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가족의 온기
- 법원이 공식적으로 라벨 부부를 실종자로 선고한 뒤, 레이먼드 가족은 올리비아의 후견인이 될 권리를 얻었다.
- 올리비아는 그 시절을 떠올렸다.
- 마거릿은 어머니처럼 그녀를 보살피며, 잃어버린 따뜻함을 대신 채워 주려 애썼다. 올리비아가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직접 방을 고르고,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게 한 것도 마거릿이었다.
- 반면 리처드는 조금 달랐다.
- 그는 올리비아가 절망 속에 빠져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아무리 상실의 고통이 크더라도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늘 말했다.
- 처음에는 그런 리처드가 차갑고 무정하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 그는 자신을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을.
- 만약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불쌍히 여기기만 했다면, 올리비아는 상처 입은 소녀인 채로 남아 홀로 살아갈 힘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 이제 어른이 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 리처드에게도 그 역할은 쉽지 않았다는 것을.
- 그 역시 엄격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 하지만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올리비아가 결코 스스로의 두 발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 그리고 니콜라스…
- 그 무렵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년이었다.
-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젊은 청년.
- 친구들이 있었고, 클럽과 파티를 즐기며 평범한 청춘을 누리고 있었다.
- 하지만 올리비아의 부모에게 비극이 닥치자, 그는 그 모든 것을 뒤로했다.
- 니콜라스는 틈만 나면 그녀의 곁에 있었다.
- 처음에는 친구들도 이해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운해했다.
- 어떤 이들은 비웃기까지 했다.
- 왜 남의 여자아이 하나 때문에 즐거운 대학 생활을 포기하느냐고.
- 하지만 니콜라스는 개의치 않았다.
- 올리비아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녀를 혼자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 그는 그녀를 영화관에 데려갔고, 해변으로, 놀이공원으로 데려갔다.
- 조금이라도 웃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은 조용한 저녁들이었다.
- 수영장 옆 자쿠지에 나란히 앉아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미래를 꿈꾸던 시간들.
- 니콜라스…
- 올리비아는 이제야 진정으로 깨달았다.
- 그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를.
- 그는 자신의 연애도, 즐거움도 뒤로한 채 오직 그녀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기를 바랐다.
-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가슴이 아릿하게 조여들었다.
- 보고 싶었다.
- 정말 많이.
- 그때, 조용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오세요.”
- 올리비아는 이불을 걷으며 말했다.
- 문틈 사이로 하녀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 “아가씨, 일어나셨군요. 한 시간 후에 저녁 식사가 준비됩니다. 그리고… 오늘 도련님께서 돌아오십니다.”
- 수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올리비아의 심장이 순간 크게 뛰었다.
- 니콜라스…
- 정말 오랜 세월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
- “고마워요, 수전. 곧 내려갈게요.”
- 애써 들뜬 마음을 숨기며 그녀가 대답했다.
- 문이 닫히자 올리비아는 옷장 앞으로 걸어갔다.
- 무엇을 입을까?
- 천천히 옷걸이를 넘기던 그녀의 시선이 한 벌의 드레스에 멈췄다.
-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아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드레스.
-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에 딱 어울리는 옷이었다.
- ‘완벽해.’
-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드레스를 꺼냈다.
- 샤워를 마친 뒤, 올리비아는 긴 머리를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옅은 화장을 했다.
- 원래부터 아름다운 그녀에게 짙은 화장은 필요하지 않았다.
- 볼에 살짝 물든 홍조.
- 은은한 입술 광택.
- 그리고 또렷한 눈매를 강조해 주는 약간의 마스카라.
-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 그녀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마거릿과 리처드는 편안한 소파에 앉아 최근 정치 뉴스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 “니콜라스의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 리처드가 자신 있게 말했다.
-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
- “여보, 그 애는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니까.”
- 마거릿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 “내가 정말 좋은 아가씨를 소개해 줬는데 말이야. 카밀라는 교양도 있고 세련됐고 정치에도 관심이 많아. 평판도 완벽하고! 상원의원의 아내로는 더할 나위 없는 사람이야.”
- “마거릿, 시간을 좀 주게.”
- 리처드가 차분하게 말했다.
- “개인적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게 놔두는 게 좋아.”
- “당신까지 왜 그래요?”
- 마거릿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 “가정은 사회가 보는 안정의 상징이라고요!”
- “진정해, 여보.”
- 리처드가 부드럽게 웃었다.
- “곧 니콜라스가 오고, 올리비아도 내려와 저녁을 함께할 텐데. 오늘은 그냥 이 시간을 즐기도록 하지.”
-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올리비아였다.
- 리처드는 곧바로 아내를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냈다.
- “걱정할 것 없어, 얘야.”
- 마거릿이 서둘러 말하며 감탄 어린 눈빛으로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 “리비, 정말 아름답구나…”
-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 “네 부모님께서 보셨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셨을까…”
- “마거릿.”
- 리처드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 “오늘 또 눈물바다가 되는 건 원치 않아. 다 같이 편안하게 저녁을 보내도록 하자고.”
- 마거릿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 그 모습에 올리비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리처드의 목을 끌어안았다.
- “아, 마거릿은 여자잖아요.”
-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 “우리 여자들은 원래 감성적인 존재라고요.”
- 그러고는 마거릿에게 다가가 꼭 안아 주었다.
- “남자들이란…”
- 올리비아는 눈을 굴리며 일부러 길게 말했다.
- 순간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 방 안을 감싸던 어색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 바로 그때,
- 밖에서 자동차가 멈춰 서는 소리가 들렸다.
- 마거릿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 “니콜라스가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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