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 “사모님을 위해서요? 그건…”
- 숨이 턱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김서연이 말한 ‘배신’과 무슨 상관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물어야 할지 고민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아마 궁금하겠지. 손정수가 재벌 2세면 그게 무슨 배신이냐. 그럼 내가 왜 그 사람을 죽였느냐고.”
- 김서연이 커피를 천천히 휘저으며 말했다.
- “근데 말이야. 사람의 인성이나 성격, 심지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도 다 집안과 자라온 배경에서 절대 벗어날 수가 없는 법이야.”
-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 “네가 왜 내가 네 지도교수를 죽였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 둘의 이야기를 끝까지 차분히 들어봐.”
- 나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 “말씀하세요. 제대로 듣겠습니다.”
- 때마침 봄이었다. 창밖 풍경은 한창 아름다웠다. 버들가지가 연둣빛으로 반짝였고 휘어져 땅에 닿을 듯 늘어져 있었다.
- 김서연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의 과거를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 “손정수는 재벌 2세였고 내 집안은 그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어.”
- “동화 속에선 왕자랑 신데렐라가 별일 없이 결국 이어지잖아.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더라.”
- “우린 고향이 같았어. 내가 중학교 때 처음 알게 되었고 진짜 사귄 건, 내가 대학생이 된 후 몇 년이 훨씬 지나서였다.”
- “내가 제일 힘들던 시기에 손정수가 불쑥 내 인생에 들어와서 온기와 용기를 줬어. 우리는 사랑했고 진심으로 사랑했거든.”
- “연애 얘기는 나중에 더 말할게. 지금은 손정수가 왜 나 때문에 부모와 인연을 끊고 사남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겼는지 말해줄게.”
- 그녀 눈빛에 오래된 기억이 비쳤다.
- “우리가 사귄 지 두 해쯤 됐을 때 손정수가 날 집에 데려가 부모님께 인사드리자고 했어. 나도 좋다고 했지.”
- “몇 년을 사랑했고 나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슬슬 결혼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줄 알았어.”
- “오늘까지도 그 일을 들었을 때 느꼈던 긴장감과 설렘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해.”
- 잠깐 말을 멈추던 김서연은 다시 이어갔다.
- “근데 손정수네 집에 가기 전날 밤에서야 알았어. 그가 태성그룹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 교수님의 과거 얘기라서 내가 더 바짝 집중하자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부자라서 앞으로 먹고사는 걱정은 없다… 그건 나쁘지 않은 소식이야.”
- “하지만 나한텐 그 소식이 그리 좋지는 않았어.”
- “예상했던 대로였어. 손정수 부모님은 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분들이 생각한 며느리는 자기네 사업 파트너의 딸이어야 했으니까.”
- “집안 급이 맞아야 하고 힘 있는 집안끼리 손잡아야 두 집 사이가 더 공고해진다… 그게 그분들이 꿈꾸던 그림이었어.”
- 여기까지 말을 마친 김서연은 잠시 말을 멈췄다.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