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충돌
- 다은은 휴대폰 화면 속 메시지에 집중한 채 로비를 지나고 있었다.
- 그 순간이었다.
- 누군가와 강하게 부딪혔다.
- 짙은 색 수트를 입은 남자가 급히 방향을 틀다가 그녀와 그대로 충돌한 것이다.
- 예상치 못한 충격에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흔들렸다.
- 어깨에 전해진 강한 부딪힘과 함께 다은의 휴대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 짧은 파손음이 울렸다.
- 다은의 얼굴에 놀람과 당황이 스쳐 지나갔다.
-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다잡고 고개를 들었다.
- 남자 역시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한 표정이었다.
- 그는 즉시 몸을 숙여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화면에 금이 간 것을 확인한 순간,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더욱 짙어졌다.
- “죄송합니다.”
-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분명 긴장이 담겨 있었다.
- “제가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 다은은 빠르게 표정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네, 괜찮아요.”
- 그녀는 예의 바르게 되물었다.
- “그쪽은요?”
- 남자는 잠시 시선을 피했다.
- “급하게 이동하다가 실수했습니다.”
- 그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 휴대폰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 다은은 순간 말을 잃었다.
- 그녀는 단순한 사과 정도를 예상했지, 이렇게까지 정중할 줄은 몰랐다.
- “괜찮습니다. 정말 큰 문제는 아니에요.”
-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아닙니다.”
- 짧지만 단호한 말투였다.
- “실수를 했으면 책임지는 게 맞죠.”
- 그의 시선이 금이 간 액정 위에 머물렀다.
- “새 휴대폰으로 교체해드리겠습니다. 최소한 그 정도는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군요.”
- 다은은 잠시 망설였다.
- 낯선 사람에게 번호를 주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 하지만 남자의 태도는 지나치게 자연스럽고 진지했다.
- 결국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자신의 번호를 불러주었다.
- 남자는 곧바로 저장한 뒤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준비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 다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남자가 멀어지는 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 그는 눈길을 끄는 남자였다.
- 주름 하나 없는 고급 수트.
- 완벽하게 정돈된 외모.
- 작은 디테일까지 흐트러짐 없는 태도.
-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그의 지위와 품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 다은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계속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밀어냈다.
- 내일 있을 2차 면접에 집중해야 했다.
- 한 걸음 한 걸음, 지금은 무엇보다 침착함이 필요했다.
- ---
- 이준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었다.
- 광택이 도는 원목 패널과 거울로 둘러싸인 공간은 조용하고 넓었다.
-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전혀 평온하지 않았다.
- 생각은 자꾸만 조금 전 로비에서 마주친 여자에게 돌아갔다.
- 그녀.
- 자연스럽고 단정한 아름다움.
- 과하지 않은 태도.
- 그리고 흔들림 없는 침착함.
-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 대부분은 그를 알아보는 순간 태도가 달라졌다.
- 과하게 긴장하거나, 불필요하게 친절해지거나, 어떻게든 그의 관심을 끌려 했다.
- 하지만 그 여자는 달랐다.
- 그녀는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고, 사소한 사고를 이용해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 오히려 휴대폰을 새로 사주겠다는 제안까지 정중하게 거절했다.
- 그 차분한 태도가 이상할 정도로 기억에 남았다.
- 이준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 그녀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 부드럽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 예의 바름 속에 단단한 자존심이 숨겨져 있었다.
- 그건 단순한 매너가 아니었다.
- 타고난 성격이었다.
- 엘리베이터가 조용히 멈췄다.
- 문이 열리며 대표층 전용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넓은 공간.
- 모든 것이 완벽하게 관리된 세계였다.
- 이준은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 화면에는 ‘맥스 하퍼’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 마요르카에 위치한 호텔 ‘윈드 로즈’의 총지배인이었다.
- 이준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 “말해.”
-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하세요, 대표님. 긴급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 맥스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 “최근 점검 과정에서 건물 구조와 내부 인테리어 쪽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빠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 이준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 그는 천천히 유리창 너머 안개 낀 서울을 바라봤다.
- “다음 주 직접 마요르카로 가겠다. 현장을 확인하고 처리 방향도 내가 결정하지.”
-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 “일정이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해.”
- 수화기 너머로 안도 섞인 숨소리가 들렸다.
- “감사합니다, 대표님. 도착 전에 모든 자료와 보고서를 준비해두겠습니다.”
- 통화를 마친 이준은 천천히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 묵직한 원목 책상 위에는 이미 수많은 문서가 놓여 있었다.
- 그는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 잠시 후, 그의 비서 보조인 지호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 항상 그렇듯 깔끔하고 빈틈없는 모습이었다.
- 이준은 짧게 말했다.
- “박 실장.”
- “예, 대표님.”
- “최신 모델로 아이폰 하나 준비해.”
- 지호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 그저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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