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여인 신분이 드러나다
- “전…”
- 소지우는 잠깐 사내의 잘생긴 얼굴을 얼빠지게 바라보다가 곧 심한 공포에 휩싸였다.
- 이 사내의 살기는 언제든지 사람을 죽일 것 같았다!
- “전… 전 소지우라고 해요. 방… 방금 온 의원이에요.”
- 소지우는 목이 메어 더듬거리며 말했다.
- “의원?”
- 사내는 소지우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 “폐하, 살려 주십시오!”
- 옆에 있던 정영이 무릎을 털썩 꿇었다.
- “시골뜨기가 예의를 몰라서 폐하를 놀라게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 “그대와 상관없는 일이오!”
- 영진은 담담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 “그럼요.”
- 소지우는 떨리는 가슴을 붙안고 억지로 침착하게 말했다.
- “정 어르신, 이건 정 어르신과 상관없는 일이니 참견하지 마세요.”
- “그러나 넌 내가 데려온 사람이야!”
- 정영은 부들부들 떨었다.
- ‘이건 내가 책임질 일이란 말이야!’
- “허.”
- 영진은 소지우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이 얼굴이 약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 그리고 한참 뒤에 입술을 실룩거리며 차갑게 웃었다.
- “여봐라!”
- 소지우는 깜짝 놀라 무릎을 털썩 꿇었다.
- ‘이놈이 갑자기 사람을 부르다니. 왜 사람을 부르는 거야? 나를 끌고 가서 목을 베라고?!’
- 그녀는 죽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새끼 제비처럼 먹이를 기다리는 소묵과 소봉, 두 아이가 있고 늙은 유모가 있다!
- 그런데…
- “이자를 짐의 말을 보살피는 의원으로 어마감에 보내거라!”
- 영진은 말을 마치고 곧장 몸을 날려 말에 올라탄 뒤 멋지게 말채찍을 휘두르며 떠났다.
- 소지우는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다가 갑자기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어머니를 불렀다.
- “소지우.”
- 정영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훔쳤다.
- “너 정말 운이 좋구나. 네가 죽는 건 상관없지만, 이 늙은이까지는 끌어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그러나 전 수의사를 해 본 적이 없어요.”
- 소지우는 두 손을 펼치며 쓴웃음을 지었다.
- “저는 말을 치료할 줄 몰라요.”
- “말을 치료하는 데 네가 필요할 것 같으냐?”
- 정영은 어이가 없었다.
- “목마장에서는 누구나 말을 치료할 줄 안단 말이야.”
- “그럼…”
- 소지우는 의아했다.
- “그럼 제가 어마감에 가서 뭘 해요?”
-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줄로 아시오.”
- 옆에서 다른 의원이 말했다.
- “거기 가서 뭘 하겠는지를 걱정하다니.”
- 소지우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묵아, 봉아, 너희는 하마터면 어머니를 잃고 고대의 고아가 될 뻔했구나. 젠장!”
- …
- 이쇠가 왕호와 소지우를 끌고 갔다. 왕호는 문초 받으러 끌려가고 소지우는 어마감으로 보내졌다.
- 어마감은 담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정원이고 사방에 수풀이 무성했다.
- 110개나 되는 마구간에 수천 필의 말이 있다 보니 여기저기서 말의 울음소리, 투레질 소리, 뒷발질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 소지우는 털빛이 대추처럼 붉은 말 앞에 가서 코를 토닥거렸다. 곧 그 말이 그녀에게 무슨 태도를 보이려고 할 때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고 곧이어 영진이 말에 채찍질하며 달려왔다.
- 소지우는 말 위에 탄 훤칠하고 굳센 사내를 바라보다가 문득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 영진은 그녀의 앞에 와서 갑자기 말고삐를 당겼다. 질풍 같이 달리던 가라말은 그대로 멈춰 서서 두 앞발을 번쩍 쳐들고 힘차게 울부짖었다.
- 영진은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 “하이.”
- 소지우는 황급히 억지로 웃으며 손을 들어 인사했다.
- “무엄하구나!”
- 영진의 뒤를 따라온 호위가 그녀를 보며 호통쳤다.
- “폐하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다니?”
- 소지우는 이런 예절이 정말 익숙하지 않았다. 다행히 영진이 호위에게 손을 흔들어 그만두게 했다.
- “이봐요, 황제.”
- 소지우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 “전마를 치료하는 곳에는 제가 필요 없어요. 저를 의관으로 보내어 실력을 발휘하게 해 주세요.”
- “흥!”
- 영진은 말 위에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 “의관 쪽에서는 많은 의원이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씻고, 옷까지 벗은 채 한 지붕 밑에 있는데 너 그 사내들과 함께 있기가 거북하지 않겠느냐?”
- 소지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입을 막으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이… 이… 이놈이 내가 여자라는 거 알아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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