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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 이 드라마 같은 얘길 듣고 나는 참다 못해 물었다.
  • “그래서 교수님이 사모님이랑 있으려고 부모님이랑 아예 연을 끊으신 거예요?”
  • 김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 손정수도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하려던 건 아니었어. 나는 더더욱.”
  • “그가 별짓을 다 했어. 좋게 설득하는 것부터 무릎 꿇고 빌고 단식까지 하고 죽겠다며 소동도 피우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 그 말 끝에 자조적인 웃음이 스쳤다.
  • “그래도 손 씨 집안은 끝내 저를 받아들이지 않았어.”
  • 공기가 다시 무겁게 가라앉았다.
  •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 “교수님의 행복한 결혼 뒤에 이런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 곧 한 가지가 떠올라 물었다.
  • “그럼 그때, 사모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 “나?” 김서연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 “나는 손정수를 사랑했어. 사랑하면 그 집 강아지도 예쁘다잖아. 따지자면 나도 그의 가족까지 사랑해야 맞지.”
  • 그녀 얼굴에 서늘한 슬픔이 스쳤다.
  • “근데 겪고 보니 정말 그건 못 하겠더라고.”
  • “사랑한 건 맞아. 근데 그의 부모님을 처음 본 그날부터 매번 얻어맞듯 상처만 받았어.”
  • “평범한 집에서 자란 사람은 그런 재벌가가 어떤 수를 쓰는지 상상도 못 할 거야.”
  • “입에 담기 힘든 말로 욕하고 모욕했어. 자기 아들 꼬신 뻔뻔한 여자라느니… 심지어 사람까지 붙여서 협박했어.”
  • “나란 사람 전체가 감시당했고 사실상 자유가 없었어. 이미 계약까지 끝낸 일자리도 날아갔고 앞날은 캄캄했어.”
  • “나도 배울 만큼 배웠고 그땐 젊고 자존심도 셌거든. 억울하기도 했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었어.”
  • “애인 부모님이 절 존중해 주면 나도 그분들을 존중해. 근데 싫다는데 내가 왜 절 깎아내려. 결혼 안 하면 그만이지.”
  • “게다가 나, 손정수랑 사귈 때 그의 집안이 어떤지 아예 몰랐어. 내 가슴에 손 얹고 말할 수 있어. 돈 있든 없든 상관없었거든.”
  • “그런데 왜 내가 이런 모욕을 견뎌야 하지?”
  • 김서연의 목소리가 점점 뜨거워졌다. 마치 그때로 다시 끌려간 사람처럼 숨이 거칠어졌다.
  • 나는 급히 달랬다.
  • “사모님 말이 맞아요.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해요.”
  • 김서연이 두어 번 기침을 하고 커피를 연거푸 몇 모금 넘겼다. 잠시 진정한 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