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에드리안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 앨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녀는 스승의 손끝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하고 있었다.
- 이제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지만, 가슴 깊은 곳에는 아직도 희미한 두려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 그날 하루 동안 앨리스와 린다는 마치 세상과 단절된 사람들처럼 연구실에 틀어박혀 물약 제조에 몰두했다.
- 연구실 밖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 그들이 만들어 낸 물약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색채와 빛을 품고 반짝였다.
- 병 속을 흐르는 마력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일렁였다.
- 앨리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 새로운 지식이 차곡차곡 쌓여 갔고,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던 불안감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 린다는 경험 많은 스승답게 언제나 침착했다.
-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다.
- 오랜 세월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전하며 앨리스를 이끌었다.
- 어느새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 붉은 노을이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사라질 무렵, 두 사람은 비로소 손을 멈추었다.
- 온종일 이어진 수업 덕분에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 좋은 만족감이 남아 있었다.
- 연구실 안에는 갓 완성된 물약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아직도 떠돌고 있었다.
- 성과에 만족한 두 사람은 잠시 쉬기로 했다.
- 그들은 정원 한쪽의 아늑한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 화려하게 핀 꽃들과 푸른 관목들이 둘러싸인 그곳은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 잠시 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저녁의 평온함을 즐겼다.
- 그러다 린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앨리스.”
-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진지했다.
- “어제 일이 있은 후로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니?”
- 차분한 질문이었다.
-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 앨리스는 순간 심장이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 마음속에서 두려움과 망설임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까.
- 아니면 혼자만의 비밀로 남겨 두어야 할까.
-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하지만 결국 그녀는 린다를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이상할 정도로 깊은 신뢰였다.
- 마치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것처럼.
- “네.”
- 앨리스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 “오늘 새벽에 이상한 꿈을 꿨어요.”
-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갔다.
- “끔찍한 마법사가 나타났어요. 그는 제 힘을 모두 빼앗겠다고 했어요.”
- 그 순간 떠오른 기억에 그녀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 “그 사람의 눈이 아직도 기억나요.”
- 앨리스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 “그 눈은 너무 차가웠어요. 마치 제 영혼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는 것 같았죠.”
- 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다시 말했다.
- “하지만 그 후에 백마법사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저를 지켜 주었어요.”
- “백마법사?”
- 린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 목소리에도 미묘한 떨림이 담겨 있었다.
-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니?”
- 앨리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 꿈속의 장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어요.”
-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 “분명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인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 앨리스는 기억을 따라 말을 이어 갔다.
- “그는 새하얀 로브를 입고 있었어요. 마치 빛으로 짜여진 옷처럼 보였죠. 옷 가장자리에는 은빛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요.”
- 그녀의 눈빛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 “후드 때문에 얼굴은 전부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림자 너머로 눈은 볼 수 있었어요.”
- 앨리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 “정말 따뜻한 눈이었어요.”
- 그녀는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 “그 눈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지만 무섭지 않았어요. 오히려 안심이 됐죠.”
- 잠시 침묵이 흘렀다.
- “그분은 단순히 빛의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 앨리스는 적절한 표현을 찾으려는 듯 말을 멈추었다.
- “마치 빛의 마법 그 자체처럼 느껴졌어요.”
-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경외감이 남아 있었다.
- “그분이 제 앞을 가로막는 순간 모든 것이 빛으로 가득 찼어요. 어둠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요.”
- 린다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 그녀의 눈빛에는 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 마치 오래전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기도 했고, 설명할 수 없는 예감에 사로잡힌 것 같기도 했다.
- 앨리스는 자신의 이야기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린다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 하지만 린다는 이미 알고 있었다.
- 앨리스가 묘사한 인물이 누구인지.
-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 그렇기에 더욱 말할 수 없었다.
- 아직은.
- 아직 그녀가 진실을 알아서는 안 됐다.
- 린다는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질문이 그녀를 현실로 끌어냈다.
- “린다 선생님.”
- 앨리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에드리안 전하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 린다는 순간 굳어졌다.
-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 하지만 앨리스의 표정은 단순한 호기심 그 자체였다.
- 왜 지금 에드리안을 떠올렸는지 묻고 싶었지만, 린다는 굳이 질문하지 않았다.
- 대신 차분하게 대답했다.
- “에드리안은 빛의 마법 왕국의 황태자란다.”
-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 “그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왕국을 지키는 것이지.”
- 저녁 바람이 살며시 불어왔다.
- 린다는 멀리 시선을 두며 말했다.
- “그는 왕국을 둘러싼 마법 결계를 직접 관리하고 있어. 외부의 위협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늘 신경 쓰지.”
- 그녀의 목소리에는 신뢰와 존경이 담겨 있었다.
- “게다가 그는 보고만 받는 사람이 아니란다. 직접 국경 지대로 나가 결계의 상태를 점검하고 보호 마법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해.”
- 린다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 “그만큼 자신의 책임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야.”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