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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시작된 집착

꿈에서 시작된 집착

Yanika Lero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꿈속의 여자

  • 실망이 섞인 가느다란 신음이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거의 고통에 가까운 숨소리였다.
  • 한예준은 힘겹게 눈을 떴다. 방 안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닫히지 않은 커튼 사이로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속을 파고드는, 참을 수 없는 욕망 때문이었다.
  • “도대체… 그녀는 누구지…?”
  • 그는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미친 듯 뛰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 정말 미칠 것 같다.
  • 모든 것은 몇 주 전, 그녀가 처음 꿈에 나타난 그 밤부터 시작됐다.
  • 꿈속의 여자,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고 치명적으로 매혹적인 여자였다. 그녀의 눈빛은 이상하리만치 깊고 위험했다. 마치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고, 연약하면서도 환한 미소는 그를 다정하게 부르고 있었다.
  • 그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만지고 싶었다. 잘 익은 산딸기처럼 붉고 촉촉한 입술의 감촉을 느껴보고 싶었다.
  • 꿈속에서 그녀는 늘 같은 모습이었다.
  • 어딘가 먼 곳에 서서 커피잔을 들고 있었고, 바람은 그녀의 머리칼을 장난스럽게 흩날렸다.
  • 한예준은 손을 내밀었다. 거의 피부의 온기가 닿을 듯한 순간—
  • 언제나 그들 사이에는 검고 끝없는 심연이 벌어져 있었다.
  • 마치 서로 다른 두 세계로 찢겨 나가는 듯한 깊은 간극.
  • 그리고 그녀는 그저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날 이후로 그녀는 매일 밤 그의 꿈속을 찾아왔다.
  • 처음엔 그 꿈이 기다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은 달콤한 환상이 아닌, 고통스러운 집착으로 변해갔다.
  • 차라리 악몽에 가까웠다.
  • 그는 절망에 질식하듯 잠에서 깨어났고, 다시는 잠들 수 없었다.
  • 그녀가 없는 공기조차 독처럼 느껴졌다.
  • “누구야…”
  • 한예준이 또다시 목울대까지 떨리는 숨결로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어둠 속으로 서서히 흩어졌다.
  • 돌아오는 건 오직 깊고 무거운 밤의 고요함뿐이었다. 그리고 미친 듯 울리는 심장 소리.
  • ...
  • “또 그 여자를 꿈꾸셨습니까, 대표님?”
  • 비서는 조심스럽게 물으며 창백하고 지친 그의 얼굴을 살폈다.
  • 한예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무거운 몸을 자동차의 부드러운 가죽 시트에 기댔다. 끝없는 불면으로 인해 관자놀이에서는 둔한 통증이 맥박처럼 욱신거렸고,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 “회사로 가자.”
  • 그는 눈을 감은 채 짧게 말했다. 시트에 몸을 기댄 그의 목소리는 낯설 정도로 메마르고 낮았다.
  • “대표님… 안색이 너무 좋지 않으십니다.”
  • 비서는 걱정을 감추지 못한 채 그의 얼굴을 계속 바라봤다.
  • 한예준은 천천히 눈을 뜨고 이승호를 바라봤다. 불면에 지친 그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고 날카로웠지만, 그 깊은 곳엔 지울 수 없는 피로와 고통이 서려 있었다.
  • “그럼, 네가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나, 승호야?”
  • 그는 거의 체념에 가까운 목소리로 물었다. 입가에는 씁쓸한 자조가 스쳤다.
  • 이승호는 순간 말을 잃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눈빛이 반짝였다. 결심한 사람처럼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 “사실…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그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 한예준은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계속 하라는 듯 신호를 보냈다. 그의 시선엔 조금 더 날카롭고 긴장된 빛이 번졌다.
  • “제 지인 중에 한 사람이 있습니다.”
  • 이승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치 비밀을 털어놓는 듯했다.
  • “초상화 전문 화가인데, 예전에 경찰서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목격자 진술만으로 몽타주를 그리던 사람이죠. 그의 실력은 워낙 뛰어나 빅테어터보다 훨씬 빠르게 범인을 찾아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 이승호는 손을 휘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 “모든 게 디지털화됐어요. 기계가 그의 자리를 대신했고, 그는 경찰서를 떠났습니다. 지금은 거리에서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한예준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다시 낮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어갔다.
  • “정말입니다, 대표님. 그 사람은 단순한 설명만으로도 얼굴을 완벽하게 되살립니다. 기기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이에요. 한번 시도해보시죠. 대표님이 그녀의 모습을 설명하면, 그가 초상화를 그려줄 겁니다.”
  • 이승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한예준을 바라봤다.
  • “그리고… 그 그림을 바탕으로 그녀를 찾아내는 겁니다.”
  • 차 안에는 긴장에 휩싸인 정적이 흘렸다.
  • 한예준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마치 남은 힘을 억지로 끌어모으는 듯했다.
  • 오랜 침묵 끝에—
  •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