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오늘 밤의 여왕
- 누구나 이런 체면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그러나 방우성은 민우겸과의 악수를 하찮게 여기고 반서윤 앞에서 굽실거리고 있었다.
- 마치 반서윤이 엄청 대단한 인물인 것처럼.
- 장난하나?
- 이 광경을 보고 모두가 제 눈을 의심했다.
- 그러나 눈을 아무리 비벼도 변하지 않았다.
- 유림의 얼굴에 걸려있던 오만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허공에 오른손을 내밀고 있는 민우겸은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 온 장내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 반서윤은 아무 신분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
- 왜 지금……
- 소해의 10여 개 국제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CEO가 그녀를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다니.
- “역시 아무나 이런 체면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지!”
- 조태수는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서서 담담하게 내뱉었다.
- 얼마나 귀에 거슬리는 말인가.
- 민우겸과 유림, 이 두 주인공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저……저를 아세요?”
- 순간, 반서윤도 어리둥절했다.
- 그녀는 눈앞의 이분이 비즈니스계에서 어떤 지위인지 잘 알고 있었다.
- 단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자신은 그를 전혀 모르는데, 왜 그는 민우겸을 거절하고 자신에게 이렇게 공손한가 하는 것이었다.
-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 “방 대표님, 이 반서윤은 정말 하늘 높은 줄도 모르는군요. 방 대표님이 먼저 악수를 청하는 건, 이미 반서윤의 체면을 엄청나게 세워주는 거라는 것도 모르고!”
- 민우겸은 한 걸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당신은 이분한테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 방우성은 민우겸을 차갑게 노려보며, 거침없이 말했다.
- 민우겸의 낯빛은 다시 어두워졌다.
- 그는 민 씨 기업의 이사인데, 반서윤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 이런……
- 다른 사람들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별 볼일 없는 하찮은 사람일 뿐인데,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 반 씨 인터내셔널의 반 회장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민우겸을 공손하게 대할 텐데.
- 왜 민우겸이 보잘것없는 반서윤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하는 거지?
- 옛 동창들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 방우성은 여전히 반서윤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
- “반서윤 아가씨의 말씀은 참 일리가 있습니다. 나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을 반서윤 아가씨가 어찌 알겠습니까!”
- 민우겸:“……”
- 유림:“……”
- 동창들:“……”
- 반서윤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 전에 옷 가게에 있을 때, 그 허 매니저로 인해 그녀는 이미 황당한 경험을 했는데, 오늘 이곳에서 방 대표마저 이럴 줄이야.
- 비록 두 사람 모두 스카이 인터내셔널의 CEO들이었지만, 그들은 비즈니스계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존재들이었고, 그녀의 할아버지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두 CEO와 이야기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 왜 하루아침에 갑자기 그녀한테 이렇게 예의를 차리는 걸까?
- 반서윤은 아름다운 눈동자로 옆에 있는 조태수를 힐끗 쳐다봤다. 조태수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이 녀석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 그녀는 또 방우성을 향해 말했다.
- “이러시는 이유가 뭔지 말씀해 주실래요?”
-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대접받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 다른 학생들은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 방우성은 웃으며 말했다.
-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저는 단지 반서윤 아가씨의 존함을 오랫동안 들어왔을 뿐입니다. 오늘 아가씨께서 국제호텔에 방문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영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 반서윤:“……”
- 너무 억지스러운 핑계였다.
- 그러나 방우성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 “아가씨, 얼른 들어오세요. 오늘 반서윤 아가씨의 친구라면, 국제호텔에서 무엇을 드시든 전부 무료입니다!”
- “하지만 그건……”
- 반서윤은 조금 난처했다.
- “여보, 이렇게 손님 대접을 잘하는데, 사양하지 마!”
- 조태수는 옆에서 설득하며 싱긋 웃었다.
- 반서윤은 아름다운 눈동자를 굴렸다.
- “하지만 난……”
- “반서윤 아가씨,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저는 만 개의 배짱이 있어도 감히 아가씨께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합니다!”
- 방우성은 반서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고는 즉시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 곤이 형님이 왜 보잘것없는 반 씨 가문의 아가씨를 이렇게 중시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최대한 잘 대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 방우성이 이렇게 정중하니, 반서윤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사뿐사뿐 호텔로 향했다.
- 조태수는 말없이 뒤를 따랐다.
- “실례지만 이분은?”
- 방우성은 조태수의 포스가 비상한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 말이 나오자, 반서윤의 눈빛에 한 가닥의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이 녀석과 아무런 관계가 없단 말인가?
- 원래 반서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쳤는데, 왠지 오늘 있었던 일들이 전부 조태수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 그러나 방 대표의 질문을 듣고, 반서윤은 자연스레 그 의문을 지우게 됐다.
- “남편입니다!”
- 조태수가 자기소개를 했다.
- 방우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곤이 형님이 중시하는 여자한테 이미 남편이 있다고?
- 뭐야?
- 방우성은 원래 스카이 인터내셔널 배후의 보스가 반서윤의 미모를 마음에 들어 한 거라 생각했는데, 조태수의 말을 듣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민우겸과 유림은 반서윤의 뒤를 따르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 두 사람이었는데, 버젓이 역습을 당하다니.
-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 “반서윤 아가씨?”
- 방우성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참지 못하고 물었다.
- “혹시 곤이 형님과 아는 사이십니까?”
- 반서윤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또 곤이 형님?
-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설마……”
- “그냥 여쭤본 겁니다.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 방우성은 즉시 해명했다. 원곤 대표님에 관한 일은 감히 많이 물을 수 없었다.
- “다다다!”
- 스카이 국제호텔 정문 앞에 거의 30명의 경호원들이 씩씩하게 걸어 나왔다. 이 사람들은 모두 퇴역 군인이었다.
- 정갈한 걸음걸이와 매서운 포스가 하늘을 찔렀고, 두 줄로 나뉘어 호텔 현관 양쪽에 가지런히 서있었다.
- 중간에 있는 두 사람은 즉시 반서윤의 발아래에 레드카펫을 깔았다.
- 마치 국제호텔의 최고위급 인사가 시찰 온 듯한 대우였다.
- 뒤에 있는 동창들은 그 상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 민우겸과 유림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것이 너무 상식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 곧 호텔 임원들이 모두 양복을 입고 마중 나왔다.
- “반서윤 아가씨, 국제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고, 태도가 굉장히 공손했다.
- 반서윤은 깜짝 놀랐다.
- 이런 라인업은 대표님이 오실 때만 있을 것 같았다.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냥 반 씨네 초라한 아가씨일 뿐이잖아!”
- 유림은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원래 오늘 생일파티에서 자신이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반서윤에게 완전히 짓눌려 그녀는 완전히 들러리로 전락했다.
- “여보, 들어가자!”
- 조태수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 “하지만 이건……”
- “좋은 마음으로 그러는 건데, 여보가 거절하면 안 되잖아!”
- 조태수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 허리를 굽혀 청하는 손짓을 하였다.
- “오늘 밤은 내 아내의 생일이고, 내 아내야말로 이 밤의 여왕이다!”
- 반서윤은 멍하니 조태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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