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국토무쌍
- “이게 맞아?”
- 한참 동안 목이 메어 가만히 있던 반서윤은 비로소 조태수에게 한 마디 내뱉었다.
-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오리무중의 상태에 처해있었다.
- “역시 이런 파티는 우리 마누라한테 부족하긴 하지!”
- 조태수는 진지하게 미소를 지었다.
- 반서윤:“……”
- “네, 네……반서윤 아가씨의 신분으로는, 이런 파티가 확실히 반서윤 아가씨께 어울리지 않지요.”
- 옆에 있던 방우성이 얼른 맞장구를 쳤다.
- 사실 방우성도 지금 어리둥절한 상태였는데, 왜 대단한 스카이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가 반서윤을 이렇게 특별대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까마귀도 나뭇가지 위로 날아가 봉황이 될 수 있다니.
-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줄 사람 어디 없나.
- 뒤에 있던 많은 학생들도 이런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완전히 멍해졌다.
- 이성우와 강신영을 비롯한 반서윤을 비꼬던 사람들도 입을 다물었고,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 “까불고 있네, 아무리 크게 떠들어도 초라한 아가씨일 뿐인데, 뭘 거들먹거리고 있어?”
- 유림은 마음속으로 이미 완전히 질투하기 시작했다.
- “림아, 걱정하지 마!”
- 민우겸이 말했다.
- “넌 나 민우겸의 여자야. 난 절대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어. 초라한 가문의 아가씨에 쓸모없는 놈 하나, 내 안중에도 없다고!”
- 민우겸에게는 체면이 달린 문제였다.
- 앞서 방우성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가 거절을 당한 것만으로도 이미 체면이 구겨졌다.
- 그러니까 절대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다.
- “응!”
- 유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 스카이 인터내셔널 국제호텔 내부는 굉장히 럭셔리했다.
- “방 대표님!”
- 반서윤은 방우성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오늘은 제 동창의 생일파티이자, 동창회라서 혹시 방 대표님이……”
- “아이고, 반서윤 아가씨, 저한테 이렇게 예의를 차려서 말씀하시지 마세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분부하시면 됩니다!”
- 방우성은 다급하게 말했다.
- “반서윤 아가씨를 위해 일하는 것은, 저 방우성에게 굉장한 영광입니다!”
- 반서윤이 누구든, 원곤이 특별히 부탁한 사람이라면, 방우성은 감히 어떠한 홀대도 할 수 없다.
- 반서윤:“……”
- 반서윤은 오리무중이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 방우성은 계속 말했다.
- “반서윤 아가씨의 말씀, 알아들었습니다!”
- 말이 끝나고, 방우성은 주위를 힐끗 쳐다봤다.
- 사방에 경호원들과 많은 임원, 종업원 같은 사람들은 조용히 홀을 떠났다.
- 방우성은 또 말했다.
- “아가씨, 무슨 분부가 있으면 언제든 저를 불러주십시오! 그럼 저는 아가씨의 파티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 방우성은 몇 걸음 물러서서야 돌아서서 조태수 옆을 지나갔다.
- “원곤 그놈, 언제 곤이 형님이 되었대.”
- 조태수의 갑작스런 한마디에 방우성은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조태수의 발밑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
- 순간 벼락을 맞은 듯했다.
- 원곤 그놈?
- 방우성은 당연히 원곤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감히 원곤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 그리고 눈앞의 이 녀석은, 원곤의 본명뿐만 아니라, 그놈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 방우성은 조태수가 반서윤의 남편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 “당……당신, 곤이 형님과 아는 사이에요?”
- 목소리가 굉장히 낮아서 조태수의 귀에만 들렸다.
- 하지만 방우성은 묻고 나서 또 후회했다.
- 문득 머리에 번개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원곤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삼류 가문의 아가씨를 신경 쓰진 않을 것이다. 뒤에 서있는 사람이 원곤보다 더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 갑자기 방우성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을 덜덜 떨었다.
- “당……당신은……군……군……”
- “알았으면 됐다.”
- 조태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 “따라와!”
- 말을 마치자 조태수는 성큼성큼 호텔 밖으로 나갔고, 방우성은 뒤를 따랐다.
- 반서윤은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방우성은 조태수가 그녀의 남편인 것을 알고 있으니까.
- 두 사람은 호텔 입구까지 왔다.
- “오늘은 내 아내의 생일이다. 나는 내 아내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 것이다. 너는 이것을 가지고 소해 군부에 다녀와라. 네가 상황을 설명하면,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거다!”
- “이건……”
- 방우성은 몸이 덜덜 떨렸다.
- 그 훈장은 무척 차가웠고, 금 함유량이 충분해 굉장히 묵직했으며 안에 ‘국토무쌍’이라는 네 글자가 새겨있었다.
- 그 네 글자를 보자, 방우성은 이 훈장이 갖고 있는 무서운 영향력이 머릿속에 바로 각인되었다.
-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 방우성은 뜨거운 피가 끓어올라 전쟁에 임하는 것처럼 꼿꼿하게 서있었다.
- 그는 H 국의 거물급 훈장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생이 헛되지 않음을 느꼈다.
- “명심해, 조용히 행동해, 언론에 알려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 조태수는 방우성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어쨌든 H 국의 사람들이 군수라고 부르는 전설 속 인물이 이곳에 나타났으니, 일단 소문이 퍼지면 반드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었다.
- “예!”
- 반우성은 차렷한 후 돌아서서 차를 몰고 떠났다. x발, 이 사람은 전설 속 장군이었어!
- 화려한 홀 안.
- “서윤아, 네가 스카이 인터내셔널의 고위층과 바람을 피우고 있는 줄은 몰랐네. 내가 눈이 멀어서 알아채지 못했어!”
- 유림은 반서윤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 반서윤이 만약 스카이 인터내셔널의 고위층과 바람을 피우고 있지 않다면, 방우성이 그렇게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했을까?
- 결국, 유림의 질투심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 “유림, 나는 항상 너를 나의 가장 친한 친구로 대했는데, 너는 어떻게 나를 이렇게 모함할 수 있어?”
- 반서윤은 유림의 마음이 이렇게 추잡할 줄은 몰랐다.
- 반서윤은 결백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남자도 만나본 적이 없고, 손을 잡은 적도 없었다.
- “서윤아, 화내지 마.”
- 그러나 유림은 여전히 옅은 미소를 지었다.
- “서윤아, 네가 이렇게 예쁜데,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우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 그렇다고 네가 설마 너의 그 쓸모없는 남편이 평생 널 먹여살리길 바라겠니?”
- “그러게 말이야!”
- 옆에 있던 강신영이 앞으로 나서며 한마디 거들었다.
- “서윤이는 우리 대학교 퀸카였잖아. 많은 멋진 남자들 마음속의 여신이었지. 스폰을 받고 있다고 해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지. 단지 너의 남편이 좀 불쌍할 뿐이네!”
- “그 남편은, 허허……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
- 민우겸도 담담하게 말했다.
- “그렇게 쓸데없는 남자는 차도 그만이지!”
- 순식간에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 그들의 추잡하고 너절한 민낯이 빤히 들여다보였다.
- 그들은 반서윤이 그들보다 잘 지내는 꼴을 차마 볼 수 없는 것이었고, 학교 다닐 때부터 이미 그녀를 질투하고 있었다.
- “너희들은……”
- 반서윤은 몸을 떨며 안색이 좋지 않았다.
- 그녀는 이제야 유림과 그 친구들의 민낯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 “여보, 왜 그래?”
- 조태수가 밖에서 걸어들어왔고, 반서윤의 눈가가 촉촉한 것을 보고 물었다.
- “여보, 누가 괴롭혔어?”
- “아……아니야!”
- 반서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조태수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유림의 남자친구는 신분이 어마무시한 민우겸이었으니까.
- “정말 아니야?”
- 조태수는 다시 물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 “정말 아니야!”
- 반서윤은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 “모래가 눈에 들어갔을 뿐이야, 아무 일도 없었어.”
- 하지만 어찌 조태수를 속일 수 있겠는가?
- 조태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에게서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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