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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할아버지는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이다

  • “할아버지, 전 가서 만두를 찔 테니 두 분 이야기 나누고 계세요.”
  • 안율은 상 위의 만두를 한 접시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윤창범이 그녀가 있는 앞에서 윤재환을 나무랐던 것이 그녀는 굉장히 불편했다.
  •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윤창범이 자신의 손자를 쳐다보며 질책하듯 귀띔했다.
  • “멍하니 서서 뭐 하고 있어? 얼른 들어가서 돕지 않고!”
  • 그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 하지만 할아버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던 윤재환은 하는 수 없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 그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저기… 뭐 도울 거 없어?”
  • “괜찮아요. 그냥 찌기만 하는 거니까 금방이면 돼요.”
  • 안율이 솥에 물을 받으며 설득하듯 말했다.
  • “재환 씨는 나가서 할아버지랑 같이 계세요.”
  • 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윤재환은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 그렇게 한참 뒤, 노인은 다시 주방에서 나오는 그를 볼 수 있었다.
  • “도와줄 필요 없대요, 할아버지.”
  • 이에 윤창범은 질책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를 향해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 “걔가 도와줄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있어도 네가 먼저 도우러 가지 않는 건 안 돼. 알겠어? 그건 부부간의 도리야.”
  • 윤재환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몇 글자에 반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네,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 노인은 지팡이를 짚은 채 소파 위에 단정한 자세로 앉아 안율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 “내가 도착했을 때 율이가 한창 너 주려고 만두를 빚고 있더라. 아마 오후 내내 그러고 있었던 모양이야. 너 일하는 거 힘들다고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너한테 야식으로 주려고 한다면서 말이다.”
  • 말을 마친 그는 한마디 더 보태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율이 같이 좋은 안사람은 눈 씻고 찾아도 없을 게다. 그러니 소중하게 여기도록 해라!”
  • 그 말에 윤재환은 살짝 놀란 듯하더니 몸을 돌려 냉장고를 열었다.
  • 그 안에는 여러 몫으로 나누어 담아놓은 만두 말고도 수많은 식재료가 가지런하게 한가득 담겨 있었다. 버섯, 두부, 토마토, 옥수수, 닭고기, 생선, 육류 등등…
  • 이에 솔직한 말로, 그는 딱딱하기만 하던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미 너무 오랜 시간 가족의 온기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 그는 항상 이런 사람 사는 냄새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 “만둣국 다 됐어요!”
  • 이내 앞치마를 두른 소녀가 만두 한 그릇을 받쳐 들고 주방에서 나오자, 그는 급히 냉장고 문을 닫았다.
  • “윤재환! 얼른 가서 돕지 않고 뭐하고 섰어!”
  • 윤창범이 그런 그를 흘겨보며 또 한 번 분부를 내렸다.
  • ‘답답해 죽겠군! 어떻게 저렇게 둔한 건지!’
  • 이에 주방으로 들어간 남자는 이내 만둣국 두 그릇을 들고나왔다. 안율이 다시 들어가 수저를 챙겨 나오며 말했다.
  • “다들 오셔서 드셔보세요!”
  • 그녀는 오늘 밤 자신이 이 집의 주방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일 거라 확신했다.
  • 만둣국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알맞게 삶아진 만두들이 고기 육수 안에 말끔하게 담겨있는 모습은 한눈에 보아도 굉장히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 게다가 그것은 안율이 직접 빚은 만두였기에 윤창범은 멈출 줄 모르고 칭찬을 이어 나갔다.
  • “만두가 정말 맛있구나. 하지만 오늘은 너희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경사스러운 날이니 그래도 재환이 네가 나중에 시간 날 때 율이를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걸 먹여주도록 해라!”
  • “알겠어요, 할아버지.”
  •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윤재환은 할아버지의 옆자리에 앉아 만두를 먹고 있었다. 맛은 확실히 꽤 괜찮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 그는 18년 전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그가 5살이던 해의 일이었다. 그 일을 떠올리면 그는 가슴 한편이 조이는 듯 아파왔다.
  • 그 일은 만두와 관련된 일이었기에 지난 18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만두를 입에 댄 적이 없었다.
  • “재환 씨가 무슨 소로 된 걸 좋아하는지 몰라서 네 가지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재환 씨는 가리는 게 없다고 하셔서 오늘은 버섯 소로 된 걸로 삶았어요.”
  • 그를 대하는 안율의 태도는 꽤 나긋나긋했다. 그는 그녀를 구해주었고, 그녀의 어머니도 구해준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 “응.”
  • 대충 대답하고 넘기려던 윤재환은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생각나 또 급히 한마디 더 보탰다.
  • “맛있네. 내가 좋아하는 맛이야.”
  • 그 말에 윤창범은 무척이나 기분 좋은 듯 말을 내뱉었다.
  • “맛있으면 앞으로 안사람한테 자주 만들어 달라고 해! 안사람한테 잘해주면 자연히 안사람도 이것저것 더 해주고 싶어 하는 법이야!”
  • ‘왜 또… 휴, 앞으로는 차라리 쓸데없는 말은 안 하는 게 낫겠군.’
  • 그렇게 식사를 마치자, 윤창범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자신의 손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 “윤재환, 설거지는 네가 해라! 율이가 만둣국까지 삶아 줬잖니. 결혼 생활을 하면서 집안일은 서로 나누어서 해야 하는 거야!”
  • 이에 윤재환은 순간 멈칫했다.
  • “알겠어요.”
  • 결국 그는 빈 그릇과 식기들을 거두기 시작했다.
  • “할아버지…”
  • “율이 너는 가만히 있어. 재환이더러 하라고 해라!”
  • 어쨌든 윤재환은 절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맞서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할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 이에 안율은 이 완벽한 미모의 남자를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 훤칠한 체격의 그는 늘씬한 손가락으로 상위의 그릇을 집어 들고는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갔다.
  • 그런 그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그런 사람 냄새나는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 “율아, 얼른 이리 와서 앉거라. 이 할애비와 수다나 떨자꾸나!”
  • 노인은 도우러 가려는 소녀를 단숨에 붙잡아 소파로 데려다 앉히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 “아까워하지 말거라. 남자가 집안일을 하는 건 결혼 첫날부터 버릇을 들여놔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저 녀석은 네가 자기의 시중을 들어주는 걸 당연하게 여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