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독설
- “뉴스, 뉴스, 매일 뉴스만 보고 당신은 딸 얘긴 관심 없어?”
- 백옥진은 무척 실망했다.
- “당신처럼 나약한 남자가 어떻게 군수랑 비겨. 당신이 군수를 볼 자격이나 있어?”
- 반서윤의 아름다운 눈동자도 TV를 힐끗 바라봤다. 그녀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군수라는 호칭을 들으며 자랐다.
- 그녀의 마음속에서 ‘군수’라는 두 글자는 영웅이고 우상이며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
- 다만 아쉽게도 절대 가까이할 수 없었다.
- 군수의 성함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운명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 국제공항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군수의 얼굴만 흐릿한 것으로 보아 소품으로 가려져 있는 게 틀림없는 듯했다.
- 어쨌든 군수 같은 사람은 국가 SSSSS급 극비 인물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세상에 공개할 수 없었다.
- 조태수의 낯빛은 오히려 매우 평온했다.
- 팟-
- 백옥진은 아예 TV를 꺼버렸다.
- “마누라, 이게 무슨 짓이오, 이분은 이 나라의 기둥이자 세계의 별이고 이 나라의 자랑이오!”
- 반해철은 조금 언짢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 백옥진은 반해철을 보며 원망했다.
- “이제 당신은 가문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설마 아무 생각도 없어?”
- “내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어. 아버지가 한마디만 하면 끝날 일인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 반해철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장남인데도 연약하고 무능해 쫓겨나더라도 감히 경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 “내가…내가 어쩌다 당신 같은 남자랑 결혼한 걸까!”
- 백옥진은 기가 막혔고, 실망이 극에 달했다.
- 그녀는 돈이나 신분 따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반 씨 집안에서 쫓겨나면 이웃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 앞으로 이 동네에서는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모두가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인데, 그럼 앞으로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 “엄마, 아빠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버려둬요.”
- 반서윤은 앞으로 나서서 한마디 설득하고, 발걸음을 옮겨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 조태수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일이었기에, 그가 직접 해결할 것이다.
- 또 전화가 걸려왔다.
- “여보세요!”
- 반서윤은 수신 버튼을 눌렀다.
- “서윤아, 내가 누군지 알겠어?”
- 전화기 너머로 여자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당신은…”
- “나 유림이야!”
- “유림이라고?”
- 반서윤은 침대에 앉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맞아!”
- “외국에 가지 않았어?”
- “금방 돌아왔으니까 내 베프인 너한테 전화했지. 참, 너 오늘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진짜야?”
- 그 말에 반서윤은 예쁜 눈동자로 조태수를 힐끗 쳐다보더니, 마침내 ‘응’하고 대답했다.
- “정말 결혼했구나, 넌 우리 졸업할 때 학교 퀸카였으니까 남편도 엄청 멋있는 사람이겠지? 어느 부잣집의 도련님이래?”
- “그건…”
- 반서윤은 한참 동안 목이 메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이 쓰라렸다.
- “맞다, 오늘 저녁 내 생일 파티가 있는데, 옛 동창들을 많이 초대했어, 너는 내 절친이니까 꼭 와야 돼. 네 남편도 데리고 와, 알겠지?”
- “나 요즘 너무 바빠서…”
- 반서윤은 거절하려고 했다. 그녀는 옛 동창들이 서로 비교하기 위해 만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반서윤은 이런 자리를 매우 싫어했다.
- “바쁘긴 뭐가 바빠, 오늘 저녁 6시, 국제호텔이야, 꼭 보자!”
- 말이 끝나자마자 저쪽에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 반서윤은 전화가 끊긴 것을 알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정말 생일파티에 참석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파티의 주인공은 그녀의 친한 친구인 유림이었다.
- 게다가 두 사람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났다.
- 즉, 오늘은 반서윤의 생일이기도 했다.
- 조태수는 휴대전화를 꺼내 몰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 바로 이 문자 한 통 때문에 반서윤은 인생에 대한 현타가 올 정도로 단번에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 “따라와!”
- 반서윤은 일어나서 조태수를 데리고 나가면서도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 상업계.
- 한 외국 브랜드 매장.
- 반서윤은 스쿠터에 조태수를 태우고 백화점으로 갔다. 차를 문 앞에 세우고, 반서윤은 조태수의 오른손을 잡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 조태수는 여전히 10년 전 반서윤이 준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 “여보, 여긴 왜 왔어?”
- 조태수가 물었다.
- “그럼 설마 생일파티에 이 옷을 입고 갈 거야?”
- 반서윤은 예쁜 눈동자로 조태수가 입은 옷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녀는 당연히 이 옷이 그녀가 10년 전에 조태수에게 준 옷임을 기억하지 못했다.
- 이젠 그래도 명의상 그녀의 남편인데, 이렇게 초라하게 입으면 안 된다.
- “사실, 나 옷 있어!”
- “옛날 옷, 다 버려!”
- 반서윤이 말했다.
- 조태수: “……”
- 여보, 버리라는 거 진심이야?
- 조태수는 조금 억울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을 제외하면, 그의 옷들은 전부 2천만 원이 넘었다.
- 물론 반서윤은 조태수에 대해 잘 몰랐으니, 조태수가 그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진취심이라곤 하나도 없는 놈이라고만 여겼기에, 그가 갖고 있는 옛날 옷들이 전부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 두 사람은 백화점 남성복 코너로 들어갔다.
- 젊고 예쁘고 교양 있는 여종업원이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 “한 세트 골라!”
- 반서윤이 퉁명스럽게 조태수에게 말했다.
- 조태수는 옷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에, 캐주얼한 옷이 걸려있는 구역으로 가서 명품 브랜드 옷을 한 세트 골라 피팅룸으로 향했다.
- “그건 당신한테 안 어울려!”
- 조태수가 건성건성 행동하는 것을 보고 반서윤이 입을 열었다.
- “여보, 당신은 정말 현모양처야. 난 정말 복받았다니까.”
- 조태수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반서윤은 그를 힐끗 쳐다봤다.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 말을 마치고 반서윤은 정장 구역에 가서 검은 양복을 골라 조태수에게 건네주었다.
- “이거 한번 입어봐!”
- “난 아내가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어.”
- 옷을 들고 조태수는 아첨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아내라는 말 좀 그만해줄래?”
- 반서윤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아내라는 호칭에 대해 아직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 “난 좋은데, 그리고 평생 부를 건데!”
- 조태수가 바보처럼 빙그레 웃는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어딜 봐서 세상을 주름잡는 장군 같은가.
- 부하들에게 들키면 이미 뒤에서 몰래 비웃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 반서윤:“……”
- 그녀는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 “사촌 동생,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 조태수가 피팅룸에 들어서자, 빈정거림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왔다.
- 반서윤은 뒤를 돌아보았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종업원의 환영을 받으며 안에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여자는 화장을 짙게 하고 노골적으로 차려입은 모양새가 딱 봐도 단정한 여자는 아니었다.
- “너야?”
- 반서윤의 예쁜 눈동자에 차가움이 스쳐 지나갔다.
- “반석호, 이 여자가 바로 간질병 남자한테 시집갔다는 그 사촌 여동생이야?”
- 여자는 반석호의 품에 안겨 깔깔 웃으며 빈정거렸다.
- “얘 말고 또 누가 있겠어?”
- 반석호는 여자의 허리를 힘껏 주무르며 역겹게 웃었다.
- “게다가 유전되는 간질병이래. 나중에 아이라도 갖게 되면 정말 웃기겠네.”
- 반서윤의 가냘픈 몸이 떨리고 있었다.
- 사람이 어찌 이토록 파렴치할 수 있단 말인가.
- 그녀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렸다.
- 그러나 반석호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 “사촌 동생, 내일이면 집에서 쫓겨날 텐데, 이런 데서 옷 살 돈도 있어? 여기 옷은 아무거나 하나 골라도 200만 원이 훌쩍 넘는데, 내 생각엔 앞으로 너랑 그 간질병 남편은 길거리에서 파는 옷이나 입어야 할 것 같아!”
- 반석호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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