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김서연은 말을 마치고 앞에 있는 커피에 각설탕 하나를 툭 떨어뜨렸다.
- 나는 멍하니 굳어 있었다. 그녀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 불륜이 아니란 말인가?
- 그녀가 말한 ‘배신’이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 그것도 사람을 죽일 만큼 치명적인 그 ‘배신’이라니.
- 김서연은 나의 표정 변화를 눈치챘다. 말없이, 마치 흥미롭다는 듯 나를 지켜봤다.
- 벽시계 초침이 여전히 움직이는 게 아니었으면 시간 자체가 멈춘 줄 알았을 것이다. 초침은 뚝뚝, 똑똑 떨어졌다.
- 서늘한 그녀의 시선에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할 즈음,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 “내가 손정수가 바람났다고 하면...너 믿겠어?”
- 왜 그런 질문을 던지는지 나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잠시 머뭇거리다 솔직하게 답했다.
- “죄송해요. 그 말이 사모님 입에서 나온 거라도 전 쉽사리 믿을 수 없어요.”
- 확실한 증거를 보기 전에는 내 지도교수님을 그렇게까지 악의로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명목상 내 사모님이었지만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직접 만난 적이 없고 얼굴도 사진으로만 봤다.
- 사건의 피해자, 이미 세상을 떠난 나의 지도교수님 손정수——
- 학문적으로 뺴어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점잖았으며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했던 그가 아내에게 배신을 저질렀을 거라 상상하기 어려웠다.
- 김서연이 피식 웃었다.
- “그래. 넌 그의 제자고 아직도 많이 존경하지.”
- 그녀는 잠깐 머뭇이다가 덧붙였다.
- “내가 중년 위기에 빠진 여자 같아 보이니? 하루종일 남편 바람만 의심하는 미친 여자.”
- 그 말에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아...아뇨. 교수님을 존경하는 건 맞지만 사모님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 김서연이 꼼짝도 하지 않자 나는 살짝 긴장감에 휩싸여 조심스레 한마디를 더 건넸다.
- “수업 때 교수님이 얼마나 다정하게 사모님 얘기를 자주 하셨는지 알아요. 함께 살림도 잘 하고 십수 년간 얼굴 붉히며 싸운 적도 없다고요.”
- “두 분이 정말 부러웠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물었다.
- “만약 교수님이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면 그 ‘배신’이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 “그리고 두 분이 그렇게 좋았다면 과연 왜 교수님을 죽이셨나요?”
- 그녀가 들고 있던 커피잔이 한순간 허공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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