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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더니 내가 천억 재벌딸이었다

이혼했더니 내가 천억 재벌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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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밤이 내리자 서울 거리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차가운 빗줄기가 도로를 세차게 내리치며 물보라를 사방으로 튀겼다.
  • 한은하는 온몸이 흠뻑 젖은 채 강남구 청담동 거리 모퉁이에 있는 프라이빗 클럽으로 다급히 달려왔다.
  • 그녀는 휴대폰을 꽉 쥔 채, 조금 전 받은 문자 한 통을 계속 떠올렸다.
  • ‘자기야, 급해. 콘돔 한 갑만 가져다줘. 주소는...’
  • 룸 앞에 선 한은하는 이미 문 너머의 추악한 광경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 상상만으로도 속이 메스꺼워졌다.
  • 깊게 숨을 들이켠 그녀는 문을 힘껏 밀어젖혔다.
  • 다음 순간, 귀를 찢을 듯한 음악 소리가 관자놀이를 강하게 후려쳤다.
  • 하지만 그녀가 예상했던 최악의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 룸 안에서는 사람들이 남편 오민준을 둘러싸고 떠들썩하게 환호하고 있었다.
  • “와, 민준 형 진짜 대단하네! 문자 한 통으로 형수님을 비 맞으며 뛰어오게 만들다니.”
  • 오민준은 고개를 들어 한은하를 바라봤다.
  • 눈빛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스쳤지만, 그녀의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은 걸 확인한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 “콘돔은 왜 안 가져왔어?”
  • 차가운 빗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려 옷깃 안까지 축축하게 적셨다.
  • 온몸이 얼어붙은 듯 차가웠고, 아랫배에서는 쥐어짜는 듯한 통증까지 밀려왔다.
  • “민준 씨, 이게 대체 뭐야?”
  • 한은하는 몸의 불편함을 애써 참으며 입을 열었다.
  •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 “굳이 날 부른 게 콘돔 가져오라고 한 거였어?”
  • 오민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었다.
  • “아까 게임에서 졌거든. 벌칙이 누군가한테 물건을 가져오게 하는 거였어. 콘돔 얘기는 그냥 장난 좀 친 거고.”
  • 한은하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 믿을 수가 없었다.
  • “그런 걸로 장난을 쳐?”
  • 목소리가 높아졌고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
  • “난 당신 아내야. 지금 아이까지 가진 상태라고! 그런데 날 당신들 게임거리로 써먹어?”
  • 곧바로 몸을 돌렸다.
  • 숨 막히는 이곳에 단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 하지만 오민준이 재빨리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 “은하야, 가지 마. 수아가 아직 안 놀았단 말이야.”
  • 말은 다정했지만 한은하의 기분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 “수아가 요즘 나 엄청 도와줬어. 회사 실적도 많이 올려줬고.”
  • 한은하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 그녀와 오민준은 결혼한 지 3년이었다.
  • 그동안 오민준의 회사는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 매일 실적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그를 보며, 한은하는 자신과 뱃속 아이를 더 챙길 수 있도록 직접 사람을 통해 몇 건의 괜찮은 협력 프로젝트를 연결해줬다.
  • 그런데 그 공이 어느새 이수아의 것이 됐다고?
  • “민준 씨, 그 프로젝트들은...”
  • “됐어. 그만 좀 해.”
  • 오민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 “넌 전업주부잖아. 회사 일이 뭔지 알기나 해? 괜히 분위기 망치지 마.”
  • 그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풍성한 웨이브 머리에 도발적인 붉은 입술을 한 이수아가 걸어 나왔다.
  • 오민준은 즉시 한은하의 손을 놓고 이수아에게 다가갔다.
  • “자자, 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놀자.”
  •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에서 이수아가 벌칙에 걸렸다.
  • 술에 취한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 “수아야, 솔직히 말해봐! 여기 있는 남자들 중 누구랑 제일 진하게 놀아봤어?”
  • 이수아는 일부러 한은하를 몇 초 동안 바라본 뒤, 옆에 있는 오민준을 향해 혀끝으로 입술을 천천히 훑었다.
  • “민준 오빠한테 입으로 해준 것도 포함돼?”
  • 순간 룸 안이 조용해졌다가 곧 음흉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 오민준은 한은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이수아의 엉덩이를 툭 치며 웃었다.
  • “그 기술이면 나 아니었으면 누가 받아주겠냐.”
  • “그래?”
  • 이수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 “매번 내 입에서 몇 분도 못 버티고 안 된다, 안 된다 하던 사람이 누군데?”
  • 주변 남자들이 미친 듯이 환호했다.
  • “민준아, 몇 분인데? 말 좀 해봐!”
  • “수아야, 우리 민준 형 얼마나 대단한지 공개 좀 해줘!”
  • 귓가를 찌르는 질문들이 바늘처럼 파고들었고, 한은하는 아랫배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걸 느꼈다.
  • 무언가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듯한 불길한 감각까지 들었다.
  • 이수아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놀란 척 입을 가렸다.
  • “은하 언니, 설마 기분 나쁜 거예요? 나랑 민준 오빠는 그냥 남매 같은 사이에요. 서로 좀 도와준 것뿐이라고요. 남자들은 스트레스 받을 일도 많잖아요. 가끔 풀 곳도 필요한 법이고요.”
  • 한은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오민준이 먼저 말을 받았다.
  • “우리 은하는 원래 이해심도 많고 대범하잖아.”
  • 그러고는 몸을 기울여 낮게 속삭였다.
  • 하지만 말투는 강압적이었다.
  • “은하야. 내가 이러는 것도 다 집 때문이야. 우리 아이 때문이기도 하고. 분위기 좀 봐.”
  •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고?
  • 한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터질 뻔했다.
  • 다른 여자와 입으로 해놓고 집과 아이를 핑계 삼다니.
  •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란 말인가.
  • 더는 저 역겨운 남녀를 보고 싶지 않아 다시 몸을 돌렸지만, 오민준은 또다시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 뼈가 으스러질 것처럼 강했다.
  • “은하야. 게임 아직 안 끝났잖아. 분위기 깨지 말고 있어. 이따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고, 술병이 돌다가 병목이 정확히 오민준을 가리켰다.
  • “민준 형 걸렸다! 진실게임? 아니면 벌칙?”
  • “벌칙!”
  • “좋아! 그럼 여기 있는 여자 한 명 골라서 3분 동안 진하게 키스하기!”
  • 말이 끝나자 룸 안이 들끓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오민준과 이수아를 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 오민준은 무심코 창백한 얼굴의 한은하를 바라봤다.
  • 눈빛에 잠깐 망설임이 스쳤지만, 곧 술기운과 들끓는 욕망이 그 감정을 집어삼켰다.
  • 남은 건 은밀한 흥분뿐이었다.
  • 이수아는 먼저 팔을 들어 오민준의 목을 감쌌다.
  • “오빠, 우리 처음 키스하는 것도 아닌데 뭘 부끄러워해?”
  •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한은하가 보는 앞에서 오민준에게 입을 맞췄다.
  •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하던 오민준도 금세 이수아의 유혹에 빠져들었고, 두 사람은 정신없이 키스했다.
  • 입가에는 침이 실처럼 늘어졌다.
  • 한은하는 굳은 채 서서 오민준의 손이 이수아의 옷 안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 그 순간 머릿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이성이 툭 끊어졌다.
  • 쨍그랑!
  • 그녀는 테이블 위 위스키 병을 집어 들어 두 사람의 발치에 힘껏 내던졌다.
  • 갈색 술과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떠들썩하던 룸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 갑작스러운 소리에 키스하던 두 사람도 황급히 떨어졌다.
  • 이수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 “은하 언니, 정말 미안해요... 우리 그냥 게임한 거예요. 화내지 마요.”
  • 오민준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
  • 마치 철없는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
  • “됐어, 은하야. 여기서 유난 떨지 마. 다들 보고 있잖아.”
  • 한은하는 오민준을 보지도 않은 채 무표정하게 휴대폰을 꺼냈다.
  • “이수아 씨. 그렇게 남의 남자 뺏는 게 좋고, 남자들한테 입으로 해준 걸 떠벌리고 다니는 게 자랑이면 수아 씨 아버지 이정민 회장님께 영상통화라도 걸어볼까요? 따님 자랑 좀 같이 보시게요.”
  • 오민준의 친구들이 곧바로 비웃음을 터뜨렸다.
  • “형수님, 농담도 정도껏 하세요. 회장님 연락처를 형수님이 어떻게 알아요?”
  • “그러니까. 집안 배경도 없는 전업주부가 무슨 상류사회 사람인 척이야?”
  • 한은하는 그 조롱을 무시했다.
  • 예전 강남 상류층 모임에서 이수아의 아버지 이정민을 비롯한 수많은 재계 인사들이 그녀의 연락처를 얻기 위해 경쟁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번졌다.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연락처에서 이정민의 이름을 찾아 영상통화 버튼을 눌렀다.
  • “한은하! 진짜 창피한 줄도 모르냐?!”
  • 오민준이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낚아챘다.
  • “키스 좀 했다고 이 난리야? 아까 콘돔 가져오라고 했을 때도 왔잖아. 그건 되고 이건 안 돼?”
  • 이수아는 부드럽게 오민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 “됐어, 오빠. 은하 언니는 원래 우리 같은 사람들 문화를 잘 모르잖아. 근데 솔직히 좀 걱정되긴 해. 언니 같은 성격이면 나중에 태어날 아이도 언니 닮아서 친구 하나 제대로 못 사귀는 거 아닐까?”
  • 한은하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 그녀에게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선이 있었다.
  • 바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의 아이였다.
  • 한은하는 오민준을 밀쳐내고 단숨에 앞으로 나섰다.
  • 그리고 여전히 악담을 늘어놓고 있는 이수아의 뺨을 향해 힘껏 손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