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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 다음 날 이른 아침, 눈부신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방 안으로 쏟아졌다.
  • 강지연은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떴다. 온몸이 차에 눌린 것처럼 온갖 곳이 아팠다.
  • 소독약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머리가 잠깐 멍해졌다.
  • “여기가… 어디지?”
  • 강지연의 손끝이 살짝 꿈틀거렸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 “어머! 환자분, 절대 움직이시면 안 돼요.”
  • 간호사 한 명이 허겁지겁 달려와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 “환자분, 갈비뼈에 미세 골절이 있고요, 여기저기 연부 조직 타박상도 많아요. 꼭 누워서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 강지연의 동작이 딱 멈췄다.
  • “여긴… 병원이야?”
  • 잊어버렸던 기억이 미친 듯 머릿속으로 들이닥쳤다.
  • 버려진 창고, 납치범, 얼음 같은 주사바늘, 그리고… 거의 그녀를 재로 만들어버릴 듯 타오르던 욕망.
  • 강지연은 정신을 추스르며 간호사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 “저… 제가 어떻게 병원에 온 거죠?”
  • 목소리는 쉬었고, 목구멍이 불붙은 듯 아팠다.
  • “그 사람들은요?”
  • 간호사는 그녀의 동작에 깜짝 놀랐다.
  •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부드럽게 달랬다.
  • “무서워하지 마세요. 지금은 정말 안전해요. 좋은 분께서 당신을 데려오셨어요. 최음제 계열 약물을 주사받으셨던 것 같은데, 다행히 빨리 오셔서 의사 선생님께서 바로 해독 주사를 놔주셨어요.”
  • 간호사의 말을 따라, 강지연의 머릿속에 흐릿한 장면이 또 떠올랐다.
  • 비 오는 밤, 검은 승용차, 담배 냄새가 배어 있던 남자.
  • 그리고 차 안에서 그녀는 창녀처럼 애원했다. 그의 민첩한 손가락, 침범하듯 다가오던 숨결까지…
  • 강지연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볼이 활활 달아올랐다.
  •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간호사를 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 “그 좋은 분은 누구시죠? 어디 계세요?”
  • 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 “그건 저도 몰라요. 그분이 당신을 응급실에 들여보내고 비용만 결제하신 뒤 바로 가셨어요. 기세가 장난 아니시더라고요. 감히 더 못 물어봤죠.”
  • 강지연은 손을 놓고 힘겹게 미소를 한 줄 그었다.
  • “고마워요.”
  • 하얀 천장을 바라보는 사이, 등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 만약 어제 그 차를 못 만났다더라면.
  • 차 안의 남자가 납치범들 같은 짐승이었다면.
  • 지금 내 꼴이… 어떻게 됐을까.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차마 더 생각하지 못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 간호사는 그녀가 심하게 떠는 걸 보고 다시 부드럽게 달랬다.
  • “환자분, 일단 진정해 보세요.”
  • 그러다 문득 강지연의 손에 낀 다이아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간호사의 눈이 번쩍했다.
  • “결혼하셨죠?”
  • 간호사는 그녀를 달랠 방법을 찾은 듯 미소 지으며 제안했다.
  • “지금 당장 남편분께 전화하세요. 이렇게 크게 다치셨는데, 분명 걱정하고 계실 거예요.”
  • 떨고 있던 강지연의 몸이 순간 멈췄다.
  • 예전의 그녀라면, 지금쯤 울면서 하도진에게 전화를 했겠지.
  • 하지만 하도진의 “그럼 그냥 죽어”라는 말이, 다시 귓가에 살아났다.
  • 강지연은 그 반짝이는 반지를 뚫어져라 보더니, 불쑥 웃음을 흘렸다.
  • 그 웃음엔 비웃음과 깊은 슬픔이 함께 섞여 있었다.
  • 그녀는 간호사를 바라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절대 걱정 안 해요.”
  • “그럴 리가요? 아내를 걱정하지 않는 남편이 어디…”
  • “이미 죽었거든요.”
  • 강지연은 간호사의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한 점의 떨림도 없이 평평했다.
  • 그녀 마음속에서, 하도진이라는 남자는 어젯밤에 이미 죽었다.
  • 간호사의 미소가 굳었다.
  • 입술이 떼려했지만, 할 말을 삼켰다.
  • 결국 한숨만 쉬고 그녀의 손등을 살짝 토닥였다.
  • “미안해요. 그런 줄 몰랐어요… 푹 쉬세요. 필요하시면 벨 누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