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내 안에 전부 남길 거야
- “내가 얼마나 참고 있었는지 알아?”
- 강다해는 대답하지 못했다.
- 머릿속은 이미 새하얗게 비어 있었다. 그와 하나가 되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 두 다리 사이에는 아직도 아릿한 열감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 그는 신부를 안아 들 듯 그녀를 품에 안고 자신의 호텔 객실로 들어갔다.
- “이제야 마음껏 널 가질 수 있겠네. 넌 이제 내 와이프야.”
- 객실은 어둑한 조명에 잠겨 있었다. 술기운과 약기운이 뒤섞인 탓인지 온몸의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져 있었다.
-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뛰었고, 그녀는 지금 자신의 이름조차 선명하게 떠올리지 못할 만큼 정신이 몽롱했다.
- 그는 그녀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 손끝이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스쳤다. 이어 그의 입술이 목선을 따라 느릿하게 내려왔다.
- 간질간질한 감촉에 어깨가 절로 떨렸고, 머릿속은 달콤한 전율과 흐릿한 의식 사이를 끝없이 떠돌았다.
- “네 몸이 너무 좋아.”
- 그의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는 천천히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 “헬기 안에서부터 계속 참고 있었어. 널 여기 데려오면... 그땐 더는 참지 않을 생각이었거든. 오늘 밤을 평생 잊지 못하게 해 줄게.”
- 그 말은 전류처럼 온몸을 타고 흘렀다.
- 강다해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 “이렇게 힘이 다 풀렸네.”
- 그가 낮게 웃으며 그녀의 가슴에 입을 맞췄다.
- 순간 강다해는 숨을 삼켰다.
- 온몸을 맴돌던 열기가 한순간에 아래로 쏠려 내리는 것만 같았다.
- “이미 다 준비됐잖아.”
-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그의 손길이 먼저 닿았다.
- 순식간에 밀려드는 낯선 감각에 숨이 턱 막혔고, 참으려던 신음이 끝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 “부탁해 봐.”
- 강다해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 대신 흐트러진 숨결과 희미한 신음만이 그를 향해 흘러갔다.
- 그는 그녀를 천천히 어루만지며 반응을 살폈다.
- 부드럽지만 집요한 손길에 몸은 점점 더 힘을 잃어 갔다.
- 헬기 안에서 그가 자신을 품에 안았을 때 느꼈던 그 낯선 전율이 다시금 몸속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 그의 손끝에는 그녀의 체온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 “혀끝으로 느껴 봐.”
- 그가 낮게 속삭였다.
- 강다해는 얼굴을 붉힌 채 조심스럽게 입술을 가져갔다.
- 희미한 짠맛이 혀끝에 번졌고, 부끄러움에 숨이 가빠졌다.
- 그는 그녀의 치마를 벗겨 내고 자신의 옷도 하나씩 벗어 던졌다.
- 잠시 후 그는 그녀를 다시 품으로 끌어안았다.
- 강다해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 수없이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어느 것 하나 붙잡을 수 없었다.
- 다음 순간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깊게 덮쳤다.
- 숨결마저 뒤섞이는 키스 속에서 그녀는 거친 숨을 삼켰고, 그에게 더욱 기대듯 몸을 맡겼다.
- 그는 그녀를 더 깊이 끌어안으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 “완벽해.”
- 그는 그녀의 입술을 놓지 않은 채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 입맞춤 사이로 새어 나오는 그녀의 거친 숨결을 삼키듯 키스하며, 한 번 한 번 더욱 깊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 “완벽해...”
- 그가 낮게 속삭였다.
- 강다해는 눈가를 촉촉이 적신 채 작게 신음했다.
- 그의 손은 쉬지 않고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 부드럽게 쓰다듬다가도 살며시 움켜쥐고, 다시 다정하게 쓸어내렸다.
-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그는 그녀의 어깨와 목덜미를 천천히 훑었고, 그녀는 그 손길에 몸을 떨었다.
- 잠시 뒤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 그가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자 강다해는 자연스럽게 그의 품 위에 걸터앉게 되었다.
- 그는 허리를 받쳐 주며 그녀를 천천히 움직이게 했다.
- 처음의 긴장과 통증은 어느새 희미해지고 있었다.
- 대신 그의 품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과 점점 짙어지는 전율이 그녀를 조금씩 무장해제시켰다.
- 강다해는 더 이상 몸을 움츠리지 않았다.
-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도, 자신을 다정하게 감싸 안는 품도, 함께 나누는 모든 순간도 이상하리만큼 달콤하게 느껴졌다.
- 작게 흘러나오던 신음은 점점 커졌고, 그녀는 이제 누가 듣든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 “오늘은 널 내 것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
-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강다해는 힘없이 숨을 내쉬었다.
- “이렇게 꼭 안아 주니까... 놓아줄 수가 없잖아.”
- 그는 그녀의 허리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으며 이마를 맞댔다.
- 잠시 후 그는 그녀를 다시 침대 위에 눕혔다.
- 입술은 목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고, 다정한 입맞춤이 이어질 때마다 강다해는 몸을 뒤척이며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 그녀의 호흡은 어느새 흐트러져 있었고, 얼굴은 열기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 그는 몇 번이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다시 입을 맞추며 애정을 쏟아냈다.
- 강다해는 그 품 안에서 점점 힘이 풀려 갔다.
- 마침내 모든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나가듯 그녀는 떨리는 숨을 내쉬었고, 그의 어깨를 꼭 끌어안은 채 눈을 감았다.
- 그 역시 깊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품에 안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 잠시 후 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조용히 입을 맞췄다.
- 밤은 그렇게 길게 이어졌다.
-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새벽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 ⸻
-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객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 눈부신 빛에 강다해는 천천히 눈을 떴다.
- 낯선 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 객실 곳곳에서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고, 공기에는 향수와 어젯밤의 여운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 지끈거리는 두통이 관자놀이를 파고들었다.
- 온몸은 두들겨 맞은 것처럼 무거웠다.
- 이불을 내려다본 순간 그녀는 숨을 멈췄다.
-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이 침대 시트에 뒤엉켜 있었고, 바로 옆에는 한 남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 낯선 남자였다.
- 순간 가슴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
- 그녀는 차마 그의 얼굴을 끝까지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 자신을 안았던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 황급히 몸을 일으키는 순간, 아랫배에서 묵직한 통증이 밀려왔다.
- 강다해는 작게 숨을 들이마시며 이불을 더욱 꼭 움켜쥐었다.
- 몸 곳곳에 남은 낯선 감각은 지난밤이 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일깨워 주고 있었다.
- 그녀는 바닥을 둘러보다 구겨진 드레스를 발견했다.
- 술집의 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아직도 배어 있는 옷이었다.
- 이를 악물고 옷을 걸쳐 입는 동안에도 몸은 쉽게 말을 듣지 않았다.
- 문가에는 하이힐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었다.
- 강다해는 비틀거리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 마치 걸음마를 다시 배우는 사람처럼 한 걸음씩 겨우 발을 옮기며 애써 몸을 바로 세웠다.
- 지금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어젯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그녀의 기억은 중간부터 뚝 끊겨 있었다.
- 레이스에서 우승을 거두고,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시상대를 내려왔던 순간까지는 또렷했다. 그 뒤 사람들과 함께 바에서 축하를 시작했고, 술을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을 비웠다. 그러다 남자 둘이 다가와 말을 걸었던 것도 희미하게 기억났다.
-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흐릿했다.
- 그 이후의 기억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 누군가 기억을 통째로 도려낸 것처럼,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다.
- 당구를 쳤던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농담을 던져 모두가 웃었던 것 같기도 했다. 데킬라 이야기가 오갔던 것도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 남은 건 온몸을 짓누르는 욱신거림과, 이름도 모르는 남자, 그리고 낯선 호텔 객실뿐이었다.
- 강다해는 소파 옆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가방을 찾아 어깨에 둘러메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를 깨우고 싶지도 않았고, 그와 눈을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않기를 바랐다.
-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묵직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꾹 참은 채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았고, 넋이 빠진 사람처럼 자신의 호텔로 돌아왔다.
- 겨우 스위트룸에 도착한 그녀는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자 차가운 물줄기가 머리끝부터 쏟아졌고, 그녀는 마치 지난밤의 흔적과 뒤엉킨 기억까지 모두 씻어 낼 수 있을 것처럼 가만히 물을 맞고 서 있었다.
- 하지만 물이 피부를 타고 흐르는 순간,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 몸에는 향수와 땀, 그리고 지난밤의 흔적이 뒤섞인 낯선 체취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 남겨 놓은 흔적 같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왔다. 눈가도 뜨겁게 달아오른 채 얼굴에 물을 끼얹던 순간, 차가운 무언가가 뺨을 스쳤다.
- 강다해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 천천히 왼손을 내려다보니 약지에 반지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 싸구려 액세서리도,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장난감 반지도 아니었다. 빛을 받을 때마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그 반지는 보기만 해도 값비싸 보였고, 마치 평생의 약속을 상징하는 결혼반지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 “이게... 뭐야?”
- 멍하니 중얼거린 그녀는 황급히 샤워 커튼을 젖히고 욕실 밖으로 나왔다. 온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반지를 이리저리 돌려 봤지만 진짜인지 아닌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 비싸 보인다는 것만 알 뿐, 그 반지가 언제, 어떻게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졌는지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 청혼도 기억나지 않았고, 결혼식도 없었다. 반지를 끼워 주던 순간은커녕 마지막 키스조차 머릿속에서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 강다해는 대충 옷을 걸쳐 입고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않은 채 객실을 뛰쳐나갔다. 당장 그 남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복도로 나선 순간 발걸음이 그대로 멎었다.
- 문득 깨달았다.
- 자신에게는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 그가 묵은 객실 번호도 모르고, 아침에 어느 층에서 내려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 심지어 지금 호텔 로비에서 그와 스쳐 지나간다 해도...
- 그녀는 그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 “젠장...”
- 강다해는 관자놀이를 세게 눌렀다.
- 아무리 애써도, 지난밤의 기억은 단 한 조각도 돌아오지 않았다.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