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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 해질 무렵, 청담동의 한 최상급 프라이빗 클럽 안.
  • 눈부신 조명과 그림자가 엇갈리며 흔들렸고, 공기엔 묘하게 달아오른 기운이 감돌았다.
  • 전민정이 잔을 들어 강지연과 가볍게 부딪치며 신나게 말했다.
  • "내 베프가 자유를 되찾았으니, 치얼스!"
  • 강지연은 억센 술을 한 모금 머금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 "지연아, 너 지금 완전 대박 인기야!"
  • 전민정은 휴대폰 화면을 쉴 새 없이 쓸어내리며 말했다.
  • "방금 이씨 집안에서 사람을 보내 물어보더라. 네 수술 예약, 새치기할 수 있냐고."
  • 강지연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말했다.
  • "줄 서라고 해."
  • "당연히 줄 서야지!"
  • 전민정이 눈을 굴렸다.
  • "하도진 그 놈이 눈이 멀었지. 널 3년 내내 가사도우미처럼 부려먹었으니. 자기가 어떤 보물을 날려먹었는지 알면, 땅 치고 후회할 걸."
  • 강지연은 잔 속 얼음을 살살 흔들었다. 속으론 별 감흥도 없었다.
  • "민정아, 그 얘긴 그만해. 분위기 깨잖아."
  • "오케이, 그 쓰레기 얘긴 패스."
  • 전민정이 갑자기 비밀이라도 알려주듯 슬쩍 다가와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속삭였다.
  • "네 싱글 복귀 기념으로, 내가 '큰 선물' 준비했는데."
  • "뭔데?"
  • 강지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민정이 손뼉을 탁탁 쳤다.
  • 곧바로 룸 문이 열렸다.
  • 키 크고 탄탄한 남자 다섯명이, 타이트한 청바지만 입고 들어왔다.
  • 전민정, 보는 눈 하나는 끝내준다.
  • 복근 라인부터 외모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 그들은 순한 대형견처럼 일렬로 서서, 강지연의 선택만을 기다렸다.
  • "어때?"
  • 전민정이 강지연을 향해 윙크했다.
  • "3년 내내 그 차가운 얼굴만 봤으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잖아. 오늘 애들은 전부 네 거야. 어떻게 놀든 상관없어. 이게 싱글의 행복이지!"
  • 로비에서 요란한 음악이 어렴풋이 흘러들어왔다.
  • 노골적으로 눈빛을 흘리는 남자 호스트들을 바라보니, 살짝 취했던 머리가 오히려 맑아졌다.
  •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 "민정아, 다 나가라고해."
  • 전민정이 잠깐 멈칫했다.
  • 그녀가 손짓하자, 실망 가득한 표정의 남자들이 물러났다.
  • "지연아, 요즘은 초콜릿 복근 안 좋아해?"
  • 전민정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 "설마... 아직도 하도진 그 놈을 사랑하니?"
  • 강지연은 바로 맞받았다.
  • "말도 안 돼! 그 남자는 내겐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 "그럼 이건 뭐야?"
  • 전민정은 더 갸웃했다.
  • "안 좋아한다면서 왜 다른 남자는 눈에 안 들어와? 설마 그 3년 동안, 너까지 성욕 흥미를 상실하게 만든 거야?"
  • 강지연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거절할 만한 이유를 짜내봤다.
  •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 부족해."
  • "뭐가 부족한데? 얼굴? 몸? 아니면 기술? 기준을 말해봐. 내가 장담하는데 이 클럽에 네 취향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 강지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머릿속에는 한 장면이 훅 스쳤다.
  • 비좁고 숨막히게 뜨거웠던 차 안.
  • 그때 그녀는 의식이 흐릿해서,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 하지만 분명히 느꼈다.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압도적이고 공격적인 기운.
  • 또렷하게 기억난다. 거친 굳은살이 그녀의 피부를 스치던 순간, 온몸이 전기 맞은 듯 떨리던 감각.
  • 그 남자가 주는 느낌은, 방금 전의 순둥이 같은 호스트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 그 남자는 날이 선 칼 같았고 예리하면서 위험했다.
  • 강지연의 질이 이유도 없이 움찔 조여들었다.
  • 약물에 취해 한 번 겪었던 그 쾌감이, 믿기지 않게도 어렴풋이 되살아나는 기세였다.
  • 전민정은 답이 없자 손을 뻗어 강지연을 툭 건드렸다.
  • "말 좀 해. 왜 멍 때려?"
  • 강지연이 눈을 뜨더니, 표정이 잠깐 굳었다.
  •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 그녀는 잔을 들어 단숨에 비우며, 몸속 깊은 데서 올라오는 열기를 억눌러 보았다.
  • "근데 하나는 알아... 그 사람, 사람을 통째로 삼켜버릴 듯한 압박감이 있었어."
  • 강지연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 만약 그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꼭 직접 찾아가 고맙다고 말하겠다.
  • 그리고... 그의 이름을 묻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