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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천재 그녀의 화려한 복수

외과 천재 그녀의 화려한 복수

JOJO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서울 교외의 버려진 창고 안.
  • 공기엔 먼지랑 축축한 냄새가 싸늘하게 깔려 있었다.
  • 강지연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풀썩 쓰러져 있었다. 손바닥과 손끝은 이미 선혈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 드러난 피부엔 푸르슴한 멍 자국이 가득했다.
  • 그녀는 차갑게 빛나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고, 떨리는 손끝으로 마음에 새겨 둔 그 번호를 눌렀다.
  • 뚜—— 뚜——
  • 텅 빈 창고에 대기음 하나하나가 망치처럼 가슴을 내려쳤다.
  • 강지연은 속으로 거의 무너질 듯 빌고 또 빌었다. 받아줘… 하도진, 제발 받아줘.
  • 길고 긴 기다림 끝에 통화가 연결됐다.
  •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또렷하게 흘러왔다.
  • “강지연? 네가 나랑 지혜 결혼식 막으려고 전화한 거면, 지금 당장 입 닥쳐. 시간 낭비할 여유 없어.”
  • 지연의 동공이 확 좁혀졌다.
  • “정말 정지혜랑 결혼식을 하겠다는 거야?”
  • 한 달 전의 장면이 불쑥 머릿속을 헤집고 올라왔다.
  • 그날, 정지혜가 갑자기 해외에서 서울로 돌아와 뇌암 말기 진단서를 들이밀며 하도진을 찾아왔다.
  • 그녀는 평생 단 하나의 소원이, 그의 아내라는 신분으로 세상을 떠나는 거라고 했다.
  • 그리고 강지연은, 그들 사이에 끼어든 죄인 취급이 됐다.
  • 지연이 눈을 꼭 감았다. 목구멍엔 쇠맛 같은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 “도진아, 너 정말 정지혜랑 결혼할 거야?”
  • “강지연, 지혜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거 알잖아. 질투에 미쳐서 이기적으로 굴지 좀 마.”
  • 하도진의 목소리엔 짜증이 흘러넘쳤다.
  • 서러움이 목까지 차올랐다. 지연은 거의 비명처럼 외쳤다.
  • “아니야! 정말 그런 거 아니라고!”
  • “도진아, 나 지금 납치당했어!”
  • 그녀는 숨 가쁘게 쏟아냈다. 뜨거운 눈물이 피와 섞여 입안으로 흘러들었다.
  • “나, 교외에 있는 버려진 창고에 갇혀 있어. 그놈들이……”
  •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묵직한 발길질이 갈비뼈를 사정없이 후려찼다.
  • “아——!”
  • 비명이 터지고, 지연의 등이 벽에 쿵 하고 부딪쳤다.
  • 뼛속까지 시린 통증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잔뜩 웅크렸다. 휴대폰도 손에서 튕겨 나갔다.
  • 납치범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허리를 굽혀 바닥의 휴대폰을 집었다.
  • 스피커폰을 누르고 낮게 협박했다.
  • “들리죠, 하 회장? 이거 장난 아니에요. 30분 안에 안 나타나면, 당신 그 예쁜 마누라 시체 됩니다.”
  • 전화 너머가 몇 초 조용하더니, 힘없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 “도진 오빠… 어서 지연 씨부터 구하러 가요… 나는 걱정하지 말고…”
  • 지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 정지혜의 목소리였다.
  • 수화기 너머라도, 그 가식적이고 불쌍한 표정이 눈앞에 선했다.
  • 이어서 하도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지혜야. 지금 네가 나를 제일 필요로 하잖아. 난 어디도 안 가.”
  • 지연은 가슴을 찍어 누르는 듯한 통증을 악으로 버티며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 “하도진, 너 지금 안 오면, 나 여기서 진짜 죽어!”
  • 전화 너머에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 “그럼 그냥 죽어.”
  • 납치범은 휴대폰을 움켜쥔 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믿기지 않는 듯 되물었다.
  • “하 회장, 저 여자는 당신 마누라예요. 진짜로……”
  • 뚜——
  • 전화는 하도진이 차갑게 끊어 버렸다.
  • 강지연 마음속 마지막 희망의 불씨마저 꺼졌다.
  • 가슴에서 치밀어 오르는 통증은 방금 갈비를 맞았을 때보다도 만 배는 더 아팠다.
  • 결혼식장에서 평생 지켜주겠다 맹세했던 그 남자가, 지금 자기 입으로 죽으라 했다.
  • “아 X발!”
  • 납치범이 낮게 씹듯 욕하고, 휴대폰을 힘껏 구석으로 내던졌다.
  • 그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강지연을 싸늘하게 훑어봤다.
  • “그 놈이 네 죽고 사는 거에 조금도 관심이 없으면, 우리도 봐줄 필요 없지.”
  • 그가 말 끝내며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날카로운 바늘 끝이 싸늘하게 번뜩였다.
  • 지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 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뒤로 잔뜩 웅크렸다.
  • “그게 뭐야?”
  • “너를 망가뜨려 버릴 약.”
  • 납치범은 지연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바늘을 목덜미에 거칠게 꽂았다.
  • 그는 낮게 키득거리며 표정이 음흉해졌다.
  • “하 가문의 상속자가 몸값 낼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그 마누라가 발정 나서 추잡하게 구는 영상을 서울 전역에 뿌릴 거야. 다들 신나게 구경하게.”
  • 차가운 액체가 바늘을 타고 혈관 안으로 밀려들었다.
  • 곧, 타들어 가는 듯한 열이 척추를 따라 온몸으로 번졌다.
  • 지연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뿐이었다—차라리 죽더라도, 이 자식들한테 짓밟히진 않아.
  • 공포와 살고자 하는 본능이 통증도, 약 기운으로 치솟는 열기도 잠시 잊게 했다.
  • 납치범 몇 놈이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등을 돌린 틈을 타, 지연은 바닥의 유리 파편을 움켜쥐고 가장 가까운 놈의 허벅지에 힘껏 꽂아 넣었다.
  • “아——!”
  • 납치범이 비명과 함께 주저앉았다.
  • 그는 도망치려는 강지연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 “이 죽일 년이!”
  • 지연은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창고 문을 향해 내달렸다.
  • 밖은 새카만 밤, 폭우가 퍼붓고 있었다.
  • 그녀는 망설임 없이 얼음장 같은 빗속으로 몸을 던졌다.
  • 빗줄기가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열기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 등 뒤로 뒤섞인 발소리가 쫓아왔다. 지연은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 얼마나 달렸는지 모를 때, 눈앞에 갑자기 눈부신 헤드라이트가 번쩍였다.
  • 어느새 교외의 큰 도로까지 뛰어온 모양이었다.
  • 지연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 그녀는 혀끝을 꽉 깨물었다. 통증으로 겨우 정신을 붙들었다.
  • 시선이 주변을 휙휙 훑다가, 길가에 서 있는 검은 세단 한 대에 멈췄다.
  • 그녀는 비틀거리며 달려가 피투성이 손바닥으로 창문을 마구 두드렸다.
  • “살려 주세요… 제발, 병원에 좀 데려다줘요.”
  • 닫혀 있던 창문이 천천히 한 뼘 남짓 내려갔다.
  • 피 묻은 지연의 손끝이 곧장 창문 틈을 꽉 움켜잡았다.
  • 어둑한 빛 속, 차 안의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차갑고 맑은 담배 냄새만 코끝을 스쳤다.
  • 몸속 약 기운이 완전히 터졌다. 시야가 일그러지고, 허벅지 근육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경련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