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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 강이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전조등에 비친 짐승 같은 당혹감 대신 차가운 체념이 서려 있었다.
  • “좋아. 8,000만.”
  • 두 번째 거액이 통장에 꽂히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의 눈앞에서 강이현과 관련된 모든 사진 파일을 영구 삭제했다. 그다음은 세 번째, 네 번째…… 타깃이 바뀔 때마다 가격은 5,000만에서 1억 달러 사이를 오갔다. 상대의 사회적 지위와 숨겨진 재력에 맞춰 철저하게 계산된 금액이었다.
  • 겨우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내 통장 잔고의 숫자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천문학적인 단위로 치솟았다.
  • 경매장의 공기는 기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평소 고고한 척 세상을 발아래 두던 큰손들은 이제 도살장에 끌려온 양처럼 비참한 꼴이 되어 안색이 하나같이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나의 가족이라는 작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의 멍청한 표정은 경악으로, 다시 탐욕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며 마치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을 대하듯 몸을 떨었다.
  • 한유라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헛것을 본 듯 중얼거렸다.
  • “미쳤어…… 너 정말 미쳤어…….”
  • 그래, 미쳤지. 이 피도 눈물도 없는 흡혈귀 같은 인간들에게 평생을 뜯기며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미쳐버린 거야.
  • 마지막 목표 인물까지 거래를 마쳤을 때, 내 통장 잔고는 이미 1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본체에서 USB를 거칠게 뽑아 바닥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날카로운 하이힐 굽으로 그것이 가루가 될 때까지 짓밟아버렸다.
  • “자, 사장님들.”
  • 나는 마이크를 고쳐 쥐고 객석을 향해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늘 경매는 이것으로 모두 마치겠습니다.”
  • 말을 마친 내가 무대 뒤로 몸을 돌리려던 찰나였다.
  • “멈춰!”
  • 등골이 서늘해지는 도창수의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왔다. 살기가 뚝뚝 묻어나는 음성이었다. 그의 뒤에 포진해 있던 열몇 명의 해결사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내 길을 가로막았다.
  • “꼬맹아, 쇼 끝났으면 이제 우리끼리 계산 좀 할까?”
  • 도창수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거대한 살덩이 산이 우뚝 서는 듯한 압박감이 장내를 짓눌렀다.
  • “내 판을 박살 내고, 내 손님들을 가지고 놀았는데. 이 대가를 어떻게 치를 생각이지?”
  • 나는 고개를 돌려 담담히 그를 응시했다.
  • “도창수 씨, 당신들이 가져가야 할 원금에 이자까지 합치면 500억, 맞지?”
  • 나는 휴대폰을 꺼내 몇 번 화면을 두드렸다. 곧 도창수의 품 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그가 폰을 확인하더니, 눈빛에 서늘한 경악이 스쳤다.
  • “1,000억. 이 정도면 충분해?”
  • 내가 묻자 도창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내 얼굴에서 조금의 흔들림이라도 찾아내려는 듯 그는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 “……꼬맹이, 배짱 하나는 인정해주지.”
  • 그가 입을 쩍 벌리며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비릿하게 웃었다.
  • “근데 말이야, 돈이면 다 해결될 것 같나? 오늘 이 수많은 거물들을 건드려놓고, 네가 여기서 제 발로 멀쩡히 걸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 “내가 살아서 나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정하는 게 아니야.”
  • 나는 그의 살기 어린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고개를 돌려 객석의 사내들을 가리켰다.
  • “저 사람들이 정하는 거지.”