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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 “나중에는 나랑 함께 살려고 또 나를 지키겠다고 손정수가 부모님한테 아예 절연하자고 했어.”
  • “나는 몇 번이고 말렸지. 그는 나랑 다르잖아. 그래도 부모님 친아들이고 고개만 숙이면 집안 모든 게 그의 거였거든.”
  • “나 때문에 그가 자신을 낳아 키운 부모님과 이렇게 등을 지는 건 원치 않았어.”
  • “근데 그 사람이 평생 나를 돌봐줄 수 없다면 차라리 죽겠다고!”
  • “그다음 일은 대충 짐작하겠지. 손정수는 부모와 진짜 절연했고 나와 결혼했어.”
  •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때부터 그의 부모는 우리 삶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다시는 뭘 막으러 오지도 않았어.”
  • “결혼 후 그는 대학 교수가 되었고 연구에만 파묻혀 살았어. 난 전업주부가 되어 그의 살림을 챙기고 뒷바라지에 올인했어.”
  • 결혼 후의 달콤함을 떠올리며 김서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 그 순간 내 가슴 한켠에서 이상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는 그 감정을 억누르며 다른 질문을 건넸다.
  • “아까 교수님 부모님 이야기는 대충 알겠습니다. 그럼 사모님 부모님은요? 그땐 어떤 입장이었나요?”
  • 김서연의 동공이 확 움찔했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며 감정을 다잡았다.
  • “엄마는 나를 낳다가 난산으로 돌아가셨고 아빠는 내가 열두 살 때 심장마비로 일하다가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어.”
  • “손정수를 알기 훨씬 전부터 난 이미 부모 없는 고아였어.”
  • 순간, 나는 죄책감이 탁 올라왔다.
  • “죄송합니다. 그런 아픈 사연인 줄은 몰랐어요……”
  • 하지만 김서연은 손사래치며 말했다.
  • “괜찮아. 어차피 다음에 하려던 얘기였거든.”
  • 그녀는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긴 뒤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 “말했잖아. 내가 왜 손정수를 죽였는지 알려면 먼저 내가 왜 그를 사랑했는지부터 이해해야 해.”
  • “하지만 손정수 부모조차 이 모든 걸 몰랐을 거야. 우리 둘이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도 전혀 모르겠어.”
  • “그 사람들 눈엔 내가 일부러 꼬드기고 말로 현혹해서 남들보다 먼저 손정수를 선점했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 “아니면 왜 재벌집 딸들은 다 놔두고 가난한 집에서 자란 고아인 나를 굳이 택했겠냐고 말하겠다.”
  • “하지만 지금부터 말해 줄게. 우리 사랑 뒤에 숨은 비밀을...
  • 내가 그를 사랑한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