욱은 그녀를 폭신한 침대 가장자리에 내려놓은 뒤 바로 몸을 기울여 덮쳤다.
  • 이번 키스는, 아까 그녀의 서툴고 무모했던 접촉과는 완전히 달랐다.
  • 그의 키스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공격적이면서도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주는 듯했다.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혀로 김유연의 이를 벌려, 그녀의 숨소리까지 거침없이 빼앗았다.
  • 정신이 아득해짐과 동시에, 방 안 공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 그 낯선 파도에 완전히 빠져들기 직전, 신재욱이 갑자기 모든 행동을 멈췄다.
  • 그러더니 그녀 옆을 짚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 “샤워하고 올게.”
  • 침대에 누운 김유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있었다. 목에서는 술기운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 “풋... 완전 프로네?”
  • 신재욱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목까지 조여오던 옷깃 칼라를 느슨하게 푼 뒤,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
  • 곧, 줄줄 흐르는 물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또렷하게 퍼졌다.
  •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김유연은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밟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어 수증기가 가득한 유리문 앞으로 갔다.
  •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조용히 문을 열었다.
  • 따뜻하고 축축한 김이 얼굴을 확 덮쳐오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 신재욱도 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다. 위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짧은 머리, 넓은 어깨와 등, 단단한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 문가에 선,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 눈빛이 흐린 여자를 보자 시선이 순식간에 깊어졌다.
  • 그의 앞에 선 김유연은 손을 들어 드레스 등 뒤 끈을 풀었다.
  • 값비싼 샴페인 빛 실크 드레스가 시든 꽃잎처럼 소리 없이 바닥에 흘러내렸다.
  • 그러고는 새하얗고 가느다란 다리를 들어 앞으로 내디뎠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채 물 막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 그 순간, 온 세상이 홱 뒤집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신재욱이 그녀를 차가운 타일 벽에 거칠게 밀어붙였다. 이내 물기까지 머금은 뜨거운 키스가 무겁게 다가왔다. 전보다 더 거칠고, 더더욱 거역할 수 없었다.
  • 샤워기 물줄기가 맞붙은 두 몸을 쓸어내렸지만, 타오르는 욕망은 꺼지지 않았다.
  • 첫 경험의 아픔과 쾌감이 동시에 온몸에 퍼졌다. 김유연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거의 폭력적인 극치의 열기였다.
  • 거친 숨소리, 물소리, 억누른 흐느낌과 통제 잃은 낮은 신음이 뒤엉켰다.
  • 미끄러운 욕실 벽에서, 방 안의 어질러진 큰 침대까지 모든 게 이어졌다.
  • 마지막 한 줄기의 힘까지 전부 빨려 나갈 때까지...
  • 김유연은 끝없는 피로와 묘한 해방감 속에서, 드디어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 아침, 커튼 틈으로 스며든 햇살이 방 안을 스쳤다.
  • 김유연이 먼저 깼을 때 곁의 남자는 아직 자고 있었다.
  • 그의 탄탄한 팔 하나가 자기 것을 소유하듯 그녀의 허리를 가로질러 얹혀 있었다.
  • 가까이서 보니, 그의 몸은 어젯밤 어둑한 불빛 아래에서보다 더 강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 거기에 매끈한 근육 라인까지... 모든 게 힘이 실린 듯 잘 다듬어진 조각 같았다.
  • 솔직히 외모만 봤을 때, 이 ‘거래’는 김유연에게 무조건 이득이었다.
  • 그를 몰래 훑어보고 있을 때, 눈을 꼭 감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막 깬 사람이라기엔 정신이 너무 또렷해 보였다.
  • 이내 날렵하게 몸을 뒤집은 신재욱은 순식간에 그녀를 다시 아래로 가두더니,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 했다.
  • 김유연이 급히 손을 들어, 따뜻한 그의 입술에 손끝을 살짝 댔다.
  • “아침부터 이렇게 열정적이야?”
  • 눈썹을 살짝 치켜들며 물었다. 빨라진 심장 소리를 들키지 않으려는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
  • 입꼬리를 살짝 올린 신재욱은 장난기가 섞인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어젯밤, 누가 그러던데. 하룻밤에 일곱 번 할 수 있다고 말이야. 벌써 못 하겠어?”
  • “어젯밤은 술김에 그런 거지.”
  • 김유연은 남자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봤다. 손끝이 또렷한 턱선을 타고 내려가며, 오르내리는 목젖을 스친 뒤, 갈라진 가슴근육 위에서 멈췄다.
  • “잠깐 즐기자고만 생각했지, 다른 거 생각할 겨를 어딨어.”
  • 여기까지 말한 뒤 잠깐 멈칫하고는 맑아진 정신으로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 “근데 지금 보니까, 너 같은 퀄리티... 한 번만 자긴 너무 아깝지. 내 곁에 있는 게 어때? 한 달에, 5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