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잇, 금기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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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1970-01-01
제1화 가문의 결정
- 강다해는 음정이 엉망인 생일 축하 노래 소리에 잠에서 깼다.
- “생일 축하합니다...”
- 커튼 틈으로 스며든 햇살이 눈부셔 그녀는 연신 눈을 깜빡였다. 노랫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순간 아직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
- “생일 축하해, 다해야...”
- 침실 문이 벌컥 열렸다.
- 강다해는 벌떡 몸을 일으키려다 다리에 휘감긴 담요에 움직임이 턱 막혔다.
- 시야가 또렷해지자 제일 먼저 컵케이크를 든 강다솜이 보였다. 그 뒤에는 휴대전화를 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들어왔다.
- 어머니가 웃고 있었다.
- 강다해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 어머니가 자신에게 저런 미소를 지은 건 태어나 처음이었다.
- “생일 축하해, 다해야.”
- 목소리는 지나치게 다정했다. 듣기만 해도 가식이 뚝뚝 흘렀다.
- 강다해는 말없이 어머니를 바라봤다.
-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다.
- 이 집에서 강다솜의 생일은 늘 성대했다. 풍선으로 집을 꾸미고 새 옷을 사 입히고, 친척들이 우르르 몰려와 화목한 가족인 척 연극을 벌였다.
- 반대로 강다해의 생일은 늘 주유소에서 대충 사 온 카드 한 장이 전부였다. 열두 살 생일에는 선물이라며 청소기까지 받았었다.
- 그러니 오늘 같은 환대가 반가울 리 없었다.
- 아무리 봐도 함정이었다.
- “어... 고마워요.”
- 막 잠에서 깬 탓에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 강다솜은 생긋 웃으며 쟁반을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 “컵케이크는 내가 직접 만들었어.”
- 직접 만들긴.
- 가사도우미가 만들었겠지.
- “자, 초부터 불자.”
- 아버지는 일부러 밝게 말했지만 시선은 계속 그녀를 피했다.
- 강다해는 눈을 가늘게 떴다.
- “무슨 일이죠?”
- 어머니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 “넌 이제 스무 살이야. 성인이 됐으니 중요한 이야기를 해 줄게.”
- 강다해도 자세를 바로잡았다.
- “말씀하세요.”
- 어머니는 마치 엄청난 상이라도 내려주는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 “네가 하정우와 결혼하게 됐어.”
-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
- “누구요?”
- “하정우.”
- 어머니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 “태양그룹 후계자야. 네가 열여섯 살 때 이미 혼담이 정해졌어.”
- 강다해는 눈만 멍하니 깜빡였다.
- “뭐라고요?”
- 아버지가 난처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 “그땐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말하지 않았단다.”
- “그때라면... 제가 열여섯 살 때요?”
- “정략결혼이긴 하지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아. 넌 정말 운이 좋은 거야.”
- “전 그 사람 얼굴도 본 적 없어요.”
- “담솜이도 못 봤어.”
- 어머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 “원래 그 집으로 시집갈 사람은 다서였거든. 넌 오히려 감사해야지.”
- 강다해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 “정말 통이 크시네요.”
- 강다솜은 침대 기둥에 몸을 기대고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빙빙 감았다.
- “엄청 잘생기고 엄청 부자라던데. 태양그룹은 없는 게 없대. 카지노도 하고, 석유 사업도 하고, 어쩌면 우주선까지 있을지도 몰라. 워낙 베일에 싸인 집안이라잖아.”
- “그럼 제가 결혼할 사람은 돈 많은 유령인가 보네요?”
- 어머니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 “무슨 유령이니. 그 집에서 널 선택한 거야. 영광인 줄 알아.”
- “아뇨.”
- 강다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 “저한텐 4년 동안이나 이 사실을 숨겼다가 이제 와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낯선 사람에게 시집가라고 통보받는 게 더 놀라운데요.”
- 아버지가 다시 헛기침을 했다.
- “태양그룹에서 이미 연락이 왔다.”
- “그럼 이제 바로 진행되는 거예요?”
- “몇 주 뒤에 만나 식사부터 할 거야. 약혼을 발표하기 전에 서로 인사도 하고 얼굴도 익혀야 하니까.”
- 강다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 “제 의견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으셨네요.”
- “네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 어머니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 “넌 얌전히 예비 신부 역할만 하면 된다.”
- 역시 이게 진짜 모습이었다.
- 상냥하게 웃어 주는 어머니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 그녀는 이 집의 모든 걸 쥐고 흔드는 사람이었고, 강다해는 제대로 보살핌조차 받지 못한 채 거래에 내몰릴 말에 불과했다.
- 강다해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 위의 쟁반을 밀어냈다.
- 컵케이크가 옆으로 쓰러졌고, 촛농이 크림을 밀어 담요 위에 길게 번졌다.
- “바람 좀 쐬고 올게요.”
- 어머니가 벌떡 일어났다.
- “철없는 소리 하지 마—”
-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올게요.”
- 어머니가 잠시 말을 잃었다.
- “라스베이거스?”
- “주말만요.”
- 강다해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 “낯선 사람이랑 결혼시키실 거라면 그전에 숨 돌릴 시간 정도는 주세요.”
- 어머니가 입을 열려는 순간 아버지가 그녀의 팔을 가볍게 붙잡았다.
- “보내주자. 금방 마음을 정리할 거야.”
- 어머니는 잠시 망설였다.
- 이내 다시 그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 “좋아. 다녀와. 하지만 돌아오면 네 앞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잊지 마.”
- 강다해는 끝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는 곧장 서랍을 열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 부모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고 믿고 있었다.
-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 강다해가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건 숨을 돌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털어 버리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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