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서이준의 세계
- 다은은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 차가운 마스크가 조금씩 부기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 덕분에 피곤한 흔적은 어느 정도 감춰졌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 지금 자신의 불안을 완전히 숨기기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걸.
- 피부 위로 번지는 서늘한 감촉이 긴장된 마음을 조금씩 진정시켰다.
-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 잠시 후 마스크를 떼어낸 다은은 조용히 주방으로 향했다.
- 커피 머신이 작동하는 소리가 적막한 집 안에 잔잔하게 퍼졌다.
- 그녀는 말없이 컵을 들고 검은 커피가 천천히 차오르는 모습을 바라봤다.
- 따뜻한 향이 공기 속으로 번졌다.
- 그 향만큼은 잠시 그녀를 현실에서 떼어놓는 듯했다.
- 아침 식사는 단순했다.
- 토스트 한 조각과 커피.
- 하지만 다은은 거의 맛을 느끼지 못했다.
- 머릿속은 이미 오늘 하루로 가득 차 있었다.
- 서이준의 개인 비서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 그녀는 어젯밤 읽었던 자료들을 다시 떠올렸다.
- 완벽주의자.
- 냉정한 판단력.
-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성격.
- 그런 남자 곁에 있는 비서라면 당연히 완벽해야 했다.
- 다은은 거울 속 자신을 다시 바라봤다.
- 어제 새로 만든 가벼운 앞머리가 얼굴 분위기를 미묘하게 바꿔주고 있었다.
- 사소한 변화였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 그녀는 이 정도면 충분히 자신을 숨길 수 있기를 바랐다.
-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였다.
- 아침을 마친 뒤 다은은 빠르게 준비를 끝내고 침실로 돌아갔다.
- 옷은 이미 전날 밤 정해두었다.
- 짙은 네이비 수트.
- 깔끔한 흰 블라우스.
- 단정한 검은 구두.
- 화려함은 없었다.
- 대신 모든 것이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 절제된 태도.
- 프로페셔널함.
-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
- 다은은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 섰다.
- 소매를 정리하고,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졌다.
- 한옥순은 완벽해야 했다.
-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 그녀의 가슴속 긴장감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 다은은 서류를 챙긴 뒤 시계를 확인했다.
- 그리고 현관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 다시 한번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본 뒤, 그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차에 올라 시동을 걸자 익숙한 엔진 소리가 조금은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 다은은 내비게이션을 켜고 도로 위로 차를 몰았다.
- 평소와 다름없이 움직이는 서울의 거리.
- 사람들은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고, 도시는 여전히 익숙한 리듬 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 하지만 지금 그녀의 세계는 단 하나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 절대 실수하지 말 것. 드레이크 그룹 본사가 가까워질수록 심장 박동은 점점 빨라졌다.
- 유리로 뒤덮인 거대한 빌딩은 차갑고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 다은은 그 건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정말 서이준다운 세계라고.
- 빈틈없고, 냉정하며, 쉽게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곳.
- 그녀는 주차를 마친 뒤 차에서 내렸다.
- 순간 긴장감이 몸 전체를 조여왔다.
- 하지만 다은은 등을 곧게 폈다.
- 마치 스스로를 다시 단단히 붙잡는 것처럼.
- 그리고 천천히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로비에 들어선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
-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하지만 멈추진 않았다.
-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 대리석 바닥 위로 구두 굽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 그 소리 하나하나가 긴장감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 엘리베이터. 버튼. 짧은 대기 시간.
- 모든 순간이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졌다.
-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 다은은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 드디어 목적지였다.
-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 처음 느꼈던 긴장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 대신 차갑고 또렷한 집중력이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 다은은 주변 구조와 사람들의 움직임, 사무실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눈에 담았다.
-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에 속해 있던 사람처럼.
- 이제 돌아갈 길은 없었다.
- 그녀는 곧장 리셉션으로 향했다.
- 그곳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젊은 직원이 앉아 있었다.
- 직원은 다은을 바라보며 친절하게 말했다.
- “좋은 아침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 그 순간 다은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철렁 내려앉았다.
- 무의식적으로 진짜 이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표정을 정리했다.
- 긴장으로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 다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차분하게 미소 지었다.
- “안녕하세요. 한옥순입니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문자 명단에 그녀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 정갈하게 정리된 기록들 사이로 ‘한옥순’이라는 이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 직원의 움직임은 익숙하고 정확했다.
- 그 모습은 이 회사가 얼마나 철저하게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 잠시 후 직원이 금색 회사 엠블럼이 새겨진 출입 배지를 건넸다.
- “반갑습니다, 옥순 씨.”
- 그녀는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 “여기 방문 배지입니다. 인사팀에 면접 확인 요청을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다은은 배지를 받아 천천히 바라봤다.
- 그리고 조심스럽게 수트에 달았다.
- 삐뚤어지지 않도록 위치를 한 번 더 정리했다.
- 조금 전까지 그녀를 짓누르던 긴장이 아주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알고 있었다.
-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걸.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