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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녀는 내 여자다

  • 어머니 백옥진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서윤아, 다 엄마 탓이야. 엄마도 이진우가 나쁜 놈이라는 걸 알지만, 회장님은 반 씨 집안의 주인이고, 우리 가족은 족보에서 제외되지 않았어!”
  • 백옥진은 딸 하나 뿐인데, 반서윤이 반 씨네 짐승들에 의해 불구덩이로 밀려드는 걸 어떻게 차마 볼 수 있겠는가.
  • 하지만 어쩌겠나.
  •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 반서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진우에게 시집가는 건 차라리 죽느니만 못했다.
  • “반해철, 당신은 죽은 사람이야? 딸을 위해 방법을 생각해 줄 수는 없어?”
  • 백옥진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반해철을 향했다.
  • “당신도 남자고, 회장님의 아들이고, 장남인데, 이렇게 나약하게 굴지 말고, 당신 딸의 행복을 쟁취해 줄 수 없겠냐고!”
  • 반해철이 나약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장남으로서 반 씨 가문에서 이렇게까지 발언권이 없을 리가 없었다.
  • 바로 이 점 때문에 둘째와 셋째가 그의 머리 위로 올라간 것이었다.
  • 반해철이 말했다.
  • “회장님이 결정한 건데, 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 이진우는 소문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 “당신……”
  • 백옥진은 반해철의 말에 화가 나 죽을 것 같았다.
  • 반서윤도 실망했다.
  • “엄마, 아빠한테 기대지마,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 그녀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죽겠다고 결정했다.
  •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 “시간이 됐으니 나가자, 안 그러면 또 혼날 거야!”
  • 그렇게 말하며 반서윤은 휘청휘청 밖으로 나갔다.
  • “서윤아, 너 이대로 나갈 거야?”
  • 백옥진은 옆에 있는 웨딩드레스를 보며, 다른 집에 시집을 가더라도 반서윤을 예쁘게 치장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게 중요해?”
  • 반서윤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쓰레기한테 시집가는데 웨딩드레스가 중요해?
  • “하지만……”
  • 백옥진은 말을 잇지 못하며, 반서윤을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
  • 반서윤은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화장도 하지 않아 전혀 신부답지 않았지만, 타고난 미모와 피부가 좋아 화장을 하지 않아도 여전히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마음을 떨리게 했다.
  • 호텔에는 많은 손님들이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고, 반 회장님도 여기에 있었다.
  • 그런데 반서윤이 나타난 순간 호텔 로비는 고요해졌다.
  • 회장님 반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지금 일부러 반 씨 가문을 친척 앞에서 망신시키는 것인가?
  • “아버지!”
  • 둘째 반문수가 회장님에게 말했다.
  • “내가 보기에 이 계집애는 일부러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은 것 같아요. 10분 후에 이 씨 가문이 신부를 맞으러 오는데 만약 이 계집애가 이렇게 입은 것을 본다면, 우리 반 씨 가문이 예의를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 “할아버지, 우리 아버지 말이 맞아요!”
  • 반강성은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 “옷을 어떻게 입었는지 봐요, 화장도 안 한 걸 보니 우리 가족을 망신시키려는 게 분명해요!”
  • “내가 봐도 그래요!”
  • 셋째 반문재도 입을 열었다.
  • “이대로 시집을 가면 놀림을 받다가 죽겠어요!”
  • “닥쳐라!”
  • 반진남은 노발대발하며 반서윤을 바라보았다.
  • “너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는 것이냐? 내가 얼마나 많은 연줄을 동원해서 너를 이씨 집안에 시집보내게 됐는데, 넌 이렇게 나를 화나게 하는 거냐?”
  • 이 순간에도 모든 하객들이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 하지만 반서윤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 “그렇게 힘을 많이 들였어요?”
  • 반진남을 추궁하는 것이었다.
  • “그럼 이진우가 엄청난 이득이라도 줬으니까 날 이진우한테 시집보내는 거 아니에요?”
  • 생각해봐, 얼마나 우스운가, 이진우는 오랫동안 그녀의 미모를 탐내어 왔는데, 반진남이 굳이 힘을 써야 할까?
  • “반서윤, 감히 할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건방지다!”
  • 반강성은 크게 소리쳤다.
  • “이진우가 너랑 결혼하는 건 다 너의 복이야. 근데 넌 뭘 원해서 이것저것 따지려고 하는 거야? 할아버지가 이 결혼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쓰셨는데, 넌 아직도 여기서 비아냥거리고 있는 거야!”
  • “맞아, 반서윤은 너무 예의가 없어, 이 씨 가문은 어쨌든 소해의 명문가이고 반서윤을 집에 들이고 싶어 하는데, 여기서 뭘 더 하고 싶은 거야?”
  • “이 도련님에게 시집가는 게 뭐가 나쁘다고, 뭐 세계 부자 명단에 오른 사람한테 시집을 가고 싶은 건가?”
  • 반 씨 집안의 많은 친척들은 모두 반서윤이 어른을 너무 무례하게 대한다고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 “허허!”
  • 반서윤은 눈물을 닦으며 냉소를 지었다.
  • “당신들 눈에는 이 씨 집안으로 시집가는 것이 내 복으로 보이겠지만, 내 눈에는 불구덩이로 보일 뿐 아니라 내 할아버지가 직접 날 그 불구덩이에 밀어넣는 거로 보여!”
  • “건방지다!”
  • 반진남은 벌떡 일어나 지팡이로 반서윤을 때리려고 했다.
  • 하지만 반서윤은 고집스레 말했다.
  • “내가 잘못 말했나요? 어렸을 때부터, 당신은 나를 안아준 적이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한 번도 없습니다, 근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의 결혼 대사를 결정하는 겁니까!”
  • “서윤아!”
  • 반해철은 즉각 그녀를 달랬다.
  • “네 할아버지야!”
  • “할아버지가 왜요, 바로 당신의 나약함 때문에 나의 행복을 망쳐버렸어요!”
  • 반서윤이 돌아서서 반해철을 바라보자, 반해철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 반서윤은 계속 말했다.
  • “오늘 내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어떤 옷을 입는지는 내 맘대로 할 거예요!”
  • “너……”
  • 반진남은 지팡이를 치며 반서윤을 때리려 했다.
  • “아버지, 안돼요. 만약 때려서 문제라도 생기면, 저희도 이 씨 집안에 설명하기 곤란하잖아요.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이진우는 반서윤의 몸을 좋아하는 거니까, 이런 거에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 반서윤의 둘째 삼촌으로서 이런 더러운 말을 하다니, 그의 인품이 얼마나 비열한지 알 수 있었다.
  • 백옥진은 눈물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 대략 10분 정도 후에 이 씨 집안에서 신부를 맞이하는 행렬이 도착했다.
  • 여덟 대의 BMW 5시리즈가 어찌나 눈길을 끄는지 호텔 입구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둘러쌌다.
  • “반 씨네 딸은 정말 불쌍하네, 그 악질 도련님에게 시집을 가다니!”
  • “누가 아니래, 집안 형편은 좋아도 그 악질 도련님이 어떤 인간인지 누가 몰라!”
  • “앞으로 반서윤은 잘 지내지 못할 거야. 정말 안타깝네, 그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 호텔 입구의 사람들이 잇달아 속삭이고 있었다.
  • 이진우는 차에서 내려 꽃다발을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호텔로 걸어갔다. 2년 동안 마음에 품었는데,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나?
  • “하하하……”
  • 잠시 생각하더니 이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자신이 반서윤의 옷을 벗기는 장면을 이미 본 것 같았다.
  • 아가씨는 많이 놀았지만, 반서윤처럼 예쁘고 순진한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녀는 아직 처녀였다.
  • 요즘 세상에서 처녀를 찾는 건 바다 속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
  • “하하하, 이 도련님 드디어 오셨군요!”
  • 회장님은 반 씨 집안의 모든 친척들을 데리고 호텔 입구에 왔다. 이진우는 반서윤과 결혼할 수만 있다면, 반 씨 집안의 큰 프로젝트 하나를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 이 프로젝트는 가치가 수백억에 달했다.
  • 그리고 이 씨 집안이라는 친척이 생긴다면, 반 씨 집안은 소해에서 더욱 물 만난 고기가 될 것이다.
  • “반서윤은요, 반서윤은 어디에 있어요? 내가 반서윤을 데리러 왔는데!”
  • 이진우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 “회장님 안심하세요, 제가 약속한 반 씨네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사될 겁니다, 게다가 앞으로 우리 두 집안은 확실한 친척이 될 거예요!”
  • 이 말을 들은 반진남은 크게 기뻐하며 반해철에게 반서윤을 데리고 나오라고 명령했다.
  • “어, 서윤아, 왜 내가 사준 웨딩드레스를 안 입었어?”
  • 이진우는 눈동자에 사악한 빛을 띠고 있었다.
  • “그래도 괜찮아, 난 너라는 사람이랑 결혼하지, 웨딩드레스랑 결혼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앞으로 잘해줄게, 하하하……”
  • 이진우의 그 의기양양한 얼굴만 봐도 역겨웠다.
  • “내 마누라다!”
  • 갑자기 등 뒤에서 쩌렁쩌렁하고 힘찬 소리가 들려왔다.
  • 순간 모두가 돌아보았고, 허름한 옷을 입은 우람한 청년이 남다른 포스를 뽐내며 군중 밖으로 나왔다.
  • 조태수가 입고 있는 옷은 바로 10년 전 반서윤이 그에게 준 것이었다.
  • “x발, 저건 또 뭐야?”
  • “웃기러 왔나, 옷차림 좀 봐, 분명 거지일 텐데, 하느님 맙소사, 감히 이 도련님과 마누라를 뺏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 아냐?”
  • 많은 손님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조태수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