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대단한 계획
- 박민재는 순식간에 자신의 아픔을 잊어버렸다. 그의 눈빛은 금세 부드러워졌고, 걱정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 “의사들은 뭐래?”
- 그가 조심스럽게 물으며 민서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 민서아는 떨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마치 말 한마디 꺼내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 같았다.
- “수술이 필요하대… 그것도 가능한 빨리.”
-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눌러 가며 말했다.
-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있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는데… 그래도 턱없이 부족해.”
- 민서아는 감정이 터지지 않도록 애쓰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 “엄마한테 집이라도 팔자고 울면서 부탁했는데, 끝까지 거절하셨어.”
-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 “우리 집 없이 살 순 없다고 하셨거든… 근데…”
- 결국 그녀의 말은 속삭임처럼 무너졌다.
- “우리한테 필요한 건 집이 아니라 엄마인데…”
- 스튜디오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서로의 가쁜 심장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 박민재는 아무 말 없이 민서아의 이야기를 들었다.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지만, 그의 눈빛 안에서는 수많은 감정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 잠시 후, 그는 천천히 가방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내 민서아에게 건넸다.
- “이거 받아.”
-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 민서아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 “이게 뭐야…?”
- “나랑 아진이…”
-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이별의 상처가 얼굴을 스쳤다.
- “싸우기 전까지 조금씩 모아둔 돈이야. 수술비 전부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일부는 될 거야.”
- 민서아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떨리는 손끝에 묵직한 무게가 전해지자, 갑자기 목이 꽉 막히는 듯했고, 눈물은 참을 새도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민재아…”
- 그녀의 목소리는 이내 흐느끼며 쉰 숨처럼 변해버렸다.
- “꼭 갚을게. 정말 약속해… 고마워… 나 진짜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
- 끝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삼켰다.
- 박민재는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고개를 살며시 들게 했다.
- “야, 울지 마.”
- 그가 다정하게 말했다.
- “메이크업 다 번지잖아. 우리 아직 촬영 끝난 게 아니거든.”
- 박민재는 훌쩍이면서도 어색하게 웃었다. 민서아는 손등으로 금세 번진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추스르려 애썼다. 그리고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 “민재…”
- 민서아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눈빛에는 걱정과 진심이 담겨 있었다.
- “내가 너랑 아진 화해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 말해. 원하면 내가 직접 아진을 만나서 얘기해볼까?”
- 박민재는 피곤한 듯 고개를 저었다.
- 그리고 어두운 생각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 “아니. 말로는 안 돼.”
- 그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 “대신 아진을 자극할 방법은 있어.”
- 민서아는 무슨 뜻인지 잠시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깜빡였다.
- “자극한다고…?”
-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
- 박민재는 갑자기 몸을 곧게 세웠다. 목소리에는 다시 특유의 매력과 활기가 돌았다.
- “나 초대받은 파티가 하나 있어.” 그가 말했다.
- “정치인부터 유명한 연예인, 대기업 회장들까지 모두 모이는 엄청 큰 자리야. 원래는 아진이랑 커플로 같이 가기로 했었지.”
-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상처 받은 감정이 얼굴을 스쳤지만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
- “근데 그 사람이 계속 연락을 끊고 버티면… 이번엔 내가 너랑 갈 거야.”
- 민서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 “나랑?”
- “그래.”
- 박민재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손아진이 정말 질투하는 여자는 너밖에 없으니까.”
- 그는 악마처럼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 “우리 같이 분위기 좋은 셀카 몇 장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거야. 장담하는데, 아진이 그 사진 보는 순간 바로 미쳐버릴걸.”
- 그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장난을 걸었다.
-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걸 견딜 수 없을 테니까.”
- 민서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맑고 솔직한 웃음이었다.
-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진짜 유치한 계획이네.”
- 그녀는 일부러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근데… 나 참여할래.”
- 박민재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 그의 눈빛 속에는 희미하지만 확실한 희망이 깃들었다.
- “좋아.”
- 그가 낮게 웃었다.
- “이번엔 우리 둘이 제대로 혼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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