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할아버지의 서포트
- 30분 뒤, 안율은 마트에서 세 봉지 가득 물건들을 사 들고 돌아왔다. 그 무거운 봉지를 들고 오느라 그녀는 손가락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 겨우 봉지들을 냉장고 앞에 내려놓은 그녀는 아픈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었다. 손가락은 봉지에 눌려 빨개져 있었다.
- 곧이어 그녀는 육류와 생선 등 식재료들을 냉장고 안에 넣기 시작했다.
- 대추와 버섯 같은 것들도 차곡차곡 정리해 넣었다.
- 그리고는 간장, 식초, 식용유, 소금 등등 양념들을 주방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 그런 다음 그녀는 새로 산 앞치마를 두른 뒤, 큰 그릇 네 개를 꺼내 방금 사 온 다진 고기를 그릇에 넣었다.
- 이어서 그녀는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당근을 썰고, 고수와 버섯과 함께 잘게 다졌다. 그녀는 만두를 조금 빚어 냉동실에 얼려둘 생각이었다.
- 그렇게 해두면 나중에 아침으로나, 야식으로 꺼내먹기 편리했다.
- 하지만 윤재환이 무슨 소를 좋아하는지, 또는 어떤 것들을 싫어하는지를 몰랐기에, 그녀는 그런 점을 고려해 네 가지 다른 소 재료를 준비했다.
- 만두를 빚는 동안 그녀는 TV를 틀어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알차게 시간을 활용했다. 이에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 그렇게 커가란 접시 네 개를 만두로 가득 채우고 그릇 안의 소들도 거의 소진되어 갈 때쯤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며 잠시 멈칫하던 그녀는 얼른 일어나 손을 씻고는 궁금함을 안은 채 빠른 걸음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 “할아버지?!”
- 그곳에는 윤창범 혼자서 지팡이를 짚은 채 싱글벙글한 얼굴로 문 밖에 서 있었다.
- “어서 들어오세요, 할아버지!”
- 안율은 얼른 문을 열고 그를 부축해 안으로 모셨다.
- “의사가 내일 퇴원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 “손자가 결혼을 했다니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순식간에 다 나았지 뭐냐!”
- 노인은 정정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다른 한 손에는 그녀에게 줄 선물도 들고 있었다.
- “재환이는?”
- “재환 씨는… 미팅이 있어서 회사에 갔어요.”
- 안율은 생각나는 대로 핑계를 댔다. 사실 그녀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 “뭐?”
- 그녀의 말에 윤창범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여섯 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 그는 들고 있던 봉투를 대충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휴대폰을 꺼내 윤재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할아버지…”
- “윤재환, 무슨 미팅이길래 신혼 첫날밤에도 회사에 나가 있는 거냐? 얼른 집으로 들어오지 못해!”
- 윤창범이 화가 난 듯 호통쳤다. 내뱉는 말 또한 그 어떤 반항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 그렇게 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는 다시 싱글벙글한 얼굴로 봉투를 집어 들어 앞에 있는 소녀에게 건넸다.
- “율아, 이건 재환이가 너한테 주려고 준비한 결혼 선물이다. 본가에 놓고 갔더구나. 마음에 드는지 한 번 열어봐.”
- 노인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안율은 기쁘게 그가 건넨 선물을 받아 들었다.
-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재환 씨가 주는 건 다 좋아요.”
- “다정하기도 하지.”
- 그런 그녀를 칭찬하던 윤창범은 그제야 그녀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리고는 상위의 빚어놓은 만두들과 남아있는 만두피와 고기소를 발견한 그는 상 쪽으로 몇 걸음 다가가더니 우선은 조금 놀란 듯한 기색을 보이다 이내 기쁨을 금치 못하며 물었다.
- “율아, 이것들 다 네가 빚은 거니?”
- “네, 할아버지.”
- 소녀는 미소를 지은 채 답하며 몸을 돌려 선물을 내려놓았다.
-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길래 만두라도 빚어서 쟁여놓으려고요. 배가 고프면 요기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아무래도 마트에서 파는 냉동 만두보다 훨씬 깨끗하기도 하고요.”
- 그녀의 말에 윤창범은 무척이나 감동한 듯 말했다.
- “재환이 그 녀석은 정말이지 착하고 참한 아가씨를 아내로 맞았구나!”
- “할아버지, 재환 씨가 못 먹는 게 있나요? 속 재료를 네 가지를 준비하긴 했는데, 하나 정도는 좋아하는 게 있겠죠?”
- 소녀는 물을 한 잔 따라왔다.
- “할아버지, 일단 물 한 잔 드시면서 소파에 앉아계세요. 마무리만 좀 할게요.”
- “그래그래.”
- 윤창범이 물 잔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 “그 녀석은 뭐든 다 먹어! 가리는 거 없어.”
-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 그렇게 윤창범이 그의 손자며느리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윤재환이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 그가 집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뭐라 설명할 새도 없이 윤창범의 폭풍 질책이 그를 향해 쏟아져 나왔다.
- “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몸에 무리라도 가면 어떡해요.”
- 안율이 급히 말리고 나서며 미소 지으며 윤재환을 두둔했다.
- “오늘은 재환 씨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일찍 돌아온다고 저랑 약속을 했으니 할아버지가 전화를 하지 않으셨어도 분명 돌아왔을 거예요.”
- 윤창범은 자신의 손자가 밤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새신부를 혼자 남겨두고 독수공방시킬까 일부러 예정보다 일찍 퇴원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 그는 두 사람이 첫날밤을 제대로 보내도록 지켜보러 온 것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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