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그에게 도둑질을 시키다
                    
                                                    - “네가 할 일이 아니면 우리가 할 일이겠느냐?” 
 
                                                    - 뚱보가 그녀에게 눈을 흘겼다. 
 
                                                    - “자꾸 묻지 말고 얼른 일하거라. 이 전마들은 폐하께서 보물처럼 아끼시는 것들이야. 폐하께서 매일 와서 살펴보시는데 청소도 제대로 하지 못해 이 전마들을 불편하게 한다면 목이 잘릴 것이다. 우리는 너랑 같이 당하고 싶지 않아!” 
 
                                                    - 소지우는 알겠다고 한마디 대답한 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마구간으로 달려갔다. 
 
                                                    - 온종일 청소하고 나니 지쳐서 온몸이 후줄근해졌다. 
 
                                                    - 그런데 오늘따라 황제 영진은 오지 않았다. 
 
                                                    - ‘괜히 이렇게 깨끗이 청소했네.’ 
 
                                                    - 곧 날이 저물고 하루 일이 끝났다. 그녀는 오늘 여의술집에서 자기에게 은자를 주겠다던 염라대왕의 말을 떠올리며 흥분을 걷잡을 수 없어 먼지투성이 얼굴도 아랑곳없이 마차에 뛰어올라 성안으로 향했다. 
 
                                                    - 그러나 그녀가 여의술집에 도착했을 때 주인이 그녀를 거지로 알고 팔을 벌려 문을 막았다. 
 
                                                    - 소지우는 얼른 얼굴의 땀과 흙먼지를 닦고 다시 주인을 바라보며 안에서 중요한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주인은 그제야 그녀가 어제 와서 일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 그녀는 곧장 3층의 그 방으로 달려 올라가 고개를 살짝 들이밀었다. 
 
                                                    - 안에서 나지막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오지 않고 뭘 그리 꾸물거리는 것이냐?” 
 
                                                    - 염라대왕은 이미 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소지우는 곧장 허리를 펴고 빚쟁이의 기세를 살려 거들먹거리며 들어갔다. 
 
                                                    - “난 아직 네 정체를 모르니까 경계심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 “흥, 그래도 무섭나 보구나.” 
 
                                                    - 영진은 음산한 가면 속의 얼굴로 차갑게 웃으며 식탁에 단정히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 “만약 네가 희대의 도둑이라면 내가 위험하잖아.” 
 
                                                    - 소지우는 손바닥을 비볐다. 
 
                                                    - “관아에서도 내가 너랑 한 패인 줄로 알 테니까.” 
 
                                                    - “욕심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 있다.” 
 
                                                    - 영진은 싸늘하게 웃었다. 
 
                                                    - “그래서 너도 온 게 아니냐?” 
 
                                                    - “난 정말 막다른 골목이 이르렀어.” 
 
                                                    - 소지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빚이나 갚아.” 
 
                                                    - 그녀는 가녀린 손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 “정말 기생에게 빚진 느낌이군.” 
 
                                                    - 영진은 비아냥거리다가 그녀의 손바닥에 생긴 피멍을 보고 대뜸 눈빛이 어두워졌다. 
 
                                                    - 소지우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도 자기가 낯선 사내에게서 이런 빚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다행히 먼지투성이가 되어 얼굴이 붉어져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 영진은 주머니 하나를 탁자 위에 던졌다. 
 
                                                    - 소지우는 귀를 도사렸다. 그러나 그 주머니는 탁자 위에 떨어질 때도 소리가 별로 요란하지 않았다. 그녀는 약간 실망했다. 
 
                                                    - 주머니를 들어 보아도 오히려 너무 가벼웠다. 은자 열 냥도 들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 “너, 너…” 
 
                                                    - 소지우는 화가 났다. 
 
                                                    - “왜 이렇게 적어? 오늘 어디 가서 이것밖에 빼앗지 못한 거야?” 
 
                                                    - “뭐라고?” 
 
                                                    - 영진은 고개를 들었다. 
 
                                                    - “… 빼앗는다니?” 
 
                                                    - 소지우는 체면도 가릴 겨를이 없이 의자를 당겨 그의 옆에 앉았다. 
 
                                                    - “너 희대의 강도가 아니야? 이게 빼앗은 게 아니면 뭐야? 앞으로 더 많이 빼앗아야 할 거야. 난 돈이 급히 필요하니까.” 
 
                                                    - “너 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냐?” 
 
                                                    - 영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 “이 은자면 한 달은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것이야.” 
 
                                                    - “그러나…” 
 
                                                    - 소지우는 또 두 아이가 학당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며 더더욱 초조해졌다. 
 
                                                    - “아무튼 이건 너무 적어. 모자란단 말이야!” 
 
                                                    - 영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 “그건 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아… 이것밖에 빼앗지 못한 것이다.” 
 
                                                    - 소지우는 여전히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 
 
                                                    - “난 어제 너희가 무슨 여섯째와 넷째를 몰래 감시한다는 말을 들었어. 그리고 성 밖에 나가 그들이…” 
 
                                                    - 영진은 갑자기 그녀의 목을 잡고 사나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호통쳤다. 
 
                                                    - “빌어먹을, 도대체 뭘 들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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