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해고
- 이준은 문서를 넘기며 상황을 분석했다.
- 정보 유출의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수습할 수 있을지 계산할수록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만 짙어졌다.
- 제인의 해고 결정은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 그때, 사무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 제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 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 그녀는 이준의 시선을 피한 채 맞은편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 이준은 한동안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제인 씨, 당신도 잘 알겠지만 우리 회사에서 기밀 유지와 정확성은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 “이번 실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기업의 신뢰까지 위험에 빠뜨렸어요.”
- “대표님…”
- 제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 “제가 큰 실수를 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수습해 보겠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뭐든 하겠습니다.”
- 이준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봤다.
- “당신의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 낮고 침착한 목소리였다.
- “하지만 이 업계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 짧은 침묵이 흘렀다.
- 제인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 그리고 결국 이준이 마지막 말을 꺼냈다.
- “유감스럽지만 해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겠군요.”
-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 “내일까지 업무를 정리하고 인수인계를 마무리하세요.”
-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났다.
- 제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문으로 걸어갔고, 조용히 문을 닫고 사라졌다.
- 사무실 안에는 다시 적막만 남았다.
- 이준은 혼자 남아 창밖을 바라봤다.
- 비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었다.
-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훨씬 더 복잡했다.
- 해고는 문제의 시작일 뿐이었다.
- 진짜 위험은 이제부터였다.
- 그는 손을 뻗어 사내 호출 버튼을 눌렀다.
- 몇 분 뒤, 지호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 이준은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 “정보 유출 건은 이미 알고 있겠지. 보고해.”
- “예, 대표님.”
- 지호는 준비해 온 자료를 내려놓으며 곧바로 말을 이었다.
- “내부 보안팀과 IT 부서에 즉시 연락했습니다. 시스템 점검도 끝냈고, 관련 정보 접근 권한 역시 제한했습니다. 가능한 위험 요소들도 전부 분석 중입니다.”
-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 “다만… 유출된 자료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모든 후폭풍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 이준은 말없이 그의 보고를 들었다.
- 얼굴에는 감정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공기 자체가 날카롭게 긴장되어 있었다.
- 잠시 후 그가 짧게 말했다.
- “좋아.”
- 그리고 곧바로 다음 지시를 내렸다.
- “새 비서를 찾아. 이번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 그의 회색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 “후보자들을 추려서 면접 일정을 잡아.”
- “알겠습니다, 대표님.”
- 지호는 고개를 숙인 뒤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다.
- 다시 혼자 남은 이준은 눈앞의 문서들을 바라봤다.
- 긴장은 여전히 그의 몸을 조여오고 있었다.
-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건 완벽한 통제였다.
- 그리고 그는 이미 다음 수를 계산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다은은 베이커 스트리트 모퉁이에 자리한 작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 그녀는 구석 자리를 골라 노트북을 펼쳐 놓았다.
- 따뜻한 커피 잔에서 하얀 김이 피어올랐지만, 다은의 시선은 몇 시간째 화면에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 그녀는 이준의 회사에 대한 자료를 집요할 만큼 꼼꼼하게 조사하고 있었다.
- 노트북 화면에는 기사 제목과 기업 로고들이 끝없이 바뀌며 떠올랐다.
- 다은은 마치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처럼 모든 자료를 세세하게 분석했다.
- 기사 하나. 인터뷰 하나. 사소한 언급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회사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지, 어떤 명분이라면 의심을 사지 않을지 끊임없이 계산하고 있었다.
- 채용 사이트, 직원 프로필, 온라인 기사, 기업 리뷰.
- 그녀는 여러 페이지를 빠르게 넘겨가며 정보를 모았다.
- 하지만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맴돌았다.
- 안전하게 접근해야 한다.
-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모든 계획이 무너질 수 있었다.
- 그 순간이었다.
- 다은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채용 공고 하나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 다은은 숨을 멈춘 채 공고를 다시 읽었다.
- 이건 마치 그녀를 위해 준비된 자리 같았다.
- 요구 조건도 익숙했다.
- 외국어 능력.
- 문서 관리.
- 일정 조율과 미팅 준비.
- 지금까지 기자로 일하며 쌓아온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 하지만 곧 현실이 그녀를 냉정하게 끌어내렸다.
- 본명으로 면접에 갈 수는 없었다.
- 한다은이라는 이름은 이미 업계에서 꽤 알려져 있었다.
- 이준 역시 그녀의 이름을 들어봤을 가능성이 높았다.
- 만약 정체가 들통난다면—
- 그녀가 준비 중인 모든 계획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릴 수 있었다.
- 그 순간 다은은 깨달았다.
- 이번 일을 위해서는 자신의 신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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