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아이디어
- “좋아.”
- 한예준은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번 해봐.”
- 그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희망과 깊은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돌려 이승호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긴장감이 스며 있었다.
- “하지만 승호…”
- 한예준은 눈을 뜨며 잠시 말을 멈췄다.
- “이 일은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 돼.”
-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 “한씨 그룹 대표가 꿈속에만 존재하는 여자를 찾으려고 시간과 돈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그는 살짝 웃었지만, 그 웃음에는 아무런 따뜻함도 없었다.
- “다들 내가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 이승호는 일부러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 “너무하십니다, 대표님.”
- 그가 살짝 과장된 억양으로 말했다.
- “그 정도는 말씀 안 하셔도 압니다. 제가 언제 대표님을 실망시킨 적 있었습니까?”
- 한예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팽팽하던 공기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은 거대한 유리 빌딩 앞에 멈췄다.
- 빛나는 외벽을 두른 초고층 건물은 도시 한복판 우뚝 솟아 있었다. 마치 권력과 성공의 상징처럼 보였다.
- 웅장한 건축미는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경외심을 생겼고, 동시에 한씨 그룹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을 은근히 증명하고 있었다.
- 한예준은 고층 빌딩에 들어갔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고하고 사무실 안 불빛이 이미 켜져 있었고, 바쁜 업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 그는 익숙한 감정을 느꼈다. 자부심과 책임감이었다.
- 한때 그는 단지 가업을 물려받은 후계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년 동안 회사를 이끌며 그는 그것을 단순히 지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집안 사람들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제국으로 키웠다.
- 그의 부모는 그런 아들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다. 가문의 영광을 이어갈 완벽한 후계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가문의 어른들도 이제는 한예준에게 특별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한씨 그룹을 지키는 후계자가 아니라, 회사를 세계적인 명성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한예준과 이승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대통령 전용층 로비는 넓고 고요했다. 대리석 바닥은 차갑게 반짝였고, 천장에 달린 크리스털 조명은 은은하게 빛났다. 벽에 걸린 절제된 예술 작품들마저 이 공간의 품격과 권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 이곳은 한씨 그룹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들만이 올라올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 리셉션 앞에는 젊은 비서가 서 있었다.
- 그녀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반듯하게 자세를 고쳐 세우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눈동자 깊은 곳에는 묘한 긴장감이 스쳐 지나갔다.
-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 송하림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 “하림 씨, 대표님 커피 준비해줘.”
- 이승호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지시했다. 그의 관심은 온통 한예준에게 쏠려 있었다.
- “네, 알겠습니다.”
- 송하림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이승호에게 머물렀다.
- 그 눈빛에는 동경과 슬픔이 함께 담겨 있었다.
- 정말… 너무 멋있어.
- 송하림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이승호의 목소리는 깊고 부드러웠다. 그가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마치 음악처럼 귓가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심장은 자신도 모르게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이승호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남자였다. 똑똑하고 예의 바르며, 품위까지 갖췄다. 그의 매너는 한예준 못지않게 세련되고 우아했다.
- 회사 대부분 여자들이 한예준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송하림은 아니었다.
- 그녀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단 한 사람, 이승호를 향하고 있었다.
- 조용하고,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 아픈 사랑이었다.
- 송하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갑게 마음을 죄어오는 감정을 애써 밀어낸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프로다운 표정을 지었다.
- 그리고 조용히 커피를 준비하러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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