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4화 부유한 상속녀

  • “네 부모님의 라벨 그룹은 지금도 번창하고 있단다.”
  • 리처드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치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담담했다.
  • “부모님이 실종되기 직전, 내게 회사 운영을 맡긴다는 위임장을 남기셨어. 마치 무언가를 예감이라도 하셨던 것처럼 말이야…”
  • 올리비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 “라벨 그룹이…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다고요?”
  • 감정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 그녀가 되물었다.
  • “전… 회사가 멈춰버린 줄 알았어요…”
  • “처음엔 그랬지.”
  • 리처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한동안 회사는 벼랑 끝에 서 있었어. 너무 많은 포식자들이 회사를 집어삼키려 했고, 너무 많은 손이 원래 네 것이어야 할 것을 빼앗으려 했지.”
  •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올리비아가 들은 내용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었다.
  • “그래서 내가 회사를 지켜야 했어. 네 미래를 위해서.”
  • 올리비아의 가슴이 저릿하게 조여왔다.
  • 낯선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부모를 잃은 아픔을 견디며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 시간 동안, 레이먼드 가족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그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눈가가 뜨겁게 젖어들었다.
  • 니콜라스의 가족이 자신을 아껴 준다는 사실은 언제나 알고 있었다.
  • 하지만 자신을 위해 이토록 많은 것을 감당해 왔을 줄은 몰랐다.
  • “감사해요…”
  • 올리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속삭였다.
  • 밀려드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려 했지만,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 “얘야…”
  • 마거릿은 그녀를 따뜻한 품으로 끌어안았다.
  • “울지 마렴. 이제 다 지나간 일이야. 리처드는 회사를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자산까지 더 늘려 놓았단다. 이제 네 미래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더 이상 우리에게 빚진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고. 너 역시 충분히 부유한 사람이야…”
  • 올리비아는 놀란 얼굴로 몸을 떼어내며 리처드를 바라봤다.
  • “그래서 내가 네 계획을 물어본 거란다.”
  • 리처드의 목소리는 진지했지만 따뜻한 격려가 담겨 있었다.
  • “만약 네가 일을 하고 싶다면… 네 회사를 직접 이끄는 건 어떻겠니?”
  • 올리비아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 “제가요…?”
  • 숨이 턱 막혔다.
  • “하지만…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 “대학에서 충분히 배웠잖니.”
  • 리처드는 부드럽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이제는 그것을 실제로 활용할 때야. 회사에는 훌륭한 경영인이 있으니 네 곁에서 도와줄 거다. 넌 혼자가 아니야. 천천히 배우면 돼. 그리고 나도 도와주마.”
  • 그는 올리비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 “물론 네가 원한다면 말이지.”
  • 올리비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한 번도 꿈꿔 보지 못했던 기회가 지금 그녀의 손앞에 있었다.
  • 가슴속에서는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 너무 갑작스럽고, 너무 소중한 일이었다.
  • “저는…”
  • 말을 꺼내려 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 당장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 “할게요…”
  • 마침내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웃으며 대답했다.
  • “이런 제안은… 꿈에서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 올리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처드에게 다가갔다.
  • 그리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힘껏 끌어안았다.
  • “정말 감사해요…”
  • 목이 메어 목소리가 끊어졌지만 그녀는 말을 이었다.
  • “부모님의 회사를 지켜 주셔서…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아마 모르실 거예요…”
  • 리처드 역시 그녀를 안아 주며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알고 있단다, 우리 딸…”
  • 눈물을 참지 못한 마거릿은 두 사람을 함께 끌어안았다.
  • 그녀의 손은 올리비아의 어깨 위에 다정하게 얹혔다. 모든 사랑과 온기를 전해 주려는 듯했다.
  • 집 안에는 감동 어린 침묵이 내려앉았다.
  •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한 감정이 그 공간을 가득 채웠다.
  • 리처드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깨뜨렸다.
  • “자, 자! 이제 그만 눈물바람은 끝!”
  • 그는 웃으며 말했다.
  • 하지만 눈가에는 진심 어린 감정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 “오늘은 기쁜 날이야. 우리 아이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으니까.”
  • 올리비아는 고개를 들어 그의 따뜻한 눈빛과 마주했다.
  •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 이 세상에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 ---
  • 한편, 니콜라스는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다.
  • 그는 집중한 채 메모를 넘기며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점검했다.
  • 마치 자신의 정치 인생 전체가 이번 인터뷰에 달린 것처럼.
  • 질문은 이미 수없이 검토했고, 답변 역시 완벽하게 다듬어 놓았다.
  • 하지만 그는 머릿속으로 계속 내용을 되새기며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 모든 것이 완벽해야 했다.
  • 그때.
  •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그의 생각을 끊어놓았다.
  • 니콜라스는 무심코 화면을 확인했다.
  • 카밀라.
  • 순간 짜증이 바늘처럼 가슴을 찔렀다.
  •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 그는 망설임 없이 통화를 거절했다.
  • 지금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아니었다.
  • 하지만 다시 준비에 집중하려 해도 이미 흐트러진 생각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 그는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불편한 감정을 떨쳐내려 했다.
  • 그러나 기억은 저절로 떠올랐다.
  • 어머니가 처음 그의 결혼 문제를 꺼냈던 그날 밤.
  • 마주 앉아 있던 그녀의 눈빛은 부드러웠지만, 목소리에는 언제나 원하는 것을 이루고야 마는 단호한 힘이 담겨 있었다.
  • “니콜라스.”
  •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마거릿이 말했다.
  • “정치인에게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사람을 신뢰한단다. 아내와 미래의 아이들이 있는 남자는 독신 남자보다 더 존경받게 마련이야.”
  •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 속에는 숨겨진 의도가 담겨 있었다.
  • 니콜라스는 그때 이미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