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소해 신문
- “아내로 맞이했으면 예뻐해야 하는 거다.”
- 반서윤은 멍하니 조태수를 쳐다봤다. 조태수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아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너무나도 다정하게 들렸다.
- 특히 조태수의 바보 같은 미소를 보며,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를 향한 호감이 두 배로 높아졌다.
- 이 사람은 난봉꾼일까?
- 만약 그렇다면……
- 왜 반 씨 집안의 미움을 사면서까지 그녀를 이토록 감싸주는 걸까?
- 옆에 있던 반해철은 놀라서 멍해졌다.
- “개 같은 놈, 죽고 싶어?”
- 반강성은 얼굴을 감싸고 벌떡 일어났다. 이 한심한 데릴사위 놈이 감히 첫날부터 그를 때리는 건 절대 참을 수 없었기에, 그는 주먹을 휘두르며 조태수를 내리치려고 했다.
- “조태수 씨, 조심해요!”
- 반서윤은 걱정이 가득해서 눈을 질끈 감고 차마 보지 못했다.
- “쿵!”
- 곧 폭발음 같은 소리가 들렸다.
- 소리를 듣고 반서윤이 눈을 떠보니 날아난 사람은 조태수가 아니라 반강성이었다.
- “이런……”
- 반서윤은 침을 삼켰다.
- 조태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성큼성큼 반강성에게 다가와 옷깃을 움켜쥐고 오른손을 들었다.
- “아까 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지 않는 모양이네, 오늘 너에게 작은 교훈을 주겠으니 교훈을 잘 섭취해라.”
- “콰직!”
- 찰진 소리와 함께 반강성의 팔은 아예 탈골되었고, 그는 비명을 질러댔다.
- “예전에 네가 내 아내를 괴롭힐 때는 내가 그 자리에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내가 있는 지금 감히 내 아내를 괴롭히거나, 내 어머니, 아버지를 괴롭히면 팔이 탈골되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 경고였다.
- 다음 순간, 반강성은 조태수한테 내팽개쳐져 벤치 하나를 부수고 나서야 땅에 떨어졌다.
- “여보, 가자!”
- 조태수는 반서윤에게 다가가 정신을 잃은 백옥진을 업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고, 분노한 반강성만 혼자 남게 되었다.
- “꺼져라, 데릴사위 놈이 감히 나를 이렇게 괴롭히다니, 내가 너를 죽이겠다!”
- 반강성은 팔을 움켜잡은 채,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 반서윤, 넌 끝났어.
- 네 가족은 다 망했어.
- 반강성은 성큼성큼 홀을 빠져나가, 뼈를 맞추지 않고 탈골된 팔을 감싼 채 스위트룸을 향해 걸어갔다. 이건 증거였다. 그는 이 탈골된 팔을 이용해서 반서윤을 일러바칠 것이다.
- 지금 반진남 회장은 호텔을 떠나지 않고 스위트룸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 반문수, 반문재도 있었다.
-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장손이 맞아서 병신이 됐어요. 아이고, 내 팔, 아파 죽겠네……”
- 반강성은 노크도 하지 않고 곧장 쳐들어가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 “집안에 일이 있는 것 같으니 먼저 해결하시고, 비즈니스는 나중에 다시 논합시다!”
- 이야기가 끝나자, 손님 몇 명이 떠났다.
- “무슨 일이야?”
- 반진남은 벌떡 일어났다.
- “네가 방금 내 비즈니스를 방해한 거 알아?”
- “할아버지,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팔이 빠졌다고요!”
- 반강성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 “뭐, 누가 그랬어!”
- 반문수는 마음이 아팠다. 그에게는 이 소중한 아들 하나뿐인데.
- “아버지, 아까 그 데릴사위 놈이 그랬어요. 그 자식이 할아버지를 늙어서도 뒈지지 않는 영감탱이라고 해서, 내가 화가 나서 그 자식이랑 다투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 반강성은 일부러 부풀려서 말했다. 영락없는 트러블 메이커였다.
- “하늘이 뒤집혔구나!”
- 반진남은 노발대발했다.
- 반강성은 속으로 무척 기뻐했다.
- “맞아요, 할아버지. 사촌 여동생을 시집보냈는데 감사한 줄도 모르고, 감히 할아버지를 늙어서도 뒈지지 않는 영감탱이라고 욕하다니, 반 씨 가문의 재산을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 “흥, 꼴에 재산을 넘봐? 앞으로 그놈들한테는 반 씨 가문의 지분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
- 반진남은 고함을 쳤다.
- “데릴사위 주제에, 내가 그 자식의 소원을 이뤄줄 수 있다면, 망칠 수도 있는 법이다!”
- “아버지, 조태수 그놈,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반서윤도요!”
- 옆에서 반문수가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 “맞아요, 절대 용서할 수 없죠. 그 자식한테 이 반 씨 가문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줘야죠!”
- 반문재도 맞장구를 쳤다.
- 반해철 일가를 쓸어버릴 기회인데,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 ……
- 한편.
- 조태수는 장모를 업고 반서윤의 집으로 돌아왔다.
- 조태수의 활약으로 인해, 반서윤의 마음속 조태수의 지위가 몇 단계 더 상승했다.
- 적어도 조태수는 그녀의 아빠보다 훨씬 더 남자다웠다.
- 다만, 반서윤은 반강성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반강성은 오늘 일어난 일을 대대적으로 떠벌리고 다닐 것이었다.
- 이렇게 되면 그들 가족은 더욱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이다.
- 어쨌든, 오늘 조태수는 그녀를 위해 화풀이를 제대로 한 셈이었다.
- “반강성을 때려서 어떡하냐!”
- 반해철은 오히려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가뜩이나 그들은 생활 형편이 어려웠는데, 이런 일까지 생겼으니 앞날이 더욱 막막해졌다.
- “아빠, 그 사람 탓이 아니에요!”
- 반서윤이 곁에서 입을 열었다.
- “반강성은 너무 괘씸하다고요. 남자라면 절대 못 참죠!”
- 그 말이 나오자, 반해철은 눈을 내리깔았다.
- 반서윤은 즉시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설명했다.
- “아빠, 아빠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 "서윤아, 아빠가 무능해서 널 힘들게 했어, 그렇지 않았다면, 너도 간질을 앓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앞으로……”
- 여기까지 말한 반해철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반해철이라고 왜 자신의 무능함을 원망하지 않겠는가?
- “아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제 운명일 뿐이에요. 지금부터 이 사람은 내 남편이에요. 어떤 병을 갖고 있어도 내 남편이라고요!”
- 말하며, 반서윤은 눈물을 흘렸다.
- “안돼!”
- 안방, 침대에 누워있던 백옥진이 깨어나 벌떡 일어났다.
- “서윤아, 나는 너의 행복을 이대로 망칠 수 없어. 이 사위, 나는 인정할 수 없어. 이 사람한테 돈을 좀 줘서 보내자!”
- 사실 백옥진은 조태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간질이 있는 사람은 다음 세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엄마, 이 사람은 나를 위해 반강성을 때렸어. 반강성 그 사람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조태수를 여기서 내보내면, 반강성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 반서윤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반짝였다.
- 조태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의 아내는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변함없이 착했다.
- 동시에 마음속으로 10년 전에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 “그래, 어차피 난 늙어서 상관할 수 없어,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해!”
- 백옥진은 콧방귀를 뀌며 안방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 이때, 갑자기 전화가 왔고 전화번호를 확인한 반서윤은 낯빛이 창백해졌다.
- “반서윤, 잘 들어. 할아버지가 내일 가족 회의를 할 테니까 돌아오래. 너희 가족은 이 집안에서 쫓겨날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 전화기 너머, 반강성의 목소리는 무척 차가웠다.
- 반서윤은 가냘픈 몸을 덜덜 떨었다.
- “여보, 반강성을 때린 건 나니까, 이 일은 나한테 맡겨!”
- 조태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마음이 아파서 반서윤을 품에 안았다. 그는 그녀가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게 하고 싶었다.
- 반강성, 죽고 싶나 보네.
- “자네가 뭘 해결할 수 있는데? 칼을 가지고 반 씨네 집에 쳐들어가서 반강성을 죽이기라도 하게?”
- 백옥진은 안방에서 나와 조태수를 바라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 “마누라, 빨리 뉴스를 봐. 그 전설 속의 군수가 이미 소해에 도착했대!”
- TV 앞에 앉은 반해철은 마치 지난 일을 잊은 듯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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