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어떤 길에 보내줄게
- “너……”
- 반서윤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화가 나기도 했고 서럽기도 했고, 울화가 치밀어 눈물마저 나올 것 같았다.
- 모두 한 집안 식구인데, 왜 반 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이렇게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남보다 못한 대접이었다.
- 그녀가 딸로 태어났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았고 눈길도 주지 않았으면서 결혼식에서는 그녀의 인생을 지배하려 했다.
- 그리고 두 삼촌과 사촌 오빠인 반강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길에서 굶어죽기만을 바라는 듯했다.
- 셋째 삼촌의 아들인 반석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반 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싫어한단 말인가.
-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 게 잘못인가?
- “내 말이 틀렸어?”
- 반석호는 계속해서 그녀를 몰아붙였다.
- “내일 이후로 반 씨 집안에서 너라는 존재는 사라질 거야. 그 간질병 남편에게 오히려 감사해야겠네. 네 남편이 어제 반강성을 때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널 집에서 쫓아낼 이유를 찾지 못했을 테니까!”
- “꺼져!”
- 반서윤은 손가락으로 반석호를 가리키며, 가냘픈 몸을 덜덜 떨었다.
- “꺼져야 할 건 너겠지!”
- 반석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껄껄 웃었다.
- “어이, 종업원, 이리 와!”
- “선생님,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 종업원 한 명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대응했다.
- “본 도련님은 1년에 너희 가게에서 2억을 쓰진 못해도, 적어도 1억 5천은 쓰니 난 너희들의 하느님이다. 지금 당장 이 여자를 쫓아내지 않으면, 너희 가게는 문을 닫게 될 거다!”
- 반석호의 목소리는 우렁차기 그지없었다.
- “그건……”
- 종업원은 난색을 표했다.
- “너희 매니저 나오라고 해!”
- 돈 많고 거만한 반석호가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 옆에 있던 반서윤은 낯빛이 어두워진 채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여보, 이거 어때!”
- 피팅룸에서 나온 조태수는 정장 차림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 이건,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다.
- “와- 너무 멋있어!”
- 가게 안의 여종업원 몇 명이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정장 차림의 조태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반석호의 여자친구도 참지 못하고 조태수를 힐끔 쳐다봤다.
- 그야말로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었다.
- 맞은편에 있는 반석호는 이미 조태수의 포스에 짓눌렸고, 조태수는 마치 다른 차원의 사람처럼 보였다.
- “여보, 왜 울어?”
- 조태수는 반서윤 앞에 와서 반서윤의 눈가가 촉촉한 것을 발견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눈동자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 옷 갈아입는 사이에 아내가 괴롭힘을 당하다니.
- 조태수가 그걸 참을 수 있겠는가.
- 반서윤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맞은편에 있는 반석호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서, 조태수는 대충 알아차렸다.
- “네가 내 아내를 괴롭혔나?”
- 보태수의 시선이 반석호에게로 향했다.
- 그러나, 이 한줄기의 눈빛은 반석호의 마음속에서 엄청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 “너……너 뭐 하려는 거야?”
- 조태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무심코 한마디 내뱉었다.
- “그냥 어떤 길에 널 보내주려고.”
- 소름 끼치는 어휘 선택이었다.
- 반석호:“……”
-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반석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 “네……네가 감히, 고작 데릴사위 주제에, 네가 만약……”
- 퍽-
- 뺨 한 대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 반석호는 피를 토하며 앞니 두 개가 빠졌고,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지르는 것마저 잊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고통이 전해지자 비로소 그가 데릴사위에게 맞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반서윤은 멍해졌다.
- 반석호의 여자친구도 넋을 잃었다.
- 몇몇 예쁜 여종업원도 멍하니 있었다.
- “씨……x발, 감히 날 때려!”
- 반석호는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
-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반서윤은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 전에 결혼식장에서 반강성을 때린 일로 반서윤 일가는 이미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인데, 여기서 또 반석호를 때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 화풀이는 했지만, 앞으로 골칫거리는 더 커질 것이다.
- 하지만 반서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조태수가 여기서 끝내지 않고 발을 들었다는 것이다.
- 퍽-
- 방금 일어난 반석호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는데, 또 조태수에게 걷어차여 땅에 엎드리게 되었고 조태수는 오른발로 반석호의 얼굴을 밟았다.
- 반석호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 그가 누구인가, 반 씨 가문의 둘째 손자가 언제 이런 굴욕을 당한 적이 있겠는가.
- “이 병신아, 비켜라!”
- “욕에 중독됐나?”
- 조태수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갑자기 발을 들어 반석호의 아랫배를 걷어찼고, 반석호는 몸이 3미터 밖으로 날아나 바닥에 납작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다.
- “내 아내를 너희 같은 조무래기들이 괴롭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조태수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아직 반석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 주변 종업원들과 반석호의 여자친구는 이미 완전히 넋을 놓았다.
- 너무 잔인해.
- “조태수, 그만해!”
- 반서윤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는 이대로 가다가 조태수가 반석호를 산 채로 때려죽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그래, 여보 말 들을게.”
- 조태수는 얌전히 반서윤에게 왔다.
- “당신 왜 이렇게 날 감싸는 거야, 우린 그냥 명목상 부부일 뿐인데.”
- 반서윤의 예쁜 입술이 꿈틀거렸다.
- “내 마음속에는 네가 내 아내이니까!”
- 조태수는 씩 웃었다. 방금 그 차갑고 패기 넘치는 카리스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미소만 남았다.
- “난……”
- 반서윤은 말문이 막혔다. 내심 왠지 모를 안도감이 일었다.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왠지 하늘이 무너져도 그녀 앞에 있는 남자가 하늘을 받쳐줄 것만 같았다.
- “무슨 일이야, 누가 감히 우리 가게에서 소란을 피워!”
- 바로 이때 문 밖에 양복 차림의 청년이 경호원들을 데리고 노기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 꽤 카리스마가 있어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 “매니저님, 드디어 오셨군요. 이……이 사람들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 여종업원은 앞으로 나서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 어쨌든 모두 고객이었으니까.
- 그러나 반석호는 오히려 신이 났다.
- “당신이 여기 총괄 매니저야? 마침 잘 왔어. 난 당신 가게의 하느님이야. 지금 바로 이 개 같은 남자와 여자를 여기서 쫓아내!”
- “뭡니까?”
- 매니저는 반석호를 차갑게 흘겨봤다.
- “매니저님, 이분은 반 씨 인터내셔널의 둘째 도련님으로, 1년에 우리 가게에서 2억 원 정도를 소비하시는 귀한 고객입니다!”
- 옆에 있던 여종업원이 속삭였다.
- 매니저 허한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 “조태수, 가자!”
- 반서윤은 조태수의 옷자락을 잡아당겼고, 그녀는 연간 수억 원을 소비하는 고객이 한 백화점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사람들에게 쫓겨날 뿐이었다.
- “여보, 혹시 이 사람이 사리에 밝은 사람이라면?”
- 조태수의 표정은 무척 부드러웠다.
- 반서윤: “……”
- 사리에 밝다고?
- 사리에 밝다고 해도 네놈이 먼저 사람을 때린 건 사실이잖아.
- “내가 바로 반 씨 인터내셔널의 둘째 도련님이다. 우리 아버지는 반 씨 인터내셔널의 전무 반문재야! 너한테 정중하게 요구한다, 이 두 사람을 여기서 쫓아내!”
- 반석호의 말은 마치 명령처럼 강력하게 들렸다.
- “당장 내쫓아!”
- 허한의 명령이 떨어졌다.
- “이놈아, 간이 부었구나,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우다니, 이 백화점 배후에 있는 사장님이 곤이 형님이라는 걸 몰랐냐?”
-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들이 성큼성큼 경찰봉을 들고 조태수와 반서윤에게로 향했다.
- 곤이 형님, 이름은 원곤, 북야군구의 퇴역 군인이자 비즈니스계의 거물, 그의 재산은 전국 각지에 널려 있었다.
- 반서윤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참지 못하고 조태수의 품에 와락 안겼다. 그녀는 여린 여자일 뿐인데, 언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겠는가.
- “반서윤, 감히 나랑 맞서면 좋은 결말이 없을 거다!”
- 반석호는 피를 닦으며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뭐 하는 거야?”
- 그런데 그 순간, 허한이 그 경호원들을 향해 한바탕 소리를 질렀다.
- “매니저님, 사람을 내쫓으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 경호원 몇 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반 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인지 뭔지 하는 놈을 쫓아내라고!”
- 허한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멍청한 놈들, 눈치가 하나도 없군.
- 경호원들: “……”
- 반석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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