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왜 모든 게 이렇게 어려울까
- 올리비아는 손목시계를 힐끗 바라봤다.
- 한 시간.
- 비행기가 이륙해 오랫동안 돌아가기를 두려워했던 곳으로 그녀를 데려가기까지 남은 시간이었다.
- 집.
- 밀라비아.
- 가슴이 조여들었다.
- 비행기를 탈 때마다 그녀에게는 하나의 시련이었다.
-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던 그날 밤을 떠올리게 하는 잔인한 기억.
- 그녀는 모든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 소식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떨던 순간들.
-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어른들.
- 그리고 부모가 탄 비행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차갑게 전해 주던 관제사의 목소리.
- 사라졌다.
- 추락한 것도 아니었다.
- 사고가 난 것도 아니었다.
- 그저…
-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올리비아는 힘겹게 침을 삼킨 뒤 목에 걸린 펜던트를 움켜쥐었다.
- 어머니에게서 남은 유일한 유품이었다.
- 가느다란 손가락이 은빛 펜던트를 꼭 쥐었다.
- 마치 그 안에서 따뜻한 온기를 찾으려는 듯.
- 그리고 함께 사라져 버린 안전함과 보호받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되찾고 싶은 것처럼.
- ‘엄마, 아빠… 아직도 두 분이 살아 계시다고 믿고 있어요…’
- 생각이 스쳐 지나가며 날카로운 통증을 남겼다.
-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희망만은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레이먼드 가족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 마치 친딸처럼 아끼고 보살피며 따뜻함으로 감싸 주었다.
- 그들은 그녀의 학비를 지원했고, 언제나 힘이 되어 주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찾아왔다.
- 그들은 그녀의 가족이었다.
- 그들의 도움은 의무감 때문이 아니었다.
- 사랑이었다.
- 그 순간 올리비아는 깨달았다.
- 많은 것을 잃었지만,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 그들의 보살핌은 진심이었다.
- 억지로도, 의무로도, 빈말로도 만들어질 수 없는 따뜻함.
- 가장 어두운 날들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유일한 빛이었다.
- 하지만 그녀의 곁을 지켜 준 사람들 가운데, 무려 5년 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 니콜라스.
- 그 이름이 떠오르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였다.
- 친구보다 가까웠고, 남매보다도 더 특별한 존재였다.
- 니콜라스는 언제나 그녀를 지켜 주었고, 늘 곁에 있어 주었다.
- 기억 속에는 오래전 장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 웃음기 어린 그의 눈.
- 따뜻한 손으로 자신을 이끌어 주던 감촉.
-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던 확신에 찬 목소리.
- 지금의 그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 올리비아는 알고 있었다.
- 지금의 니콜라스는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 레이먼드 부인은 니콜라스가 일에만 몰두하며 정치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 이제 그는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올리비아는 그가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녀는 언제나 그를 믿었다.
- 니콜라스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 하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서 그는 여전히 예전의 그 소년이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겠다고 약속해 주었던 소년.
- 탑승 안내 방송이 그녀의 생각을 산산이 깨뜨렸다.
- 올리비아는 흠칫 몸을 떨었다.
- 긴장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 심장은 가슴속에서 크게 울리고 있었다.
- 그리고 과거와 함께 두려움도 다시 찾아왔다.
- 비행기에 대한 공포.
-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 그리고 고향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들에 대한 두려움.
-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 “밀라비아… 나를 반겨 줘.”
-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마치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자신의 일부와도 같은 고향에게 말을 건네듯.
- 그런 생각과 함께 올리비아는 비행기에 올랐다.
-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든 것과 마주할 준비를 하면서.
- ---
- 날카로운 벨소리에 니콜라스가 눈을 떴다.
- 화면에는 어머니의 이름이 떠 있었다.
-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는 급히 휴대전화를 집어 들며 잠기운을 털어냈다.
- “니콜라스, 벌써 공항으로 출발해서 올리비아를 데리러 가고 있니?”
- 어머니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물었다.
- 그 순간 니콜라스는 신음하듯 숨을 내쉬었다.
- 어머니가 어젯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 맙소사.
- 그는 자신의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던 나머지 어머니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던 것이다.
- “니콜라스?”
- 어머니의 목소리에 가벼운 나무람이 섞였다.
-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 “아니에요, 엄마. 괜찮아요. 제 운전기사가 이미 올리비아를 데리러 가고 있어요.”
- 니콜라스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될 것을 알기에 거짓말을 했다.
- “전 직접 갈 수 없어요. 중요한 인터뷰가 있거든요.”
- “너는 정말 일 때문에 가족에게 쓸 시간이 없구나.”
- 어머니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
- “올리비아가 떠난 지 벌써 5년이야. 인터뷰 끝나고는 우리를 위한 시간 정도는 낼 수 있겠지?”
- “물론이죠, 엄마.”
- 그는 서둘러 통화를 끝내고 싶었다.
- “최대한 빨리 갈게요.”
- 전화를 끊자마자 니콜라스는 곧바로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필요한 지시를 모두 내린 뒤, 이미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 ‘이게 더 나아.’
-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 중요한 인터뷰를 앞둔 지금, 그녀를 만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시험이었다.
- 니콜라스는 알고 있었다.
- 지금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 한 걸음, 한마디, 감정 하나까지도 모두 계산되고 통제되어야 했다.
- 하지만…
- 심장은 달랐다.
- 이성의 말을 듣지 않았다.
- 막연한 예감에 가슴이 조여 왔고, 심장은 둔탁하고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 젠장.
- 왜 모든 게 이렇게 어려운 걸까?
- 왜 그녀의 이름 하나만으로,
-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 그토록 단단했던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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