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 “내가 그를 죽인 건 그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야.” 그녀가 낮게 말했다.
- 하지만 김서연의 표정은 몇 초 흔들리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단단히 고정되었다.
- “내가 왜 손정수를 죽였는지 알고 싶다면 먼저 내가 왜 그를 사랑했는지부터 이해해야 해.”
- “얘기가 길어. 들어줄래?”
-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목소리는 너무나 진지했다.
- 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곧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 “당연하죠.”
- 이게 바로 내가 여기 온 이유였다. 교수님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크게 충격에 휩싸였고 가슴이 미어졌다.
- 하지만 동시에 내가 더 갈망한 건 사건의 진실, 그러니까 김서연이 왜 사람을 죽였는지 그 진짜 동기였다.
- 나는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많은 변호사들을 찾아다녔다. 경찰 앞에서 각서까지 쓰고서야 겨우 여기까지 왔다. 모두 김서연의 입을 열게 하려는 마음이었다.
- 이렇게 쉽게 진실에 다가갈 줄은 몰랐다. 수많은 경찰과 변호사들이 캐물어도 듣지 못했던 얘기를, 지금 김서연이 나에게 털어놓으려 한다.
- 내가 대답하자 그녀도 군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서울의 태성그룹, 알지?”
- 그 유명한 태성그룹?
- “당연히 알죠.”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 태성그룹은 지난 세기 설립되어 있고 현재는 서비스업 중심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동산, 쇼핑몰, 스포츠, 키즈 산업까지 사업 분야가 두루 펼쳐져 있고 수익도 천문학적이다. 작년에는 드라마·영화 사업에 손을 댔다가 대박을 터뜨리며 글로벌 톱100 기업까지 올랐다.
-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챘는지 김서연이 담담히 말했다.
- “손정수는 태성그룹 회장님의 외아들이야.”
- “뭐라고요?” 나는 거의 벌떡 일어날 뻔했다.
- 머릿속에서 태성그룹 관련 정보가 미친 듯 뒤휘몰아쳤다. 태성그룹 회장님은 예순이 훌쩍 넘었고 성은 분명 ‘손’이었다. 아들이 하나 있다고 하지만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 그래서 소문이 무성했다. 회장님이 아들을 어릴 때 해외로 보냈고 그 아들은 거기서 가정을 꾸리고 눌러앉아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소문이었다.
- 하지만 설마 그 사람이, 내 교수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 “놀랐지? 손정수한테는 금수저 티가 1도 없어.” 김서연이 말했다.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흥분한 내 감정을 그제야 깨달았다.
- 김서연 말이 틀리지 않았다.
- 교수님은 검소한 생활을 했고 사람도 온화했다. 함께한 학생과 동료들은 모두 그가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고 했다.
- 솔직히 그분의 학문적 성과는 업계에서 위상이 높았고 수입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물욕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자신의 위치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 적도 없었다. 재벌 2세에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 그런데 다음 말을 듣고 난 폭풍처럼 벼락을 맞았다.
- “아니.”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 “학문이랑은 상관없어.”
- “손정수는 나 때문이었어. 그래서 부모랑 인연을 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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