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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팔려 가다

  • 그녀가 급히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고 얼굴 위에는 붉은 자국이 커다랗게 남아 있었다.
  • “엄마, 그 사람이 때린 거야?”
  • 소녀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
  • “어디 갔어, 그 사람?!”
  • “율아, 여긴 왜 돌아왔어?”
  • 고성희는 급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심정이었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딸에게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 역시나 안율이 미처 상황 파악도 하기 전에 안승호가 세 명의 남자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왔다.
  • “저 계집애가 바로 제 딸 안율입니다. 데려가시죠!”
  • 그는 술을 마신 듯 이리저리 휘청이고 있었다. 하지만 말투만은 꽤 득의양양했다.
  • 안율은 머리가 반쯤 벗겨지고, 배는 한가득 나온 남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사악하게 웃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게다가 그의 얼굴에는 기다란 칼자국까지 있었다.
  • 그녀는 악몽이 이렇게 빨리 자신을 덮쳐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 “계집애가 얼굴도 예쁘고 이름도 예쁘군. 게다가 어리기까지! 마음에 들어!”
  • 그가 군침을 삼키며 안율을 집요하게 훑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남자들을 향해 눈짓했다.
  • 그러자 두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다가와 안율을 붙잡았다.
  • “가시죠, 아가씨!”
  • 그들은 목소리만 거친 것이 아니라 동작 역시 무척이나 거칠었다.
  • “율아!”
  • 고성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 “이거 놔요!”
  • 소녀는 잔뜩 화가 난 채 몸부림치며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내뱉었다.
  • “이거 놓으라고요! 지금은 혼인의 자유가 있는 시대예요. 이러는 건 불법이라고요!”
  • “법? 도박은 불법 아니냐? 이 안승호는 법 따위는 안중에 없어. 눈에 뵈는 건 오직 돈뿐이지!”
  • 남자는 잔뜩 취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갔다.
  • “지금이야 어리니까 4천만 원이라도 하는 거지. 나중이 되면 돈을 줘도 갖겠다는 사람 하나 없을걸! 그러니 얼른 데리고 가세요!”
  • 안율은 화가 치밀었다.
  • “안승호, 당신 언젠가 이 업보를 돌려받게 될 거예요!”
  • “승호 씨, 제발 이러지 마!”
  • 그녀의 어머니인 고성희가 예전의 유약하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남자에게 다가가 애원하기 시작했다.
  • “율이는 당신 딸이 아니야! 그러니 당신은 율이한테 이럴 자격 없어!”
  • “내 딸이 아니지! 그런데 이제껏 내 집에서 먹고 자고 했잖아! 이제는 갚을 때도 됐어! 그러니까 꺼져!”
  • 남자가 팔을 휘둘러 아내를 테이블 위로 내팽개쳤다. 이에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친 것인지, 고성희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엄마!!”
  • 안율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몸부림쳐도 자신을 잡고 있는 남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 이성을 잃은 안승호는 아내에게 다가가 단숨에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쥐고는 표독스럽게 경고를 날렸다.
  • “내 일에 훼방 놓지 마, 이 거지 같은 년아!”
  • 머리채가 잡혀 고개가 뒤로 꺾여버린 고성희가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 “엄마!”
  • 안율은 조급함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 “그 손 놔요!!”
  • “안율, 네년이 감이 반항이라도 한다면 내가 오늘 이년을 죽여버릴 줄 알아!”
  • 안승호의 독기로 가득 찬 두 눈과 어머니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선혈에 안율은 억지로 냉정함을 되찾으려 애썼다.
  •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겨우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 “좋아요. 이 사람들을 따라갈게요!”
  • 그녀는 그가 지금 반쯤 미쳐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재 더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그는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상태였다.
  • “엄마, 몸 잘 챙겨…”
  • 소녀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말했다. 살아만 있다면 그녀는 언제가 되었든 자신의 어머니를 이 지옥 속에서 구해 낼 생각이었다.
  • 졸부에게 끌려 집을 나선 안율은 억지로 한 봉고차 안으로 밀어 넣어졌다.
  • 소녀가 독 안에 든 쥐 신세라는 것을 알고 있던 졸부는 수하들에게 그녀를 놓아주라고 하고는 자신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
  • 그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또렷한 이목구비의 이 소녀가 꽤 가엾게 느껴졌다.
  • “마누라, 참 예쁘게 생겼군. 걱정 마, 내가 잘해줄게.”
  • 남자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소녀를 끌어안았다.
  • “이거 놔! 이 변태새끼야!”
  • 안율은 힘껏 그를 밀어냈다.
  • “난 이미 결혼한 몸이라고!”
  • 하지만 남자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그렇게 반항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 마음에 드는 듯 입을 열었다.
  • “걱정 마, 너같이 예쁜 계집애는 이혼을 했어도 받아 줄 생각이 있으니까.”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 이에 안율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졸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그녀를 향해 덮쳐 들었다.
  • “이거 놓으라고! 이 변태 같은 자식아!!”
  • 안율은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녀가 반항할수록 졸부는 더 흥분했고, 얼굴에 걸린 미소도 더 음흉해져 갔다.
  • “이봐 아가씨, 어차피 넌 이제 내 거야. 그러니까 괜히 튕기지 마. 네 아버지가 이미 나한테서 돈을 받아 갔다고.”
  • 하지만 안율이 절망감에 휩싸여 자신의 인생은 이제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
  • 끼익-!
  • 귀에 거슬리는 브레이크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차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 그 관성으로 인해 차 안에 앉아 있던 모두가 앞쪽으로 밀려 다들 부동한 정도로 머리를 부딪쳤다.
  • “씨발!”
  • 차가 멈춰 서기 무섭게 졸부가 잔뜩 화가 난 듯 욕지기를 내뱉었다.
  • 그러던 그때, 차 문이 열리더니 검은 정장 차림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 몇 명이 차를 에워싸고 선 채 엄숙한 얼굴로 차 안의 남자들을 향해 내리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